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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경의 심리학 교실] 미생과 완생 사이 (미룸에 숨겨진 심리학)
2021년 03월 23일(화) 15:37
[한은경의 심리학 교실] 미생과 완생 사이 (미룸에 숨겨진 심리학)



글 한은경(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전남센터장)



신축년 새해에 다짐한 것들, 그간 얼마나 실천했는가? 혹 다짐대로 잘 되지 않고 있다면 그 이유는 뭘까? 멀리 갈 것도 없이 오늘 하루 일과를 한번 되짚어 보자! 시계 알람에 바로 기상하는 것을 미루고, 이불이나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정리하는 것을 미루고, 그리고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며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지는 않았나? 그렇다 ! 하루 일과를 비롯해 우리의 일상은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습관들로 채워질 때가 많다. 또한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영역에서는 어떨까? 3개월 만에 작성해야 할 중요한 보고서를 앞두고서 우리는 D-Day를 잡으며 주간 계획을 세우지만 정작 보고서는 마감일을 앞둔 며칠 만에 밤을 세워가며 벼락치기로 작성한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은 주변의 평가에 내심 안심해하며 다시 미룸의 굴레를 선택한다.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쏟은 결과물은 자기 자신 조차도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미룸의 심리를 캐나다 심리학자인 티모시 피첼은 이렇게 정의한 바 있다.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할 일을 미루는 것”, “장기적인 대가를 감수하면서까지 단기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행위”. 미룸을 또 다르게 정의한 이도 있다. 임상심리학자인 윌리엄 너스는 자신의 저서 「미룸의 심리학」에서 “미룸은 불편한 것, 두려운 것, 확실치 않는 것을 적극적으로 피하고 대체행동에 힘과 노력을 설정하고 있는 ‘적극적 과정’으로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런 미룸의 행위는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걸까? 뭔가를 미루면서 긍정적인 정서를 느꼈던 경우가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보자. 그렇다 !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존재가 우리 인간이다. 즉, 우리는 더 편안해 지는 것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는 당장의 미룸을 통해 더 쉽게 편안함을 선물받기도 한다. 하지만 뭔가를 미루는 것은 우리에게 사소하게든 심각하게든 대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뭔가를 미루면서 얻게 되는 흔한 결과는 ‘불만족감’의 정서이다. 자신에 대한 경미한 비난에서 시작해 자신감이나 자존감의 저하, 주변 사람이나 상황에 원인을 돌리는 투사감정이나 적대감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는 또다시 미룸을 부추기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기도 한다. 즉, 자신을 비롯하여, 주변 사람들과 상황들로 이러한 불만족감이 확대되기 쉽다.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이유는 과연 뭘까? 게으른 성격이나 습관 때문만 일까? 부지런해지면 과연 미루는 행위를 중단하게 될까? 이러한 미룸의 원인을 게으름이 아닌, 정서적 불안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다. 다시 말해, 불안하기 때문에 할 일을 미루게 되고, 악순환 구조가 되면서 게으른 성격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의 욕구를 충족하기 보다는 타자(성장과정에서는 대개 부모)의 욕망이나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기 위한 환경에 노출될수록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게 되고 과도하게 높은 기준이나 완벽주의 성향이 강화되기 쉽다. 이로 인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내지 못할 때의 실패나 무가치감을 피하기 위해 미루는 행위를 선택하는 것은 최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미룸을 단순한 게으름 습관이 아닌 은폐된 불안으로도 해석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른바 은폐된 불안이라고도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룸’을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마음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불안에 대해 잘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하다(때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불안이 무엇이고, 왜 생겨나게 된 것이며, 그 불안으로 인해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미룸으로 인한 결과에 대한 알아차림도 좋다) 말이다. 불안을 제대로 알아차리게 되면, 그 불안 자체도, 그리고 미루는 행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굳이 이러한 심리적인 기전이나 다소 심각한 방식으로 미룸의 원인과 대처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우리의 하루를 좀먹는 습관이었던 ‘미룸’, 그 작은 미룸으로 인해 하루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상상해볼까? 무언가를 미룸으로써 의욕이 떨어지고, 뭔가에 집중하는 것에 방해받았으며, 만족감의 빈도 또한 줄게 되면서 어느새 하루는 완결감이 아닌 미결감이 지배하는 하루로 막을 내린다. 불만감의 감정잔고 또한 계속 쌓여만 가겠지?



자. 그렇다면 사소한 완결감을 일상에 도입해보는 건 어떨까? 가령, 정해진 알람 소리에 기상하는 것을 미루지 않고, 벗어놓은 옷가지를 정리하는 것을 미루지 않기 등 말이다. 미결감이 아닌 완결감을 선택해보자는 것이다. 미루지 않는 이러한 행동은 일상의 의욕을 조금 더 상승시키고, 무언가에 스스로를 더 집중하게 하며, 작은 만족감의 빈도를 늘려갈 수도 있다. 놀랍게도 이러한 일상의 사소한 만족감은 그날 하루, 자신과 주변사람, 그리고 주변 상황에게까지 자신도 모르게 긍정적인 정서를 전파할 수도 있다.



“순간순간의 성실한 최선이 반집의 승리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순간을 놓친다는 건 전체를 잃고 패배하는 걸 의미한다. 당신은 언제부터 순간을 잃게 된 겁니까?“ 몇 년 전 크게 유행했던 한 드라마 「미생」에서 나오는 대사의 한 구절이다.



그렇다. 순간의 선택이 모여 우리의 삶과 인생이 된다. 인생은 우리 자신이 집중한 것들, 즉 미루지 않은 것들의 총합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미생과 완생 사이에 바로 그 ‘미룸’이 있다.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전남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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