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구가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 주민 명예통장단의 활동이 코로나 시대에 주목받고 있다.

24일 광산구에 따르면 외국인 주민 명예통장 제도는 광산구에 거주하는 노동자와 이주여성 등 외국인 주민을 돕기 위한 제도다.

이주여성, 노동자, 고려인, 유학생 등 외국인 주민 2만 3,000여명이 살고 있는 광산구는 대표적인 다문화도시다. 이들이 늘면서 가족관계등록, 변경 신고 또는 고용, 임금 등과 관련된 행정민원, 체류지 변경 신고도 증가했지만, 한국어에 서툴러 관공서 업무처리에 애로가 컸다.

현재 9개국 15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3년 동안 민원과 관련된 통역 콜 서비스, 통·번역 활동 약 2,000건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 주민의 안정적 정착과 생활편의 향상을 도모하고 지역주민의 다문화 수용성 확산을 위한 활동을 통해 따뜻한 지역공동체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의 활약은 특히 코로나 시대를 맞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발생 초기부터 9개국 언어로 개인 방역수칙과 집합금지 지침 등을 SNS로 전파하며 바이러스 확산 차단에 힘을 모았다.

또 해외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의무화 조치가 시작되자, 매칭 공무원을 도와 입국 외국인의 격리, 검역, 진료 안내를 비롯해 일일 모니터링을 전담하는 ‘다국어 통역단’도 명예통장단이 주축이 되어 운영 중이다. 광산구 다국어 통역단은 지난해 행정안전부 주관 외국인주민지원 우수 시책으로 표창을 받았다.

지난 1월 말 외국인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 선제검사에서도 이들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특정지역에서 들어온 외국인 주민이 잇달아 코로나 19 확진판정을 받자 광산구는 외국인 주민에 대한 선제검사에 나섰는데, 초기에는 확진판정 후 받게 될 불이익을 우려해 참여율이 저조했다.

이에 명예통장단은 그간 쌓은 신뢰와 소통채널을 통해 검사 독려에 나섰다. 러시아, 베트남, 태국 등 7개국 언어로 안내문을 제작해 배포하고, 현장 통역을 지원하는 한편, 검사를 기피하는 노동자들을 설득했다. 익명성 보장, 생활비 지원, 입원·격리시 휴가비 지급 등 지원대책을 마련한 광산구와 다문화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선제검사는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고, 검사자 전원 음성판정을 받아 지역사회 안전을 지켰다.

이들은 2018년부터 실시한 ‘통역 콜 서비스’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9개국 언어로 혼인, 출생, 체류지 변경 신고 등을 돕는 제도다.

김삼호 구청장은 “코로나 시대 공동체 안전을 위해 지역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더욱 중요함을 확인하고 있다. 명예통장단 운영은 외국인 거버넌스의 대표적인 사례로, 코로나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행복한 다문화공동체를 위한 소통의 장이 됐다”며 “구민 5.5%를 차지할 만큼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 주민과 함께 안전하고 행복한 광산구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윤영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