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전두환, 더이상 광주를 우롱하지 말라
2021년 05월 16일(일) 22:02
강성수 논설실장 겸 월간국장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가 항소심 첫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아 지역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전씨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전씨는 지난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 목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의 법정 불출석을 두고 지역 법조계에서는 본인이 항소한 재판에도 나오지 않는 것은 재판부를 경시하는 처사라는 점에서 향후 심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5·18단체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사과는커녕 5·18에 대해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전씨의 행동에 공분하고 있다.

-항소심 첫 공판 불출석

전씨는 지난 10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불출석했다. 전씨 측 변호인은 형사소송법을 거론하며 법리상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재판 진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장거리 이동과 경호인력 동원 등 사회적 불편을 고려해 피고인 출석 없이 재판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무고한 광주시민을 잔혹하게 살해한 책임이 있음에도 사죄하지 않고, 심지어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고록을 펴낸 것에 대한 형을 정하는 재판인 만큼 불출석 허가는 특혜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검찰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불출석 재판을 수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과 공소사실 및 항소이유 확인 등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공판기일을 오는 24일 오후 2시로 연기했다. 이 같은 재판부의 결정에 변호인은 법정을 나서면서 다음 재판에도 전씨가 출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향후 이를 둘러싼 공방을 예고했다.

전씨의 법정 불출석은 비단 이번 재판만이 아니었다. 2018년 5월 불구속기소 이후 재판 준비를 이유로 두 차례 연기를 신청했고, 2018년 8월 27일과 2019년 1월 7일 공판기일에 건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담당 재판부는 2회 연속 불출석한 전씨에게 구인장을 발부했고, 2019년 3월 처음으로 광주 법정에 출석했다.

전씨가 항소심 첫 재판부터 출석하지 않자 5·18 단체들은 법원과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즉각 구속’을 촉구했다. 일각에선 역사의 죄인이 죄를 뉘우치지는 못할망정 재판부와 광주를 우롱하는 현실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역사회에서는 전씨가 출석을 계속 거부한다면 정의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라도 구속영장을 발부해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재판부는 2차에서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선고를 내리겠다는 의견을 변호인 측에 고지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다음 기일에도 불출석 취지 발언을 해 억측이 무성하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전씨가 변론권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으론 재판부가 설마 고령의 피고인을 법정구속까지 하겠느냐는 얘기부터 구속 없는 상태의 아무리 높은 형량이 선고돼도 무시하면 그만이라는 속내가 분명하다는 추론까지 다양하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도 항소심 재판이 열린 이날 국립5·18민주묘지 참배에 앞서 전씨를 향해 직접 사죄를 촉구했다. 이들은 전씨가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명확히 밝히고, 광주시민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날 행보는 지난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무릎 사과’에 이은 파격적인 모습이다. 더구나 옛 민주정의당과 민주자유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등 보수정당 계보를 잇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5·18 사죄 마지막 기회

국민의힘 의원들마저 진정한 사과를 촉구하는 마당에 전씨는 사죄는 고사하고 지역 민심은 안중에도 없다.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도 모자랄 판에 고개를 뻣뻣이 들고 취재진에게 ‘왜 이래’를 외치며 법정으로 들어갔던 지난해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천인공노할 짓을 해놓고도 낯부끄러운 줄 모르는 철면피란 말인가.

재판부를 우롱하고 광주를 기만하는 전씨의 행동을 보며 정말 뻔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진정 떳떳하다면 재판정에 출석해 시시비비를 가리면 될 일을 이를 피하면서 궤변으로 일관하며 나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게 합당한 것인지 전씨에게 묻고 싶다.
/강성수 논설실장 겸 월간국장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