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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광주교도소 터에 초고층아파트 짓는다고?

강성수 편집국장

2021년 06월 13일(일) 18:56
5·18 사적지 제22호인 옛 광주교도소 터에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옛 교도소부지 내 '민주·인권 테마파크' 조성비용 조달을 위해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침 때문이다. 광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난개발도 물론 문제지만 5·18 역사 현장이 훼손된다는 점에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옛 광주교도소 부지 테마파크 사업은 민주화운동의 상흔이 배어있는 곳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그런데 기재부는 개발이익 환수를 위해 전체 부지의 16%가량인 1만5,000㎡에 30층 이상의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10월 광주시에 역사공원 지정을 해제하는 도시기본계획 변경신청서를 제출했다. 부지 일부를 민간에 팔아 그 자금으로 민주·인권 기념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무늬만 민주·인권 테마파크

5·18단체와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5·18단체는 민중항쟁 역사가 살아있는 현장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도 성명을 내고 대선공약으로 광주교도소를 민주·인권 기념공원으로 개발하겠다고 제시했던 문재인 정부가 초고층아파트 개발사업으로 암매장하려 한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부지 매각대금으로 사업을 진행하려는 것 자체가 5월 정신 계승과 사적지 보존이라는 명분과 취지에 엇박자를 보이는 반쪽짜리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시 역시 입장문을 통해 반대의 뜻을 천명했다. 시는 주상복합용지 건설 등 수익사업으로 민주·인권 기념파크를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업부지를 정부로부터 무상 양여받아 광주시 주체로 추진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구했다.

정치권도 거들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성명을 통해 옛 광주교도소 자리에 주상복합아파트를 건립하는 것은 수익에만 집착한 땅장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고층아파트로 주변 경관을 해치고 역사적 의미가 퇴행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지역사회에서는 사업을 원안대로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애초 정부의 약속과 취지에 부합하고 5·18 시대정신 구현을 위해 온전한 '민주·인권파크'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재부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무늬만 민주·인권파크일 뿐 사실상 대규모 아파트 난개발 지역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옛 광주교도소는 5·18민중항쟁의 한과 아픔이 서려 있는 곳이다. 5·18 당시 계엄군의 무차별 사격과 암매장이 자행됐던 장소다. 또 5·18 이후 진실을 알리기 위해 신군부와 맞섰던 수많은 민주 인사들이 투옥돼 고문을 받았던 트라우마 현장이다. 이런 의미를 안고 있는 부지를 매각해 개발이익금으로 사적지를 복원하는 것이 오월 정신 계승이라는 당초 목적에 부합하겠는가.

더구나 민주·인권 테마파크 계획 자체가 난개발로 변질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우리는 더 이상 역사 앞에 잘못된 선택을 해선 안 된다. 오월 정신을 담은 '민주·인권 테마파크' 조성은 역사적 당위이자 시대적 요청이다. 광주시민들은 옛 교도소가 5·18을 기억하고, 역사를 간직하는 추모공간으로 재탄생하길 희망한다.

옛 광주교도소 기념공원 조성사업은 대통령 공약사업인 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정부는 5·18정신 계승 사업에 수익성과 효율성 등 경제성만을 추구해선 결코 안 된다. 백년대계를 세운다는 마음으로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는 얘기다.



-5·18 정신 훼손돼선 안돼

5·18은 기억되고 반드시 승화돼야 할 대동정신이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향해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발자취이기도 하다. 이런 5월 정신을 계승하자는 사업에 5·18의 역사를 파묻고 훼손하는 일이 촛불 혁명으로 수립된 문재인 정부에서 자행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광주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묻고 싶다. 이것이 5·18항쟁을 헌법정신으로 삼겠다는 정부 기조에서 나올 법한 발상인가라고. 그리고 시대적 당위성과 광주시민들의 염원을 묵살한 채 아파트 개발사업을 꼭 추진해야만 하는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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