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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경의 심리학 교실] 당신이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2021년 06월 28일(월) 14:11
출처 아이클릭아트
[한은경의 심리학 교실] 당신이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글 한은경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전남센터장

의욕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다는 아들의 정신건강문제를 학교 교사로부터 전해들으며 심하게 흔들리는 어머니의 눈동자를 옆에서 바라보던 소년은 그제야 알게 되었다. 두 손을 꽉 움켜진 채로 소리 없이 격하게 요동치는 어머니의 눈동자 속에서 소년은 자신의 존재를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정작 자신의 내면에는 아무 관심도 없으면서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부끄럽게 여긴다고만 생각했던 어머니가 실제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굳이 소년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은 진행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 우리 인간이란 존재는 그러하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고도 의미 있는 존재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하고, 또 인정받고 싶어 하며, 그러한 확인과 인정이 안정되게 반복될 때 비로소 자신이 어떠한 존재인지, 그리고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해 인식하게 되고 또 안심하게 된다. 또한 자신이 하는 일, 자신이 속한 조직으로부터도 자기 자신이 정의되고, 확인되고, 인정되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타인으로부터의 확인과 인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그러한 확인과 인정이 불안정하게 주어진다면 우리의 존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자신의 존재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조건화된 상태로 받아들여지거나 버려지는 경험을 한다는 것, 직장이라는 조직과 그 구성원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배척당하거나 배신을 당한다는 것은 과연 우리의 존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일까? 정말 그런 것일까? 그럴 때 과연 우리 자신의 존재는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

그렇다면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자신의 존재에 대한 피드백 경험이 부재하고,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확신을 하지 못한 채로 불안해한다면, 이때 타인의 인정은 무엇보다 영향력이 크겠다. 설령 그것이 조건화된 가치라 할지라도 말이다(예: 저 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받아야만 나는 괜찮은 사람이 될 것이고, 칭찬을 받지 못한다면 내가 별 볼일 없는 사림이라는 것이 드러날 것이다). 지속적으로 타인으로부터의 확인과 인정을 갈구하게 되고 조금이이라도 일관성이 없을라치면 불안에 휩싸이게 될 수도 있다. 타인으로부터의 배척이나 배신은 또 어떠한가? 어떤 이는 타인과 자신은 결코 같은 존재가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타인도 자신과 같은 선택과 행동을 할 거라는 일방적인 동일시에서 배신이 잉태된다고도 했다. 자신이 타인에게 신뢰한 만큼, 기대를 한 만큼 바라지만 그러한 기대나 신의를 저버릴 때 그때 배신은 작동하게 되고, 결국 배신한 자와 배신당한 자, 그리고 배신을 방조하거나 목격한 자 모두 자신과 주변 세상에 대한 불신이 잉태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타인으로부터의 확인과 인정을 갈구한다는 것의 의미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신의 확인과 인정이 불안전하다는 것이며, 이는 곧 자신에 대한 신뢰의 정도가 취약하다는 의미이다. 만약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 자신을 기꺼이 받아들여주고 있다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인정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더 쉬울 수 있다. 또한 타인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만 보아주고, 동일시하는 오류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타인을 훨씬 더 신뢰하기 쉽고, 배신의 링안으로 굳이 들어갈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어떻게 확인하고 신뢰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 방법 보다는 타이밍일 수도 있다. 일종의 ‘아하’ 하는 통찰경험과도 같은 것으로, 스스로 조절 불가한 크나큰 변화나 상당한 고통이 찾아오는 타이밍을 통해 외려 우리는 역전승을 할 수도 있다. 결국 나의 인생 스토리는 내가 살아가는 이 삶속에서의 나의 존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있으며, 주변에 주어진 상황이나 타인의 상황을 주체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 내가 그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즉 내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어쩌면 우리 스스로의 수많은 선택에 따른 행동과 판단으로 인해 야기되는 일종의 나비효과같은 것일 게다.

끝으로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영화 한편을 소개하고 싶다. 권고사직을 거부하던 중 하청 업체로 파견을 가면 1년 후 원청으로 복귀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여주인공이 무겁디 무거운 1년의 시간을 버텨내고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그린 영화인데,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세상이 결코 자신을 부당하게 밀어낸다 할지라도 스스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자신은 지켜질 수 있는 존재임을 확인시켜 주고 싶었다고 한다. 또한 ‘스스로를 해고하지 않는’ 개인들이 모여 결국 서로의 존재를 확인해주고 인정해주는 일종의 ‘종신고용’과도 같은 신뢰사회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지금, 여러분이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한은경 박사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전남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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