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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 쓸거리가 넘쳐 고민이에요”

전남-서울교육청 추진 1기 농산어촌 유학 성료
초·중등 82명 순천·강진 등 시골 소규모 학교생활
매력 넘친 승마·생태체험 등 방과후프로그램 인기
높은 만족도‥도시·농어촌 새로운 교육모델 주목

2021년 06월 28일(월) 14:59
‘농산어촌유학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과 전라남도교육청(교육감 장석웅)
“하루 일과, 쓸거리가 넘쳐 고민이에요”

전남-서울교육청 추진 1기 농산어촌 유학 성료
초·중등 82명 순천·강진 등 시골 소규모 학교생활
매력 넘친 승마·생태체험 등 방과후프로그램 인기
높은 만족도‥도시·농어촌 새로운 교육모델 주목

전남도교육청과 서울특별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추진한 1기 전남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이 다양한 성과들을 내며 마무리됐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전남으로 유학 와 1학기를 보낸 학생들 중 절반 이상이 한 학기 더 체류를 희망하는 등 높은 만족도를 보이면서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이 도시와 농어촌의 새로운 교육모델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초등학생 66명과 중학생 16명 등 순천, 강진, 신안 등 전남의 소규모 학교로 희망 배정돼 1학기를 보낸 서울 아이들의 유학생활을 들여다봤다.


◇“자연에서 뛰놀자!” 도시에서 시골로 유학을

출처 전라남도교육청
코로나19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전남 초등학생의 1학기 평균 등교일수는 59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았다.
평균 10여일 그친 서울 초등학생보다 월등히 많은 등교일수로, 이 같은 현격한 등교 격차는 전남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 추진의 밑바탕이 됐다.
여기에 전남의 소규모 학교는 학생 수가 적다보니 자연스레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뤄져 감염병 우려를 잠재우기 쉬웠다. 현장체험이나 체육활동이 절실한 도시 아이들에게 청정 자연환경은 최적의 교육환경으로 작용했다. 실제 전남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부모들은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한 설문조사에서 ‘자연 속에서 맘껏 뛰어놀게 하려고’(27.1%), ‘자연의 변화를 느끼며 생태 감수성을 갖게 하려고’(22.9%) 참가했다고 복수 응답했다.유학 프로그램 대상은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중학교 2학년 학생이다. 이들은 전학으로 처리되며, 최소 한 학기 이상 생활한다. 매칭학교에서 소규모 개별화 수업을 받으며 전남도교육청의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친환경 식재료로 만들어지는 급식을 제공 받으며 방과 후에는 스쿨버스나 에듀택시로 등·하교한다. 거주 유형은 총 세 분류다. 학교 인근 농가에서 농가 부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생활하는 홈스테이 형태인 농가형, 유학센터에서 활동가의 보살핌을 받으며 생활하는 센터형, 가족 전체 또는 일부가 이주해 마을에서 제공하는 주택에서 함께 생활하는 형태인 가족형이다.
지원금도 지급된다. 농가형과 센터형의 경우 1인당 월 80만원으로 각 교육청이 1인당 30만원씩 지원한다. 가족체류형은 학생 수가 더 추가되는 경우 서울시교육청에서 1인당 10만원씩을 추가 지급한다.
희망할 경우 학기 단위로 연장 가능하지만 최대 1년까지다. 유학기간은 초등학생은 6학년 졸업 시까지, 중학생은 2학년까지로 제한된다.

◇지역 특색 맞춘 학교별 프로그램 인기

월등초 승마 프로그램
희망지역과 해당 지역 내 학교로 배정된 학생은 순천이 26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영암(13명)과 화순·강진(9명)이 뒤를 이었다. 곡성(8명)과 담양(6명)도 인기 유학지였다.
순천이 가장 많은 학생을 유치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교통편이다. 도시에서 벗어났음에도 대부분 시 인근을 희망하거나 서울에 남겨진 가족이 접근하기 용이한 곳을 선택하는데 KTX와 고속도로 등이 크게 작용했다.
학교별로는 낙안초등학교가 17명으로 가장 많았다. 학습수준과 정서를 고려한 맞춤형 정규교육과정도 학부모들 마음에 쏙 들었지만 잘 접할 수 없는 방과후프로그램인 승마체험 등도 매력적으로 작용했다.전남도교육청 작은학교지원팀 성진미 주무관은 “인근의 이화학당에서 8명의 아이들을 유학생으로 케어하겠다고 적극 나서 학생 수 모집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이화서당은 농가형을 포함한 유학생들에게 한문공부를 무료 제공한다. 지난 5월 ‘대한민국 서당문화한마당 대회’에서 유학생을 포함한 낙안초 학생들이 강경부문 단체전에서 장원 등을 수상하며 성과를 내기도 했다. 유학생들로 북적인 낙안초는 6월 말 연장 신청에서 무려 13명이 한 학기 더 머무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낙안에서 마치고 싶다는 생각을 밝히는 학생도 있다고 했다. 연장 신청을 하지 않은 3명은 학업과 향수병이 이유였다. 두 번째로 많은 학생을 유치한 월등초는 마을 특산물이 ‘복숭아’인 곳으로, 자연생태체험이 메인인 학교다. 해마다 월등초등학교 학생들은 복숭아나무 한 그루씩을 분양받아 ‘복숭아꽃 솎아주기’, ‘복숭아열매 봉지 씌우기’ 등 일손을 도우며 생명의 소중함을 배운다. 홍보 영상을 만들어 수확한 복숭아를 판매하기도 한다.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낼까 ‘기대’

월등초 마을프로그램 복숭아꽃 솎아주기
“옆집 개가 새끼 낳은 일이 가장 큰 이슈가 된 삶…이웃 어르신이 땅 일구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나가는 아이들, 뭐든 해보고 싶어하는 적극성 생겨 신기하죠.”
순천 이문마을에 중1, 초5, 초3 아이들과 둥지를 튼 오수정씨는 이른바 ‘교육 특구’로 불리는 강남구 서초동에서 온 학부모다. 서울 태생으로 도시 밖을 떠나본 적이 없는 그 역시 생애 처음으로 전남 땅을 밟았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비대면 수업이 진행됐는데,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크게 떨어진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체험학습이나 체육활동으로 한창 인지발달 및 사회성을 키워야할 아이들이 내복 바람으로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안쓰러웠다.
“체육수업조차 눈으로 멍하니 보고 있었다. 기가 막혀 일어서 따라하라고 하니 친구들도 다 이렇게 해요라고 대답하더라. 눈으로 하는 체육이 어디있나.”
오씨는 공부보다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수월하진 않았다. 서울에 홀로 남겨질 남편이 아니라 아이들이 거세게 반대했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드는 중학생 맏딸 윤채린(14)양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가족 전체가 주말마다 대상 지역으로 답사를 다니며 고심을 거듭했다. 전학 당일까지도 친구들과 떨어져야한다는 슬픔,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 한 학기만 다닐 경우 중도 입학해 적응해야하는 막막함 등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최근에는 본인들이 먼저 연장 의사를 밝혔다. 윤시완(10)군은 “월등초를 졸업하고 싶다. 서울에 있었을 때는 집에만 있어 일깃거리가 없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두 페이지도 쓴다”며 즐거워했다. 윤군은 방과후프로그램을 통해 배우는 승마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윤시후(12)군은 입학 후 가장 좋았던 학교 생활로 운동회와 월 2회 현장체험학습을 꼽았다. 오씨는 가장 만족하는 점에 대해 하루도 빠짐없이 등교한 점을 꼽았다. 월등초는 하루도 빠짐없이 대면수업을 진행했다. 편견이 사라진 점에 대해서도 고백했다. 소수 인원이라 하니 방치된 학생들이 있진 않을지, 권역이 다르니 수준이나 진도가 달라 자녀가 학습에 흥미를 잃는 일이 발생하진 않을지 등 다양한 우려가 있었으나 하루하루 등교하는 아이들의 얼굴이 화색이 도는 것을 보고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느꼈다.
“아이들이 앞다퉈 학교생활에 대해 말하고 싶어한다. 서울에서는 일깃거리가 없어 힘들어했는데 쓸거리가 넘쳐 고민한다.”농촌생활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무언가 낯선 소리만 나면 벌떡 일어나 나가는 아이들의 변화를 귀띔했다.
“아무래도 서울은 공급과잉이지 않나. 내 아이들이지만 물질만능주의에 젖어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배달음식도 없고, 편의점도 없다.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한정적이다. 그런데 이곳은 온통 경험해봐야하는 것들 천지다.”
34평의 집도 좁아 복닥거렸던 삼남매지만 현재는 방 한 칸, 화장실 한 칸의 작은 생활공간에 충분히 만족한다. 드넓은 자연을 벗 삼아 뛰어놀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다른 놀거리가 풍부하다. 오씨는 이번 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한편,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1기 유학생 82명 중 절반이 넘는 55명의 학생들이 1학기 연장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슬기 기자         민슬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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