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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린 세 상

대선 승리의 조건
586 질서 있는 퇴장 준비를
강남좌파 한없는 인간 욕심

2021년 07월 20일(화) 14:30
아주 오래 전 강남좌파란 말을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속된 말로 귀신 씻나락 까먹는 듯한 희한한 말이 나온다 하고 여겼다. 상류층이 꿩 먹고 알 먹고 다 하겠다는 야무진 욕심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보통 심보가 아닌 걸 했다. 대한민국 호화 지구인 강남에서 좌파를 지적 허영의 장식으로 받아들이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말을 하겠나 하는 탄식이 나왔다. 물론 강남좌파의 강남은 서울 강남지역을 직접 일컫는 것이 아닌, 상류층이란 상징적 의미지만 실제 강남인들 가운데 좌파라고 밝히는 이들이 많다.

좌파하면 왠지 배고픈 노동자들이 연상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필자를 포함한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들이 읽어온 사회과학 서적은 그렇게 묘사했고 학습이 이뤄졌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사회가, 경제가 몰라보게 발전해 강남스타일까지 히트 친 상황에서 상류층이 좌파란 정신적 주도권까지 쥐고 싶은 의지를 드러내 매우 속이 불편했다. 부르주아는 기존 사회계급 좌표 상 우파로 가는 게 맞는데 좌파마저 취하려는 것은 자본주의 극단적 속성인 브랜드화 전략으로 읽혔다. 강남좌파란 어감이 왠지 고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있는 자'들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법하다.

강남좌파는 단순히 말해 한없는 인간의 욕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호화 강남(상류층)과 빈곤 좌파가 586식 사회과학 이론으론 성립되기 어렵다. 이를테면 강남좌파는 형용모순인 것이다. 이미 좌파·우파, 진보·보수의 구분법을 창밖으로 집어 던진 필자에겐 이런 식의 용어가 의미 없지만, 씁쓸할 뿐이다. 필자는 당찮은 욕심 표출을 인간이든 조직이든 근본적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좌든 우든, 진보든, 보수든 그것은 포장일 뿐 심연에 깔린 욕심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어느 정치인, 정당이 진보란 간판 아래 정책을 호소한다고 해도 기실 권력욕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간파되면 오래가지 못한다.

그 대표적인 게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탈원전 정책이라고 본다. 탈원전의 취지를 격하게 공감해도 현실에선 잘 먹히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탈원전 정책을 권력 유지 차원에서 붙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크게 작용한다. 탈원전의 불합리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놓지 못하는 정권이고, 이는 권력의 속성상 욕심이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다.

현재 여권을 떠받들고 있는 586은 한때 진보의 표상이었지만 강남좌파로 많이 변질됐다. 민주화세력으로 지대한 역할을 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이제 더는 아니다. 우리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온 주역이 되레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586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욕심 부리지 말고 질서 있는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인기를 얻은 데는 청년층의 지지가 컸고, 현 정부에서 586의 권력욕이 이를 추동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청년들에게 욕먹는 여당 내 586이 많지 않은가.

진영논리에 입각해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로 나누는 인식에서 벗어나 인간 심연의 욕심이란 프리즘을 통해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 더 잘 보인다.

바야흐로 대선 시즌에 갖가지 대선 관전법을 들먹이지만 욕심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대선후보들의 평가가 쉬워진다.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 광주에 내려오고, 5·18국립묘지에 참배하는 잠룡들의 발걸음에서 진정성이 묻어나는지 보길 바란다. 자기를 완전히 내려놓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할 것인가의 기준에서 보면 일부 잠룡은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런 부류는 주로 위선의 가면을 잘 쓰기에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배부른 강남좌파, 기득권을 외치는 586의 위선 장막을 걷어차고 나오는 이가 대권 고지에 가까워질 것이다.



정진탄
월간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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