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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불, 흙’ 삼요소로 만드는 수제 기와

날씨 영향 많이 받는 기와‥월 4천장 안팎 생산
숭례문, 창덕궁, 종묘 등 문화재 수리 참여

2021년 07월 27일(화) 17:05
제와장 김창대
국내 유일 제와장 김창대 “전통문화 보편화 사명”

‘물, 불, 흙’ 삼요소로 만드는 수제 기와
날씨 영향 많이 받는 기와‥월 4천장 안팎 생산
숭례문, 창덕궁, 종묘 등 문화재 수리 참여

장흥군 안양면 기산리 깊숙한 곳에 위치한 제와소에는 물 먹은 점토를 두드리는 소리가 가득하다. 세계유산인 종묘 정전 보수 공사에 납품할 기와를 제작 중이기 때문이다. 오차 범위 없는 두께와 색상을 지닌 공장제 기와를 사용해 번듯하게 지을만도 한데, 제작 기간도 오래 걸리는데다 균일하지 않은 수제 기와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국내 유일 제와장

김창대 제와장은(49)은 지난 2019년 국가무형문화재 제91호 제와장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전 보유자인 故한형준(1929~2013)제와장이 별세한지 약 3년만이기도 했고, 유일한 제자가 뒤를 이어 더욱 뜻깊었다. 문하에서 20여년간 전통 제작 방식 기술을 전수 받은 그는 문화재청이 실시한 심사에서 공정 재현의 전통성과 기와 성형의 숙련도, 전통가마, 도구에 대한 이해도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종목에 대한 이해도, 교수능력, 심층기량 평가 등 기와제작 전체 공정에서도 이견 없이 인정 받았다.처음부터 제와 일에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도자를 전공했던 김 제와장은 97년도 부산디자인고에 재직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본 한형준 제와장의 다큐멘터리가 운명의 뒤흔들어놓았다.“스승님에 대한 다큐를 보고 무작정 내려가 만나뵌 게 첫 만남이었죠.”만 18세 나이에 전국기능경기대회 도자 종목 금메달을 거머쥘 정도로 남다른 재능과 자신감이 있었던 그였지만 제와 일은 전혀 다른 세계였다. 기와가 될 흙을 채취하는 일부터 구와질(흙속 불순물과 이물질을 골라내는 과정), 발반죽 등 기본재료를 만드는 일부터 장인의 기술력이 가감없이 발휘됐다. 낡고 좁은 가마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은 경외롭다는 말이 걸맞았다. 20대의 패기 넘치던 한 청년을 전남의 어느 한 시골 노인이 기세 좋게 눌러버린 형국이었다. 주말마다 내려다니며 간곡히 배움을 청했지만 한형준 선생은 매몰차게 거절하기 일쑤였다. “밥벌이도 안 된다”는게 이유였다. 김 제와장은 가르치는 사람의 마음을 여는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밭일부터 했다. 거들떠보지도 않던 선생은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김 제와장은 배울수록 아쉬운 마음에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오기가 생겨 재직 중이던 학교까지 사직하고는 본격적으로 작업장에 눌러 앉아 곁을 지켰다. 이후 한국전통문화대학에서 전통공예, 고고학 등 전통문화에 대해 면밀히 공부했다. 5년 뒤 2009년 전수교육조교가 된 이후에는 국보 제1호 숭례문 복구와 보물 제1763호 창덕궁, 창경궁 내 숭문당 등 문화재 복원 현장을 직접 지휘하고 참여하는 등 착실히 제와장 역할을 해냈다.

성형 작업 중인 전수자들
◇ 날씨 영향 큰 수제기와, 月 약 4,000개 생산

오직 물과 흙, 불로만 만들어지는 전통기와는 좋은 재료가 기본이다. 질(바탕 흙)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주와 부안, 영암과 장흥, 하동 등지에서 유기물, 모래성분, 철분 등이 다분한 흙을 공수해 섞어야 한다. 검은색, 노란색, 붉은색, 흰색 등 다양한 색을 띤 흙이 섞여야 기와가 될 자격을 얻는다. 질이 만들어지면 괭이로 구와질을 해 흙속에 있는 불순물과 이물질 등을 제거한다. 그뒤 구와질과 발을 이용한 반죽, 담무락 작업을 거친다. 나무로 만든 와통에 흙판을 붙이고 바대질(문양 넣기나 흙 다짐)을 한다. 바대질은 문양을 찍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조금 더 단단하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곳도 신경썼던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이후 기와 끝 면을 두드려 곡선 모양을 만드는 건장치기 과정 등을 거쳐 2~3일간 건조한 뒤 드디어 가마에 불을 넣는다. 땔감은 불에 따라 다르게 사용한다. 작은 불일 때는 편백, 큰불일 때는 송진이 많은 소나무(육송)을 사용한다. 가마는 말림불과 막음불이 중요하다. 연기가 빠져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밤낮을 지킨다. 그렇게 지킨 내부는 1,100도까지 오른다. 기와가 구워지려면 70~80시간 정도가 걸린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불거나 비 오는 날 전후로는 가마를 피우지 못한다. 갖은 고생 끝에 갓 구워낸 기와는 오묘한 회색빛이 감돈다. 가마 속 열기에 색이 자연스럽게 입혀지기 때문에 조금씩 다르다. 기와를 덮는 번와장이 있는 이유기도 하다. 공장제 기와처럼 일정한 색을 갖지 않는다. 대신 하루를 담고, 사계절을 오롯이 머금는다.
“수제기와는 비가 오면 그 운치가 두드러지는데, 삼색이 나와 오묘하게 자연과 어우러진다.”김 제와장은 한달간 약 4,000개 정도를 생산하는데 목표를 둔다고 말했다. 공장제 기와는 하루에 3~4만장 찍어내지만 일일이 손으로 두드려 만드는데다 쪼개는 것까지 사람 손을 타니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암막새 제작과정
◇ 공장제와 수제, 각각 쓰임새 달라

현재 김 제와장과 동료(제자)들은 약 30년 만에 진행하는 국보 제227호 종묘 정전 수리에 들어갈 기와를 제작 중이다. 1990년 정전을 수리할 당시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에서 앞쪽에는 색상이 검고 균일한 공장제 기와를 쓰고, 뒤쪽에는 전통 수제 기와를 배치했는데, 공장제 기와가 나무에 가하는 하중이 높아 앞쪽으로 쏠린 상태다. 김 제와장은 “공장제 기와는 균일하고 압축률이 높아 강도가 높지만 나무에 가하는 하중 때문에 문화재 보수나 한옥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공장제 기와가 번듯하게 좋아보이지만 수제기와 차이가 난다. 수제 기와는 직접 사람이 발로 이긴 뒤 수천번을 두드려 만들기 때문에 틈 사이 공기가 들어가 흡수율이 높고, 습기를 빨아들인 뒤 내뱉는 성질이 있어 통기성 면에서 우수하다. 또 압축률면에서도 우수하다. 공장제보다 더 가벼워 지붕에 얹기 좋다.
궁능유적본부는 2022년까지 전면 수제 기와로 교체할 방침이다. 그는 숭례문 복구 작업 때도 이러한 시비가 붙어 마음 고생을 했는데 “공장제 기와와 수제 기와 쓰임이 다른 것 뿐”이라며 논란을 일축시켰다. 수제 기와에 대한 우수성이 세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납품 주문이 이어져 외려 터닝포인트가 됐다.

암막새 제작과정
◇ 전통문화 보편화 시킬 것

김 제와장은 인터뷰 내내 본인보다 함께 하는 이들을 조명해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현장에 있는 이들로 인해 무형문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게 이유였다. 그는 전통 방식을 후대에 잇기 위해서는 과거 한형준 선생과 자신의 관계보다는 동료의식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승님은 맑은 옹달샘 같은 분이었습니다. 저는 그 옹달샘을 발견한 자로서 흐르길 바라는 겁니다.”
한형준 선생은 제와장 그 자체였다. 말 그대로, 제와장 그 자체이기만 했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장인이었지만 보편화 시키는데에는 관심 밖이었다. 김 제와장은 다음 세대가 안정적인 작업 여건에서 작업하고, 수제 기와를 보편화 시켜 일정한 수입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저는 무형문화재로서 전통방식을 후대로 이어야하는 사명도 있지만, 보편화 시킬 역할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 갈래로 뿌리내리는 생태계 역할을 도맡겠다는 것이다. 그는 전통을 지키고 명맥을 이어가야하지만 끊임없이 가치를 되새길 수 있도록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하나의 사례가 바로 잡상을 이용한 장식품이다. 잡상은 장식기와 종류 중 하나로, 기와지붕의 추녀마루 위에 있는 토우다. 나무로 지은 목조 건물의 화재를 예방하고 액을 막아주는 주술적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집안 장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 크기로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김 제와장은 작업장을 안정적으로 재정비하고, 수제기와를 보편화 시켜 이들의 수입 증대로 이루어 질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기와는 효율적이고 가치 지향적입니다. 튼튼하죠.”
김 제와장은 또 하나 보여줄게 있다며 완성된 기와를 두드렸다. 잘 구워진 기와에서는 맑은 종소리가 났다. 스승이 별세한 이후에도 기와 주문이 끊이지 않고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데에는 그의 우직한 성격과 승부욕, 무엇보다 기와에 대한 사랑이 한몫했다.
민슬기 기자         민슬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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