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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린 세 상

대중교통 버스 속 심리학
비매너·비상식적인 행동
배려·겸손 가치 갈수록 긴요

2021년 08월 22일(일) 18:14
대중교통 버스를 타면 스토리텔링이 있다. 한 10분쯤 타고 있으면 얘깃거리가 풍부해진다. 승객들의 다양한 제스처와 행동양식이 드러나 지루하지 않다. 탑승하기 전부터 휴대폰 통화를 하며 올라 탄 승객은 요금 단말기에 카드를 태그하고 자리에 이동한 뒤에도 연신 통화하는가 하면, 승차 도중 자기가 요금 단말기에 카드를 태그했는지 안 했는지조차 몰라 나중에 버스 운전기사에게 그 여부를 묻는 승객도 있다. 통화에 열중한 나머지 일어난 해프닝이다.

또 어떤 이는 좌석에서 가만히 있다가 휴대폰 벨(대부분 트롯 멜로디)이 울리면 흡사 자기 안방에 앉아 있는 것처럼 소리를 내지르며 대화한다. 더 재미있는 경우는 통화하고서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주변 사람들에게 연쇄적으로 전화를 걸어 일이든, 안부든 마구 묻고 답하는 것이다.

이 정도는 약과인 사례도 있다. 친밀한 두 사람이 나란히 자리에 앉아 버스 운행 내내 집안 얘기며 먹는 얘기며 시시콜콜한 내용을 떠벌이는 것이다. 다른 승객들이 듣거나 말거나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아니 오히려 즐기는 듯이 큰 소리로 얘기를 주고받는다.

그런가 하면 얄궂은 승객이 나타난다. 바로 옆 좌석에 앉은 승객의 겉옷 일부를 깔고 앉았음에도 태연한 모습이다. 미안하다는 눈인사나 표정도 짓지 않는다. 하기야 종종 술에 취해 버스 운전기사에게 욕하거나 구타하는 못된 이들이 있으니 이 정도는 새 발의 피일 수 있겠다.

이런 대부분의 비매너 또는 비상식, 몰상식한 행동은 버스 이용자면 누구나 한 번쯤 접하는 풍경일 것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어차피 우리 자신도 그런 무례한 통화나 비매너를 보였을 때가 있었을 것이니 그냥 좋게 봐줘야 할까. 그게 과연 온당할까.

코로나19 사태 이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승객에게 버스 운전기사가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지시 또는 호통을 치는 일이 빈번하다. 앞으로 마스크뿐 아니라 승객들의 이 같은 비매너나 상식에 반하는 행동에 대해서도 강력 대응하면 어떨까 한다. 말도 안 되게 큰 소리로 통화하거나 장시간 대화하는 승객들을 제지할 권한을 버스 운전기사에게 제도적으로 부여했으면 하는 것이다.

꼴불견 승객들의 산재는 개인적인 성향으로 돌리기엔 그 폭이 너무 커서 우리 사회의 발달이 아직은 원만치 못하기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의 축적, 또는 물질적 풍요는 어느 정도 달성했으나 그에 걸맞은 매너가 동반 상승하지 못한 것이다. 마치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면서 대충 끼어들기, 아무렇게 주차하는 얌체족 또는 졸부의 근성처럼 말이다.

때는 4차 산업혁명을 논의하는 중인데 우리 심리 밑바닥엔 원시성을 벗어나지 못한, 안타까운 측면이다. 힘이 센 놈이, 좀 있는 놈이 우쭐대거나 내가 내 전화로, 내 입으로 대화하는데 다른 승객들이 뭔 상관이야 하는 게 자연스러운 사회 분위기라면 분명 문제가 있다. 자동차와 통신기기 등이 날로 첨단화되고 있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우리의 정신 또는 마음 상태가 세련되기는커녕 오염돼간다면 '살 만한 사회'를 가까운 미래에 기대하기 어렵다.

인공지능(AI)이 출현하는 와중에 느닷없이 코로나19가 발생한 이유는 뭘까 고민해봤음직하다. 코로나19는 4차 산업혁명의 '카메오'(cameo)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간 삶 질서를 전복하다시피 한 전무후무한 괴물이다. 그 괴물을 난쟁이로 만드는 일은 우리 인간에게 달렸는데 의외로 쉬운 곳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배려와 겸손이란 고유한 인간성을 증진해간다면 틀림없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맥을 못 출 것이라고 확신한다.

코로나19는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길을 훼방하는 놈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시대에 맞는 인간형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우리를 연마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을 위해 마스크 하나 쓰는 일부터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논쟁 등 새삼 삶의 환경을 재정립 하는 계기를 맞고 있다. 제 욕심만 차리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줄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과 양립 가능한 사회가 불가능할 수 있다. 대중교통 버스는 뭇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고 거기에서 맹아적이긴 하지만 배려와 겸손이 깃들지 않으면 디스토피아(Dystopia)가 도래할 수 있음을 본다고 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정진탄
월간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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