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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공동체는 어떤 삶을 살고 있나

시민 삶의 행복 위한 노력
지속 가능한 삶의 조건

2021년 09월 05일(일) 18:14
지금 친문으로 불리는 세력이 대학을 다니던 시절 열띤 공부 주제가 있었다.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발전 단계에 있느냐는 사회구성체 논쟁으로, 당시 거의 모든 사회과학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사회발전 단계가 식민지 반봉건이냐,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냐를 놓고 진영 간 이론적인 싸움이 있었고 운동의 대오를 이뤘다. 지금도 그 후예들이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이론은 퇴물이 된지 오래다.

새삼 이 시점에서 그 당시 이론적 흐름을 꺼낸 것은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을 포함해 국가의 역할론과 관련한 대선후보들의 주장과 논쟁이 있어서다. 청년의 삶과 주거에까지 국가의 책임이 확장하고 있지만 지원 방식과 실행 여부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

얘기를 삼천포로 빠져 해보자. 사회복지시설에 있는 장애인이나 청소년들은 치킨과 피자를 싫어한다고 한다. 이런 시설을 방문하는 이들이 갖고 오는 음식 대부분이 치킨과 피자여서 신물이 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벤트성 음식이 아닌 삶의 의지를 북돋워주는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같은 그 '무엇'인데 말이다.

같은 얘기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위해 일시적인 지원금 지급이 나쁘지 않으나 그런 식으론 안 된다. 치킨과 피자를 주는 것과 진배없다. 그들의 고통에 귀 기울여주고 의욕을 불태울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 국가가 해줘야 하는 것은 얼마간의 버틸 자금을 주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삶을 갖게 하는 그 '무엇'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것이다.

그 '무엇'의 제공은 국가뿐 아니라 지방정부에도 해당된다. 자체 예산을 풀어 코로나19 취약계층을 돌보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일 뿐이다. 그런 것 이외에 침묵하는 다수, 소시민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을 그 '무엇'을 고민해야 한다. 시민의 행복을 신경 쓰는 행정 당국이라면 이 물음에 답해야 한다. 쉽게 말해 시민의 삶을 즐겁게 해주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광주지역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대형유통 업체 또는 복합쇼핑몰 유치도 이 같은 시각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시 한 번 얘기를 다른 데로 돌려보자. 요리연구가 백종원씨가 30년 전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이니 하는 사회구성체 논쟁 시절에 짠 하고 나타났다고 한다면 별 인기가 없었을 것이다. 사회분위기가 투쟁으로 어두웠는데 요리연구가가 등장해서 반향을 일으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한 30년 뒤 정치와 사회와 경제와 문화가 확 바뀐 시대에 백씨가 활보하며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 쾌남형에 따뜻한 이미지, 거기에 현대인의 행복 요소인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데 왜 그렇지 않겠는가. 다른 얘기가 아니라 백씨는 당대를 살고 있는 이들에게 힐링 비슷한 그 '무엇'을 제공하기에 주목의 대상이다. 개인이 아닌 집단 차원으로 넘어가도 마찬가지다. 광주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기관과 집단이 여럿 있을 수 있겠지만 광주시가 그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들을 위해 이런저런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진정으로 시민이 원하는 그 '무엇'을 찾아 주는가. 다시 말해 재난지원금 같은 것 말고 일반 시민의 행복과 삶의 윤택을 위해 그 '무엇'을 제공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없는 것처럼 광주시도 만능 기관이 아니다. 그러나 백종원씨 같은 캐릭터가 발산하는 힐링 비슷한 그 '무엇'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요구된다.

시민의 안녕과 복지, 행복을 거들어주는 곳이 행정 당국이 아닌가. 지역전략 산업 유치와 성공으로 시민들의 '아랫목'을 따뜻하게 하는 것도 매우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침묵하는 다수가 정처 없이 무미건조한 도시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광주시민들이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가다.

궁극적인 미래 전략산업은 인공지능(AI) 같은 차원을 뛰어넘는다. 그것은 마음을 움직이고 얻는 일이며 공유하는 것이다. 한국 현대 자본주의도 진즉에 '천민자본'이란 오명을 벗고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에 맞춰 변형하며 그 흐름을 타고 있지 않은가. 이 또한 시민의 마음과 연결되는 것이다. 그 '무엇'을 줘야 한다.



정진탄
월간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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