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은 제575돌 한글날이다. 우리 글자의 우수성을 기리고 우리말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되새겨보는 국경일이다.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아름다움을 생각케 하는 박희홍 시인의 우리말 시 2편을 소개한다.

박 시인은 “나랏말은 정신이자 국력인데 요즘 우리말은 줄임말과 비속어가 너무 많아 안타깝다. 필요 이상의 외래어도 남발되고 있다.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의 훌륭함과 아름다움을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 시인은 대한문학세계(2016)로 등단했으며, 대한문인협회 광주전남지회·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 해포 이웃*



윤똑똑이*가 그늘 쉼터에서

지나가는 아낙을 보고

모도리*를 떠올릴 때

벼락바람*에 얼빠졌다



긴가민가하여

막, 말을 붙여보려는데

헛바람* 따라 힁허케* 가버려

눈은 멀고 빼죽 내민 입 굳어버렸다



서운한 마음에 터벅거리다

고추바람*에 오들오들 떨며

비척걸음*에 돌아와

핫이불 위에 벌러덩 쓰러진다



불현듯 스쳐 지나간 그미

득한* 날씨에 고뿔*에 걸리지 않았을까

헤살* 궂은 바람 탓하며 속생각*에

가슴앓이로 몸이 매시근하다*

..............

* 해포이웃 : 오랫동안 가깝게 지낸 이웃.(우리말 샘)

* 윤똑똑이 : 자기만 혼자 잘나고 영악한 체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 모도리 : 빈틈없이 아주 여무진 사람.

* 벼락바람: 갑자기 휘몰아치는 바람

* 헛바람 : 쓸데없이 부는 바람

* 힁허케 : ‘휭하니’를 예스럽게 이르는 말. 중도에서 지체하지 아니하고 곧장 빠르게 가는 모양

* 고추바람: 살을 에는 듯 매섭게 부는 차가운 바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비척걸음 :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면서 걷는 걸음.

* 득하다 :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다.

* 고뿔 : ‘감기’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 헤살 : 일을 짓궂게 훼방함. 또는 그런 짓.

* 속생각: 남모르게 마음속으로 하고 있는 생각.

* 매시근하다 : 기운이 없고 나른하다.



■ 곱씹는 아쉬움



나라를 지키라는 부름을 받고

젊은 무리에 뒤섞여 들어가는

걸음걸이야 의젓하였으나

허우룩하여* 어처구니없게도

입이 얼어붙어 말 한마디 못 하고



눈물 콧물만 훔치다가 왔더니

마음이 조마조마 뒤숭숭하여

이리저리 꼬리 무는, 데생각*에

해맑은 아들이 눈에 삼삼하여

밤이 이슥토록* 잠을 잊었다



마음에 두고서도 꾀꾀로* 하지 못한 말

텅 빈 가슴에 텅 빈 그리움으로

불을 밝혀 무릎 꿇고 두 손 모았더니

뒷마음*이 느즈러져* 영산 오르니*

시름이 사라져 자크르하다*

..............

* 허우룩하다 : 마음이 텅 빈 것같이 허전하고 서운하다.

* 데생각 : 찬찬히 규모 있게 하지 아니하고 얼치기로 어설프게 하는 생각.

* 이슥하다: 밤이 꽤 깊다. 지난 시간이 얼마간 오래다.

* 꾀꾀로 : 가끔가끔 틈을 타서 살그머니

* 뒷마음 : 어떤 일이 끝난 뒤에 가지게 되는 마음이나 생각

* 느즈러지다 : 긴장이 풀려 느긋하게 되다.

* 영산오르다 : (속된 말로)흥이 일어나 기분이 몹시 좋아지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 자크르하다 : 정도에 딱 알맞게 좋다.(우리말샘/고려대 한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