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길용현 기자] 기상 여건 등 작황 호조로 올해 쌀농사 풍년이 예상되고 있으나, 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전남지역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10% 이상 큰 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쌀 가격 폭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이에 농민들은 과잉생산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선제적 시장격리 등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19일 전남도와 농협전남본부 등에 따르면 올해 전남지역 배 재배면적은 15만4,35ha로 전년 대비 795ha(0.5%)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예상 생산량은 76만5,000톤으로 전년대비 7만7,000톤(11.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전국 상황도 마찬가지로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은 382만톤으로 전년대비 31만톤(8.8%)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1인당 쌀 소비랑 감소세가 지속됨에 따라 산곡 수요량은 354만톤으로 예측돼 총 공급 과잉량은 28만톤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 구곡 시장방출, 소비감소 등이 겹쳐 농협전남본부의 쌀 재고량도 1만6,000톤으로 지난해 대비 1만톤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과잉생산과 소비부진으로 인한 쌀값 하락 우려는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수확기 쌀값은 80㎏ 정곡이 21만6,484원이었으며, 올해 9월 25일 현재 쌀값은 21만5,264원대로 점차 하락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5회에 걸쳐 관리양곡 31만톤을 공매해 산지유통업체 재고량이 증가한 것도 쌀값 하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쌀값 폭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은 “올해는 작년에 비해 작황이 좋고, 소비량은 줄고 있다”며 “산지 쌀값이 4개월 새 6,000원 넘게 하락한데다 올해 생산량이 소비량을 초과하면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선제적 시장격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관련, 정부는 최근 쌀 수급안정을 위해 수확기 중 공공비축미 35만톤을 매입하고,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산지유통업체에 벼 매입자금(3조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다음달 15일 발표 예정인 통계청 쌀 확정 생산량과 향후 가격·수급 상황을 면밀히 살핀 후 추가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지역농협이나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중심으로 수매가를 낮추려는 동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인 만큼 선제적 시장격리 등 추가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신곡 생산량 증대와 재고누적, 수요량 등을 고려하면 올해 수확기 쌀값 하락으로 농가경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초과물량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시장격리 의지 표명과 함께 실효적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농협전남지역본부는 최근 열린 광주·전남 농협RPC운영협의회에서 제기됐던 시장격리 선제적 시행, 수확기 전 정부양곡 공매곡 방출 지양, 정부관리양곡 보관창고 개보수사업 지원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길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