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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갑질 보호법 실효성 ‘글쎄’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
택배·우편물 개별세대 배달 등 업무지시 안 돼
처우개선이 ‘우선’…“갑질 근절 방안 마련해야”

2021년 10월 21일(목) 21:52
[전남매일=최환준 기자] “가을철 낙엽청소, 겨울철 제설작업, 택배·우편물 보관 등 평소에 경비 외 업무로 해오던 것들인데, 이 일들이 합법화되는 게 경비원 처우개선이랑 무슨 상관이 있나요.”

21일부터 아파트 경비원에게 이른바 ‘갑질’을 할 경우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는 개정 공동주택관리법이 본격 시행된다.

하지만 법안에서 규정하는 업무범위가 부정확해 오히려 갈등만 양산하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또 ‘경비 외 업무’ 조항이 신설돼 실질적인 업무량만 증가하고, 정작 처우개선은 배제될 가능성은 다분하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동주택관리법 새 시행령이 이날부터 적용된다. 시행령에는 경비원이 고유의 경비업무 외에 할 수 있는 일로 낙엽청소, 제설작업, 재활용품 분리배출 정리·감시, 위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차량 이동조치와 택배·우편물 보관 등의 업무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경비원은 대리주차와 택배 물품 개별세대 배달, 개별세대 대형폐기물 수거·운반 등 개별세대 및 개인소유물 관련 업무를 할 수 없게 됐다.

이를 어기는 아파트 입주민은 지자체의 시정명령이 내려지고, 미이행 시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위반한 경비업체도 경비업 허가가 취소된다.

그동안 경비원들이 암암리에 해오던 ‘경비 외 업무’가 시행령을 통해 합법화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업무 범위가 명확해져 근무환경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비원들의 업무 강도가 이전보다 높아져 근로 환경을 개선하는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법적 규정을 악용해 입주민들이 더 무리한 업무를 지시할 수 있는 데다 여전히 ‘감시단속직’으로 분류돼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광주 북구의 아파트 경비원 A씨(64)는 “그동안 경비실에 해왔던 업무들을 하루아침에 안 할 수가 있겠냐”며 “업무를 지시하지 않더라도 ‘을’의 입장에서 아파트 내 업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노릇이고, 결국 입주민들의 불만을 사게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비일을 시작한 지 2년이 됐다는 B씨(71)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으로 아파트 순찰 업무에 다른 업무까지 추가적으로 늘어나게 됐다”며 “택배 보관 업무의 경우 입주민들의 편의상 도움을 드렸던 것인데, 2~3평에 불과한 경비실이 이제는 택배 보관 장소로 바뀌겠다. 차라리 ‘경비 외 업무’ 합법화보다는 폭언·폭행 등 갑질을 일삼는 입주민들을 제재할 수 있는 법 개정이 더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비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 대책과 폭행·폭언 등 갑질을 직접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비원에게 허드렛일을 지시하더라도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아직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찬호 광주비정규직지원센터장은 “각 아파트 단지 마다 경비원들이 하는 업무가 제각각인 상황에서 ‘경비 외 업무’로 통일된다는 것은 아파트 현장에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며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 측과의 합의를 통해 아파트 경비 업무를 일정 수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이어 “경비원 대부분은 ‘감시단속직’으로 분류돼 비정규직(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면서 “ 개정안 시행으로 경비원들의 아파트 내 업무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감시단속직에서 일반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는 지는 향후 지켜야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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