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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환경미화원이 벼슬이라고 매관매직하나
2021년 10월 28일(목) 14:08
박원우 부사장
가끔 새벽녘 길거리에서 환경미화원을 만날 때가 있다. 여름철이면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 더미를 청소차량에 올려 싣고 다음 쓰레기가 있는 곳까지 거의 뛰다시피 바쁘게 움직인다. 이렇게 쓰레기더미를 치우고 나서는 청소차량 뒤쪽에 위태롭게 매달려 다음 장소로 부랴부랴 움직인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새벽부터 환경미화원들이 부지런히 땀을 흘린 덕분에 시민들은 깨끗해진 길거리를 만날 수 있다.

그나마 여름은 악취만 참으면 일하기에는 더 수월하다고 한다. 겨울철에는 미끄러운 도로를 뛰어다니다 넘어지기도 하고, 청소차량 뒤에 매달려 가면서 맞는 칼바람이 고통스럽다고 한다. 그냥 서있어도 견디기 힘든 차가운 겨울바람을 달리는 차량 뒤에 매달려 온몸으로 맞고 있는 것이다.

-3천만원 주고받다 공무원 구속

정치인들은 선거철이 다가오면 일일 환경미화원이 돼 이들과 잠깐 동행한다. 아침 한때 길거리를 청소하고는 마치 이들의 삶을 이미 이해하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정치인들이 일일 환경미화원이 돼 보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일종의 ‘정치적인 쇼’이지만, 시민들은 이런 행위에도 호응을 보인다.

환경미화원의 업무 자체가 힘들기도 하지만 많은 시민들이 길거리를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새벽부터 애쓰는 이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들은 이들의 애환에 공감한다는 것만으로도 쇼를 하는 정치인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최근 환경미화원 채용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나주시 공무원이 구속됐다. 지난해 4월 돈을 받고 환경미화원 채용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앞서 특정인에게 3,000만원을 받은 뒤 이를 공무원에게 전달한 인사도 구속됐다. 이들 두 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환경미화원 채용 비리로 기소된 관계자들은 모두 4명에 달한다.

문제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추가 비리 행위가 드러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수사기관이 나주시청을 압수수색한 만큼 개인 비리인지, 조직적인 비리인지 곧 실체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 비리로 수사가 마무리되면 다행이지만 만일 구속된 공무원의 요청으로 인사부서까지 가담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는 조직적인 범행이 된다. 나주시 인사행정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개인 비리이던 조직적인 범죄이던 환경미화원 자리가 권세를 누리는 것도 아닌데 수천만원을 주고받았다는 게 참 개탄스럽기만 하다. 취업난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환경미화원을 하겠다는 것도 서글프지만 이런 상황을 이용해 수천만원씩 금품을 챙기고 있다는 게 한심스럽다.

하물며 환경미화원 채용과정도 이런 상황인데 다른 인사는 어찌 돼가는지 걱정이 앞선다. 공무원 승진이나 보직인사가 어디 실력만으로 이뤄졌겠느냐는 말이다.

벼슬을 사고파는 매관매직은 조선말 흥선대원군이 득세하고 고종이 왕에 오른 직후부터 성행했다. 경복궁 중수로 엄청난 비용을 마련해야 했던 왕실은 벼슬을 사고파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매관매직은 그나마 벼슬을 원하는 사람과 파는 사람 사이에 어느 정도 뜻이라도 통했지만, 원납전(願納錢)은 달랐다. 돈이 필요한 관청에서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관직을 내리고는 막무가내로 돈을 요구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매관매직이 성행하다 결국에는 관에서 먼저 돈을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빚어진 것이다.

부도덕이 일상이 되다 보니 어느새 불법조차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행됐던 당시 상황은 ‘매천야록’과 ‘채봉감별곡’ 등 여러 문헌에서 살펴볼 수 있다.

-채용 비리에 시정 신뢰도 추락

환경미화원이 벼슬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낙엽 하나를 보고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안다는 일엽지추(一葉知秋)의 뜻처럼 환경미화원의 채용 비리를 보면서 나주시 인사행정이 얼마나 어지럽게 이뤄졌을지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미화원들의 개개인을 살펴보면 누군가의 자랑스러운 아버지이고, 사랑스런 아들일 것이다. 이들이 채용과정에서 힘 있는 사람에게 줄을 서려고 얼마나 매달렸을지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여름철 악취에 시달리고 겨울철 칼바람의 고통을 이기며 살아보려고 몸부림치는 환경미화원에게서 까지 채용댓가를 챙기는 저들이 일반 공무원 인사는 얼마나 공정하게 했을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번 채용 비리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 환경미화원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한다.
/박원우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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