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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 담긴 사각틀의 세계 ‘담양우표박물관’

약 10만여점 순환 전시‥우리나라 최초 우표 원본 보유
금, 은, 구리 등 희귀재료 사용된 외국 우표 한자리

2021년 10월 28일(목) 16:04
담양 우표박물관 전경
역사와 문화 담긴 사각틀의 세계 ‘담양우표박물관’

약 10만여점 순환 전시‥우리나라 최초 우표 원본 보유
금, 은, 구리 등 희귀재료 사용된 외국 우표 한자리

정성껏 손편지를 쓴뒤 봉투에 우표를 붙여 그리운 이에게 보내본 적이 있을까? 행여 떨어질까 몇 번이나 꾹꾹 눌러 빨간 우체통에 넣던 기억. 값싼 우표 덕분에 많은 이들이 소식을 주고 받으며 애틋한 감정을 나눴다. 핸드폰과 이메일이 등장하며 자취를 감췄으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이나 뜻깊은 일을 기념하기 위해 발행되는 기념우표는 매번 완판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작은 규격이지만 종합예술품으로 고액에 거래되기도 한다. 세계 각국의 우표와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까지 한 자리서 관람할 수 있는 담양 우표박물관을 소개한다.

글·사진 민슬기 기자

◇전국 최초 민간우표박물관

지난 2015년 전남 담양군 대전면에 민간 최초의 우표 전문 박물관이 개관했다. 약 10만점의 우표는 조각가 나상국 대표와 그의 배우자인 이진하 관장이 평생에 걸쳐 모은 애장품이다. 종류가 다양한데다 보존 상태가 뛰어나 우정국에서 설립한 서울의 우표박물관에서는 우취인들에게 담양우표박물관 방문을 권하기도 한다. 전시는 시대별, 주제별로 분류 돼 있다. 각 나라별 특징이나 인쇄 기술 발달을 눈여겨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여년 전의 우표임에도 세련된 디자인과 참신한 색채는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각 나라별 우표까지 한 자리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기 있는 나라는 북한이다. 1950년대에는 북한의 인쇄기술이 우리나라보다 뛰어나 화려하고 알록달록해 가장 많은 이들이 머무는 곳이다. 이외 금, 은, 구리 등으로 만들어진 우표, 천으로 만들어진 우표, 거꾸로 인쇄 되었으나 희귀성이 더해져 비싼값에 거래되는 미국 최초의 항공우표 ‘뒤집힌 제니(1918)’ 등 원본 그대로를 인쇄 당시처럼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나 대표나 이 관장의 설명이 첨가되면 재미는 두배가 된다. 때문에 방문시에는 나 대표가 직접 제작한 10여분의 짧은 시청각 자료를 우선 관람하는 것이 좋다. 우표의 역사부터 종류, 수집 형태 등을 인지하면 보다 풍부하고 깊이 있는 관람을 할 수 있다.

◇일본 얽힌 역사적인 우표들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문위우표(1884)’는 이곳의 대표 수집품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사용된 우표인데, 미사용 우표까지 총 다섯점이 함께 걸려 있다. 애석하게도 당시의 인쇄기술이나 시설로는 납품이 어려워 일본 대장성에 의뢰해 인쇄된 우표다. 5문과 10문은 우정총국 개시일 이전 도착해 사용됐지만, 국제우편용으로 제작 주문했던 고액 우표 25문, 50문, 100문은 뒤늦게 도착한데다 갑신정변으로 인해 우정총국이 문을 닫아 미발행에 그쳤다.
이 관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임에도 일본에서 인쇄된 것이 안타깝고, 전부 사용되지 못하고 일부만 사용됐다는 점이 안타깝다”면서 “약 20여일만 사용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비운의 우표지만 다양한 역사가 얽혀있어 귀중한 사료다”고 말했다.역사가 담긴 우표는 또 있다. 일본우표에 조선우표라는 검은색 글씨를 찍어 잠용가쇄우표로 사용한 1946년도의 우표다. 1905년 한국의 통신권이 일본에 강탈당해 강제로 일본우표를 사용하게 됐던 아픈 역사다. 광복 이후에도 우표를 인쇄할 기계가 없어 남아있던 일본우표에 글씨를 찍어 얼마간 사용했다.
독도가 그려진 우표가 일본에서 반송된 일로 떠들썩했던 우표도 볼 수 있다. 1954년 일본 정부가 해당 우표가 붙은 우편물만 수령을 거부했는데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입증하는 증거로서 우표의 위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오염된 우표는 봉투째 보관 ‘우취 자료’

마을 한켠에 자리한 우표박물관이다보니 주민들은 우표가 붙은 편지만 오면 곧장 이곳을 찾는다. 우표는 보통 여러 곳을 거치며 변색되거나 지문, 도장 등으로 오염된 상태다. 훼손된 우표는 수집품이 될 수 없는데, 지역 박물관인만큼 소중히 받아 간직한다.
이 관장은 “마을 분들이 우표를 떼서 오시느라 고생하시는데, 그 마음이 정말 감사하다”며 마을 분들의 도움으로 많은 자료가 쌓였다고 웃었다. 이어 “오염된 우표는 분리하지 않고 봉투째 보관해야한다. 훗날 우취 자료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우표박물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강원도에서 수행하시는 스님이 일부러 찾아와 말레이시아 기념우표를 기증한 일도 있다. ‘말레이시아 여행 기념으로 우표 몇장을 보시’라고 써진 봉투는 아직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에피소드다. 평생 모은 우표첩을 무료로 선뜻 기증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지만, 귀중한 우표가 있으니 거액에 구매하라는 이도 있다. 소득사업이 아니기에 선뜻 구매하기 어렵지만, 박물관인만큼 필요할 시 구입해야하는 고충도 있다. 해당 우취인에게 절충안을 찾아보자며 방문을 요청해 우표를 확인했지만, 사용이 불가한 복사본이었던 에피소드도 있다.
실생활에 자주 사용되길자그만 사각틀에 주제가 함축된 우표는 시대순으로 모으면 역사가 되고, 주제별로 모으면 문화가 된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발행되고 있어 미래지향적이다. 하지만 이 관장은 보통우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현재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우체국 역시 우표 대신 요금별납 도장을 사용해 접하기 힘들다”며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우표를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고 관심을 갖게 됐으면 한다”는 마음을 전했다.손편지를 보낼 수 있는 코너에서 고부갈등을 해소한 일도 있었고, 어린 손자녀가 쓴 편지를 보곤 청주에서 동창회 겸 친구들을 데려와 향수에 젖는 이들도 있었다. 작고 값싼 우표지만 여전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국가 상징물이나 문화 척도를 넘어 전달자 역할에 충실하다. 이 관장은 담양우표박물관이 지역민과 우취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꾸준히 성장 중인만큼 더 좋은 전시로 보답하겠다 말했다.
민슬기 기자         민슬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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