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오지현 기자] 맹모삼천지교.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 세 번 이사를 했다는 일화에서 비롯한 이 말은 부모가 자식의 교육을 위해 애써야 함을 뜻한다.

그러나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 훌쩍 떠나기에 현실은 녹록치 않다. 고민만 하다 어느새 아이가 훌쩍 커버려 시기를 놓쳐버릴 때도 있다. 그렇다면 아이는 대체 어디서 키워야 할까?

많은 부모들에게 화제가 됐던 SBS 스페셜 ‘내 아이 어디서 키울까’가 책으로 출간됐다. 전문가들은 책을 통해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공간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들은 ‘환경이 바뀐다고 아이가 정말로 바뀔까’, ‘학군지에서 멀어지면 자연스럽게 대학도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등 부모라면 한 번쯤 고민했을 질문들을 짚으며 아이에게 필요한 공간을 찾아 떠난다.

책은 다양한 부모들을 만나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가장 처음으로 소개되는 곳은 전원주택을 직접 설계하고 세운 부모들이다. 도시를 탈출하며 그들의 삶은 긍정적으로 변모했으나 마냥 마음이 편하지도 않다. 학군에 대한 걱정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넓은 집과 뛰어놀 수 있는 마당 등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원래 살던 도시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부모가 너무 바빠져서, 동네에 친구가 없어서 등 아이들이 도시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환경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도시냐 시골이냐, 아파트냐 주택이냐 하는 공간 그 자체보다는 다양한 경험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이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무작정 이사를 해답으로 제시하지 않고 한정된 상황에서 아이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모가 생각하는 아이의 공간이 아닌 아이 스스로가 필요한 공간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공간의 분리’. 공간이 목적에 맞게 분리되기만 해도 아이들이 그 공간에 맞는 활동을 독립적으로 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실제로 두 가정에 이를 적용해 알맞은 방법으로 공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SBS 스페셜에서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지금, 아파트 주변에 있는 동네와 살고 있는 그 아파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차별화가 발생한다”며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자기 공간을 구축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그것을 주도적으로 찾아 나갈 수 있게 된다면 똑같은 동네에 살더라도 공간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고 말한다.

물론 정해진 답은 없고, 아이들에게 어떤 환경이 더 맞는지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이 필요한 공간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아닐까.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결국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오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