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행동의 시간이 왔다
김석환 광주스포츠과학연구소장

‘이해’ 없이는 행동과 연대도 어렵다. 재난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 코로나19 펜데믹은 인류에게 새로운 길을 가라고 충고한다. 익숙한 길에서 벗어나 공존과 연대,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가야 하는 이유다. 지난 1일 지구온난화 방지 대책을 논의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개막했다. 의장국인 영국이 정한 주제는 ‘행동과 연대 중요한 10년’이다. 2030년 ‘지구 온도 상승폭 1.5도 제한 노력’을 강조한 2015 파리협정 이후,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을 반영한 의미 있는 주제다. 행동의 시간이다.

데이터로 보는 기후위기

우리 시대를 ‘인류세(人類世)’라고 한다. 199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네덜란드의 파울 크뤼천이 2000년도에 제안한 ‘인류세’는 지질시대 최후이자 현세인 충적세(沖積世)에 이어, 인간의 환경 파괴로 지구의 지질이 변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가오는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지구적 차원의 결단과 행동이 필요하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10월 25일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또다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계 대기 중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가 2019년보다 2.5ppm 높아진 413.2ppm으로 사상 최고치였으며, 증가 폭도 지난 10년 평균(2.4ppm)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1750년)의 149% 수준인데, 이런 증가세가 계속된다면 2100년엔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7도 상승해 기후변화의 대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다.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기후변화의 속도다.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량의 70%이상은 화석에너지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에 기인한다. 따라서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는 온난화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밖에 없다. 각국이 산업부문 전반에 걸쳐 화석연료 사용을 통제하고 줄이는 거대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난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0)으로 줄여야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로 억제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이 선을 넘어서면 재앙적 자연재해, 물과 식량을 둘러싼 전쟁, 대규모 ‘기후 난민’ 발생 등 돌이킬 수 없는 지구적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기후위기 대응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됐지만, 국가별·산업별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글래스고 회의에서 탄소 배출 1위인 중국과 4위인 러시아는 불참했고, 3위인 인도는 ‘부자국가 책임론’을 외치며 비협조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각국이 내놓은 탄소 배출 감축 계획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은 파리 기후변화 협정 서명국 192개국의 탄소 배출 감축 계획을 종합 분석한 결과, 지금의 계획이 유지된다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이 2010년보다 16%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선진국 책무 잊지 말길

2018년 기준, 한국은 세계 11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한국이 선진국보다 산업화가 늦어져서 누적 배출량이 적고, 기후변화 책임도 덜하다는 생각은 틀리다. 한국은 누적 배출량(1951~2018년)으로도 세계 17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을 행동으로 실천해야 할 때다.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를 가속화 하고,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을 통한 민간 참여와 투자확대, 개도국의 탄소 중립을 지원하기 위한 기후 재원 마련 등의 실천이 필요하다.

훗날 역사는 “인류는 21세기 초 코로나19와 기후위기라는 명백한 지구의 경고를 겪고도 의미를 알아채지 못했다”고 기록할지 모른다. 시련과 고통없이 성장한 역사는 없다. 현명한 선택을 하기 바란다. 끝으로 이번 36회차 칼럼을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인사드린다. 행복한 글 감옥이었다. 지면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