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오지현 기자] 보성 출신 선안영 시인의 시조집 ‘저리 어여쁜 아홉 꼬리나 주시지’(문학들)가 출간됐다.

선안영 시인의 이번 시집은 삶에서 체득한 구체적인 언어와 시인의 탁월한 리듬감으로 구성된 총 4부 66편의 작품을 통해 현대시조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한다.

무엇보다 이 시조의 새로운 지점은 언어의 의미를 해체하기보다는 전통 서정시의 기조를 지키면서도 일상을 낯설게 보는 시선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정형시인 시조의 특장점인 절제된 언어와 리듬에 주목하며 삶의 이면을 꿰?는 언어를 3·4조의 음보에 실어 밀고 당긴다. 이와 같은 능력은 그야말로 기나긴 숙련의 시간을 견뎌야 얻을 수 있는 시인의 오랜 경험이자 재능이다.

시인은 자신으로부터, 그리고 고통스러운 현실 세계로부터 끊없이 멀어지려는 시도를 거듭하나 현실에서 고통을 겪는 몸조차 뛰어넘지 못한다. 이에 시인은 이를 버티며 초월 너머에 있는 근원, 즉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뛰어넘는 초월적 아름다움을 쫓는다. 이 아름다움에는 시-언어의 근원이 침묵의 형식으로 존재한다. 이에 시인은 자신의 유한함을 알고 시의 언어가 존재하는 초월적 세계의 무한과 영원성을 꿈꾼다. 그 곳에 진정한 시의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선안영 시인은 첫 시집 ‘초록몽유’를 펴낸 이후 ‘목이 긴 꽃병’, ‘말랑말랑한 방’, ‘거듭 나, 당신께 살러갑니다’를 펴냈다. 언어나 의미를 해체하기보다는 전통 서정시의 기조를 지키면서도 일상을 낯설게 보는 시선과 경쾌한 어조로 현대시조의 새로운 영역을 탐색해 왔다. 2008년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2018년 발견작품상을 수상했고, 2011년 서울문화재단과 2016년,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