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옛 광주적십자병원 활용 방안 찾아야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제11호인 옛 광주적십자병원의 원형 보존과 활용 방안에 대한 지역사회의 고민이 깊어진다. 얼마 전 정밀 안전진단 결과 대부분 철거가 권장되는 수준으로 나타나 원형보존으로 방향을 잡으면 일부 시설만 제한적인 활용이 가능하고, 전면적인 활용을 추진하면 대규모 보수·보강 공사로 원형 보존이 어려워진다.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실시한 결과 전체 5개 건물 중 본관동·별관·창고·영안실은 D등급, 기아보호소는 E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긴급 보수·보강, E등급(불량)은 시설물 안전 위험으로 즉각 사용 금지 및 보강 또는 개축이 필요하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철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고 보면 상식적으로 이에 따르는 것이 타당하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형 보존을 선택하면 본관동 극히 일부분만 방문자센터·헌혈의집 등으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개축하면 문화시설 등 공익성을 갖춘 공간으로 전체 활용을 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잘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보존하기 위해서, 특히 원형 보존을 위해 광주시의 공공매입(88억원)이 이뤄졌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애초 원했던 원형 보존이 어렵고 안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면 전향적인 방향으로 검토해보는 것이 권장된다. 5·18 정신이 사적지와 함께 계승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사적지 활용도 5·18 정신 계승의 연장이므로 후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쪽으로 추진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오는 4월께 5·18기념사업위원회 심의에서 결론이 날 예정인데 그 전이라도 지역 각계 의견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