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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처럼 공들여 키웠는데…가슴이 찢어집니다"

■무안 양배추 산지폐기 현장 가보니
소비부진·과잉 재배 평년보다 가격 반토막
"인건비도 못 건져"한숨…정부 대책 절실

2022년 01월 26일(수) 19:47
과잉생산으로 양배추 산지폐기를 시작한 26일 오전 무안군 해제면 만풍리 진목마을에서 농민 이모씨가 자식같이 키운 양배추를 트랙터가 갈아 엎자 고개를 돌리고 있다./김태규 기자
[전남매일=홍승현 기자] “얼마나 공들여서 키웠는데 수확도 못하고… 가슴 찢어지도록 슬픕니다.”

무안군 양배추 농가가 자식처럼 키운 농작물들을 직접 갈아엎고 있어 농심이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산지폐기 결정이 일어나는 만큼 농민들은 정부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6일 무안군 해제면 진목마을 양배추밭 일대, 푸른 작물들 앞에 서 있는 밭주인 모자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계획대로라면 한창 수확철로 바쁠 시기지만 시장격리 결정으로 애지중지 재배한 양배추들을 이날 직접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약 900평 크기의 밭에서 양배추를 재배하는 이들은 양배추값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탓에 수확을 포기하고 지난주 전남도와 군이 진행하는 시장격리(산지폐기)에 지원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밭을 바라보며 재차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아들 이모씨(29)는 기운 없이 몸이 축 늘어진 채 신발을 바꿔 신는 등 작업 준비를 마친 뒤 트랙터에 올라탔다.

시동이 걸린 트랙터는 굉음과 함께 빠른 속도로 양배추밭을 갈아엎었다.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는 종잇장처럼 찢긴 양배추 조각만 남아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밭주인 이씨는 “재배하는데 6개월 이상 걸렸지만 폐기하는 데는 30분도 안 걸린다”고 푸념했다.

폐기를 완료한 아들 또한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는지 트랙터에 내려서도 한참 동안 아수라장이 된 밭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처럼 수확을 하더라도 인건비조차 건질 수 없는 농민들이 가격 안정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산지폐기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소비부진과 과잉재배로 인해 겨울양배추의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무안군은 지난해도 가을양배추 63㏊를 산지폐기하고 현재 양파 가격도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는 등 매해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 불안정에 농민들은 항상 불안에 떨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산지폐기를 한 이모씨(60)는 “농민들이 비싸지도 않고 적당한 가격을 원할 뿐인데 산지폐기 정책으로 인해 정말 허탈하다”며 “정부 등에서 파종에서부터 계획을 세우는 등 가격조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해줬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마을 이장 노모씨(53)도 “매년 주민들이 계획을 세우고 구슬땀을 흘리며 농사를 짓는데도 폐기가 되풀이된다”며 “정말 속상하지만 마땅한 대체작물도 없고 도움을 줄 수도 없으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에 무안군은 작물 가격 안정화와 농심 달래기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무안군청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기 위해 ‘무안군 채소류 주산지 품목’에 양배추도 추가될 수 있도록 신청했다”면서 “앞으로도 작물 과잉 생산 및 가격 하락으로 인한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8일 기준 양배추 가격은 8kg 1망당 4,034원으로 평년 가격인 7,650원의 47% 수준이다.

양배추 가격 폭락에 무안군은 시장가격 지지 및 농업인 경영안정을 위해 겨울양배추 주산지인 제주도, 농협과 연계·협업해 6억6,000만원을 들여 양배추밭 65㏊ 를 산지폐기할 예정이다.

산지폐기를 결정한 농가에는 폐기면적 1㎡ 당 878원의 보상금이 지원된다.
홍승현 기자         홍승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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