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지역이라는 특수성에서 출발해 국제성이라는 보편성으로 나아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만이 가지고 있는 ‘광주정신’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며 광주비엔날레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내년 개최될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와 방향을 듣기 위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숙경 예술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그 말에 약간의 충격을 받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나 자신은 항상 모든 것을 평등하게 살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자부했으나, 문화 예술에 있어서 내가 지역만이 가진 무엇을 세계적인 것과 동등한 가치로 두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서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비난하면서도, 나 또한 역사적으로 강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목받고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던 국제적 열강들의 문화 또는 예술 작품들을 우위에 뒀었다는 사실에 머리를 망치로 맞은 기분이었다.

사실 2000년대 이후 ‘비서구 대 비서구 탈피’에 대한 담론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광주비엔날레 또한 여타 서구 비엔날레와 차별화되는 ‘아시아성’, ‘비서구성’ 등을 중심으로 3세계 작가들의 참여도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오기도 했으나, 많은 이들이 ‘서구 대 비서구’의 이분법에 귀속되면서 전 지구적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아쉬웠다.

그러나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 위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 등 인종과 나라를 떠나 전 지구적인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함에 따라 전 세계가 공동의 문제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해 함께 연대하고 머리 맞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비엔날레를 ‘광주정신’을 중심으로, 예술만이 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 인류 전체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대면하는 동시에 전 지구적 위기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모색해보는 담론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이숙경 예술감독의 포부는 그 어느 말보다 뇌리에 깊이 박혔다.

내년 4월 열릴 제14회 광주비엔날레를 기다리며, 예술이 가진 힘과 예술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을 기대해 본다.

/오지현 문화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