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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경의 심리학 교실] 당신 마음의 권리
2022년 03월 29일(화) 16:15
32대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부인이자 유엔 미국대사로서 인권위원회 의장을 맡았던 엘리너가 49년 세계인권선언문이 담긴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한은경의 심리학 교실] 당신 마음의 권리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위한 행복심리학

글 한은경(심리학 박사, 임상심리전문가)

인권.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로, 타인이 함부로 빼앗을 수 없으며,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권리이므로 천부인권으로도 알려져 있다. 역사적으로 인권은 헬레니즘 시대 스토아학파의 자연법 사상에서 유래한 이후, 18-19세기 들어서는 노예제 폐지, 노동법 제정, 선거권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면서 발전되었다. 이후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1948년 비로소 모든 인간은 기본적인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일반적 합의가 국제연합(UN)의 세계인권선언을 통해 선포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21세기 현 시점에 이르기까지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수많은 인권 관련 단체들이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 또한 수많은 인권 관련 이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에 우연히 프랑스의 임차인 동계추방금지에 관한 법률을 알게 되었다. 11월부터 3월 동계기간에는 임대인이 임대료를 내지 못하게 되더라도 강제로 퇴거할 수 없게끔 하는 법률이다. 적어도 프랑스 국적을 지닌 이들은 한겨울에 월세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살던 집에서 거리로 쫓겨나 추위에 떠는 참혹함을 겪을 일은 없게끔 국가가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모든 나라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도 없거니와, 이러한 법률의 악용 및 폐해사례도 있겠으나, 각론하고 그러한 법률의 제정까지 이르게 된 그 나라의 인권 관련 사회문화에 대해 호기심 반, 부러움 반에 이런저런 자료들을 살펴봤다.

법률이라고 하는 것은 어떠한 특정 상황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이러한 관심이 지속 강화될 때, 공공의 의제로 채택되며 제정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대중은 어떤 지점에서 관심을 갖고, 법률이 제정될 필요성에 동의하게 되는 것일까? 물론 매우 다양한 이유와 상황들이 있겠으나, 궁극적으로는 ‘인권’이 옹호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도 싶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인간의 마음에 대한 권리가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우리 모두는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가치있는 존재이자, 타인으로부터 존중받고 사랑받으며 행복할 권리를 지닌 존재이다. 우리의 마음 또한 그러하다. 우리의 마음은 타인을 통해 바라봐지고, 돌봄과 지지를 받으며, 그리고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인종 간 긴장완화와 세계평화에 힘쓴 업적으로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는 어렸을 적 아버지의 농장에서 많은 식물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식물들이 하나의 유기체로써 스스로 실현하고자 하는 경향성을 지니고 있고, 그러한 과정을 밟게 되는 것을 자연스레 보면서 성장했는데, 이는 심리학자로서의 인간관과 상담이론에 기본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에 따르면 식물은 본래 나면서부터 성장하고자 하는 경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햇볕과 영양분이 있는 곳을 향해 줄기나 잎, 뿌리가 성장해나가는 반면, 햇볕과 영양분을 차단하면 줄기 등은 올바르게 뻗지 못하고, 구부러진 채로 자라거나 말라서 성장을 멈추게 되는데 인간의 마음의 성장과정 또한 유사하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주양육자(대개 부모)로부터 따스한 시선과 돌봄, 그리고 일관된 방식의 양육을 통해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이며, 스스로 선택과 결정을 통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자기실현을 이룰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무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관심과 돌봄을 적절하게 받지 못하고, 우리의 마음은 비뚤어진 채로 자라거나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성장을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마음에서는 조건화 과정이 진행되고, 시간이 갈수록 자기실현 경향성은 방해받게 된다는 것이다.

즉, 타인의 따스한 시선과 돌봄을 받지 못한 채로 성장해왔다면, “외모가 멋져야만, 공부를 잘해야만, 칭찬을 받아야만, 강한 모습을 보여야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주고 좋아할 거야” 라는 식의 다양한 공식들, 즉 외부로부터의 관심을 얻기 위해 자신에 대한 조건화를 형성하게 될 때, 그때가 바로 우리 마음의 권리를 빼앗기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비록 부족하고, 결점도 많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줄 때, 우리 마음의 인권은 비로소 옹호될 수 있으며, 이는 곧 타인으로부터의 관심과지지, 그리고 인정과 사랑을 받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세계인권선언이 선포되면서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인 권리로 인권이 채택되고, 이러한 인간의 존엄을 바탕으로 자유와 평등의 추구, 그리고 정의가 유지될 수 있음이 강조되었지만, 정작 우리의 마음이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부족해 보인다.

끝으로 단어나 조항에 대해 총 1400번의 투표를 거쳐 채택될 만큼 까다로웠던 세계인권선언문의 말미를 살펴보자면, 제 28조, 인권이 실현되는 세상에서 살 권리가 있다. 제 29조,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 의무가 있다. 제 30조, 나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타인의 권리를 짓밟을 권리는 없다고 되어 있다. 이를 그대로 우리의 마음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당신의 현재 마음 인권은 어떠한가? 어느 정도 마음의 권리, 즉 인권이 보장받고 있는가? 마음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는 있는가? 그리고 당신 마음의 권리 보장을 위해 혹 타인의 마음 권리를 침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말이다.

△심리학 박사 △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전남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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