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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담론에 의해 외면받은 이들을 기억하며
2022년 04월 28일(목) 16:55
‘더 높은 수준이나 층위, 단계’ 등의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 접두사인 ‘meta’와 ‘담론’이라는 어휘의 유래가 된 라틴어 ‘discursus(뛰어다니다)’가 결합해 만들어진 ‘거대담론’. 이 단어는 정치, 외교, 경제 등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다양한 사건이나 주제에 관한 담론을 말한다.

최근 광주시립극단의 정기공연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와 뮤지컬 ‘광주’를 관람하게 되면서 ‘거대담론’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국가 폭력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한 연극으로, 총 4개의 에피소드를 엮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전쟁과 국가 폭력의 문제를 다룬다.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역사적 사건 속에서 등장하는 4명의 등장인물이 원하는 것은 같다. ‘여전히 살고 싶다는 것’. 연극은 국가와 거대담론 아래 외면받았던 이 외침을 통해 결국 이 시대의 인간은 군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뮤지컬 ‘광주’에서 또한 서사의 중심이 되는 인물인 편의대원 윤철과 작품 도중 광주 시민들의 시체를 태우던 어린 군의관이 상사에게 ‘과연 이것이 옳은 행동인가’라고 질문하며 의문을 품다 호된 매질을 당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와 같은 장면은 과연 이들 또한 국가를, 또는 권력을 잡은 누군가를 위한다는 거대담론의 또 다른 희생자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뮤지컬은 그러나 자칫하면 관객들이 가해자의 시점에 몰입해 진짜 피해자인 무고한 광주시민들의 서사를 외면할 수 있기에 그들이 결국 가해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 조금 더 크고 거대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불특정한 사람들의 희생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 또한 국민이요, 사람이요, 어느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어머니, 딸이자 아들이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 핀 노란 개나리에도 울컥하는 4월이 가고, 광주의 5월이 다가왔다. 국가를, 국민을 위한다는 거대한 담론 아래 무자비하게 짓이겨진 그들의 생이 불쑥불쑥 떠오르는 달이다. 금남로를 걷는 발걸음이 유난히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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