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세평>우리사회는 사춘기를 앓고 있다.
김명화 교육학 박사·작가

찜통 같은 무더위에 밭작물이 고개를 숙였다. 고개 떨군 밭작물을 보니 대한민국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더위에 지친 콩잎, 토란잎, 해바라기를 보자니 현재 우리사회의 삶이 현실로 닥쳐오고 있는 것 같다. 지치고 힘든 여름날이다.

무더위에 계곡을 찾아 지인과 직장생활에서 분노조절을 못하는 상사, 감정을 먼저 드러내는 부하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무조건 자신의 생각이 맞다 주장하는 불통의 직원과의 대화를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 막막하다.

극심한 갈등 겪는 대한민국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 불통의 직원으로 인해 전체 직원이 부서를 이동을 하고 싶어 하며, 불통의 상대로 인해 모든 직원이 동시에 사표를 들고 와 대표가 수습하느라 힘들었다는 조직도 있다. 갈등, 혐오로 세대 간에 나타나는 이질감으로 우리사회는 진통을 겪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광고 총연합회가 올해 대한민국 대학생 광고대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대회 주제는 ‘소통과 참여로 함께 하는 사회갈등 극복 제안’ 주제다. 이 주제를 선정한 이유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갈등을 극복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대국민 참여 캠페인 활동을 위함이다. 이러한 주제만을 보더라도 대한민국은 초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우리 사회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이념에 대한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초갈등 사회의 단면을 두고 고려대학교 허태균 교수는 ‘어쩌다 한국인’ 의 책을 통해 우리 사회는 사춘기를 격고 있다고 한다. 한 세대를 500년으로 봤을 때 고려, 조선왕조 500년 정도 유지되었다. 1950년 근대부터 우리나라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한다면 70년 정도다. 500년으로 나누어 본다면 우리사회는 사춘기다. 인간의 감정과 정서를 보면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로, 에릭슨에 의하면 12세부터 18세까지 해당하는 청소년기는 정체감의 혼미 시기다. 이 시기에는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고 현재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검색어 1위는 ‘나’ 라는 단어였다.

코로나19와 언제 새로운 불안이 닥칠지 모르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서 궁금해 한다. 이에 실존적 불안을 가중시키는 팬데믹 시대의 현대인은 내 안의 나, 자기정체성을 찾고 싶어 하는 심리학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 성격검사다. 데이터를 통해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객관적으로 알고 싶어하며 미래에는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에 답을 찾아가려고 노력한다.

대한민국은 전쟁을 겪고 급성장한 나라다. 그런데 갈등, 자살률은 높으며 행복지수는 낮다. 올해 세계 행복보고서를 보면 대한민국 행복지수는 59위다. 국가 경쟁력은 10위안에 드는 나라인데 행복지수가 낮다는 것은 삶의 질보다는 경제 성장에만 머물러있는 나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행복지수 질문 유형을 보면, 기대수명, 사회적지지, 자유, 부정부패, 관용, 미래에 대한 불안 등 6개 항목이다.

혼란 이후 자아정체감 찾아

우리 사회 경제성장을 통해 MZ세대는 부모 세대와는 다르게 풍족하게 자라왔다. 그러다 보니 삶의 기준점이 높아졌다. 다양한 문화생활, 워라밸을 지향하는 MZ세대는 이제는 자신의 부모와는 다른 삶의 패턴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현실적인 삶에서 깨우쳐버린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대학, 직장생활, 결혼, 자녀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삶의 기준이었는데 현실은 노력만 해서 얻어지는 사회가 아닌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은 젊다. 젊다는 것에 앞으로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 을 고민한다는 것은 혼란의 시간을 경험함으로써 자아정체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행복하지만 불편한 사춘기를 보내는 우리 사회가 안정화된 시기로 잘 정착하길 바란다. 그러나 한편으로 노파심이 든다. 사춘기, 청년기를 잘 보내고 사춘기보다 더 무섭다는 갱년기를 잘 넘겨야 할 것인데,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