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민찬기 기자]시민들의 혈세를 들여 설치한 공공조형물이 도심 흉물로 전락했다.

광주지역에는 203개의 공공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공공조형물들의 본래 목적은 지역의 상징을 부여한 문화 거리 조성과 시민들에게 문화적 향유를 위해 설치됐다.

하지만 광주시의 공공조형물들은 문화적 의미를 잃어버린지 오래다. 일부 조형물은 지자체에서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으며, 조형물 인근에는 뽑힌 가로등이 널브러져 있다. 이런 상황은 특정지역과 장소만의 문제는 아니다.

공공조형물이 이렇게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유 중 하나는 지자체의 후속 관리가 형식적이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의 공공조형물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관리를 총괄하는 부서가 없는 탓에 형식적인 점검 시스템만 있을 뿐, 사실상 어떻게 관리되는지 조차 알 수가 없다.

공공조형물 점검은 각 자치구 조례에 따라 1년에 1~2회 실시하고 있지만, 특이사항 확인 등 형식적인 점검 뿐이다. 여기에 일부 공공조형물의 경우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상당수의 조형물들이 전문가와 주민들의 소통 없이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진행된 것도 문제다.

공공조형물을 설치하기 위해선 관련 조례에 의해 공공조형물 심의위원회를 통과 해야 하지만 현재 설치된 공공조형물들의 경우 해당 심의위원회의 유명무실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도시가 발전하면서 조형물은 건물의 입간판에 뒤섞여 존재감을 잃고, 길거리에 갑자기 나타난 조형물은 시민들의 통행에 방해만 될 뿐이다.

지역의 특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조형물은 주민들에게 눈엣가시다. 이미 혈세를 쏟아 붓은 공공조형물을 다시 철거하는 것도 문제다.

이젠 도시에 덩치 큰 무언가를 앉힐 게 아니라, 그 지역에 살아가는 주민들의 문화적 매개로 전환해야 한다. 미술을 통한 상상력의 확장과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방향으로의 설정이 바람직하다.

전문가와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 문화적 의미를 되살리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공조형물이 도시의 덩치 큰 애물단지가 아닌 지역 주민들의 예술적 감수성과 문화적 향유를 누릴 수 있는 작품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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