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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뮤직줌 <58> 리스트, 순례의 해 2년

리스트 피아노 음악 집대성
이탈리아 문학·미술작품 소재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유명
사랑하는 여인과 시간 음악으로 완성

2022년 08월 11일(목) 15:58
이탈리아 코모호수
음악 여행기인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의 순례의 해(Annees de Pelerinage)는 리스트의 작곡기법이 총 망라된 결정체다. 순례의 2년은 이탈리아 미술과 문학 작품에 영감을 받아 완성했다.

리스트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어머니와 헝가리 귀족 에스터하지(Esterhazy) 가문의 영지를 관리하는 관리인 사이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자신이 헝가리인이라고 밝혔지만, 생애 전반을 프랑스에서 거주하며 헝가리어를 구사할 수 없었다고 전해진다.

리스트의 부모는 그의 남다른 피아노 연주력을 간파했고 그들의 전 재산을 처분해 리스트가 아홉 살 때 ‘음악의 도시 빈’으로 이주하게 됐다. 그의 재능을 일찍 알아본 이는 ‘체르니’ 피아노 교본 제작자로 잘 알려진 카를 체르니(Carl Czerny, 1791∼1857)였다. 베토벤의 제자인 체르니는 당시 뛰어난 교육자였으며 그에게 피아노 교육을 받고 싶어도 비싼 레슨비 때문에 일반인은 그에게 피아노를 배울 수 없었다. 하지만 체르니는 리스트의 연주에 매료되어 레슨비를 전혀 받지 않고,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주었다.

◇순례의 해 2년

리스트의 순례의 해는 그의 피아노 음악이 집대성된 작품으로 기교적인 피아노 연주법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그의 음악적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 파리의 살롱 모임에서 처음 만나 안면이 있었던 6살 연상의 마리 다구(Marie d‘Agoult) 백작부인과의 만남은 스위스로 도피를 가장한 여행으로 이루어졌고, 이 특별한 순간은 순례의 해로 완성될 수 있었다.

특히 순례의 해 1년이 스위스 여행 중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면 순례의 2년은 혼례, 생각하는 사람 외에도 페트라르카의 소네트의 3곡과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1483~1520)나 미켈란젤로(Buonarroti Michelangelo, 1475~1564)와 같은 이탈리아 문학과 미술의 작품을 음악의 소재로 선택했다. 리스트와 마리 다구 백작부인은 리옹, 제네바를 거쳐 알프스의 심플론 고개를 통해 이탈리아로 입국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는 문학과 회화를 바탕으로 바로크와 고전 미술 작품들의 꽃을 피운 곳이기도 하다. 특별히 이탈리아의 찬란한 태양과 코모호수 주변의 아름다운 저택에서 함께한 이들은 베네치아, 로마, 나폴리, 피렌체로 이어지는 이탈리아 여정에 딸 블랑딘과 함께 했다. 그리고 그들의 특별한 파티는 이탈리아 여행의 의미를 갖기에 충분했다.

리스트 순례의 해 2년에는 혼례, 명상에 잠긴 사람, 세 편의 소네트,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의 환상곡과 2년의 부록편인 ‘베네치아와 나폴리’에 곤돌라 뱃노래, 칸초네, 타란텔라 까지 총 10곡이 담겨있다. 이중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가 특히 유명하다.

라우라
◇소네트

세 편의 소네트(sonnet: 13세기 이탈리아에서 발생하여 단테와 페트라르카에 의하여 완성된, 14행 구성의 시)는 이탈리아의 시인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Francesco Petrarca, 1304~1374)가 그의 연인 라우라에게 바친 사랑의 소네트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작품이다.

흥미로운 것은 페트라르카가 23세 때 볼로냐 대학에서 법학을 배울 당시 라우라(Laura de Noves, 1310~1348)라는 유부녀를 알게 되었고, 그녀를 짝사랑하게 됐다. 이들의 관계는 완전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그녀가 44세가 되는 해 그녀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됐다.

결국 그는 영원한 사랑을 잃은 슬픔을 여러 편의 시에 담았다. 그리고 페트라르카의 시를 읽은 리스트는 그의 소네트를 바탕으로 세 곡의 가곡(소네트 47, 104, 123번)을 만들었고, 후에 가곡을 피아노 독주곡으로 수정해 순례의 해 2년에 수록하게 되었다. 리스트는 마리 다구 백작 부인과 함께한 시간이 페트라르카와 라우라의 관계를 이해하고, 아래 시에서 자신이 페트라르카가 되어 극적인 음악으로 완성시켰다.





평화를 찾지 못하고

페트라르카, 소네트 104번



나에게 평화가 없다 -전쟁도 없지만;

나는 두렵고, 갈망하며, 또 불타오른다, 그리고 여전히 차게 굳어있지만;

나는 천상에 오르고, 또 고요히 대지에 기대며 온 세상을 움켜쥐지만 그 무엇도 얻지 못한다.



그녀가 나를 가두었다, 놓아주지도 묶어두지도 않은 채, 노예도 아닌, 올가미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채, 죽음도, 사랑도, 자유도 아닌, 삶도, 도통에의 위안도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는다.



나는 보지 못하며 바라보고, 말하지 못하며 외친다.

사멸을 원하면서도 도움을 갈망하는 나는 자신을 경멸하면서도 다른 이를 사랑한다.



비탄에 빠져, 그러면서도 웃음 지으며;

생과 사의 비애도 다르지 않은

그렇게 나는 서 있다 -당신으로 인하여.

리스트와 마리다구 백작사이에서 태어난 3명의 자녀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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