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철학 교수의 민주 최고위원직 사퇴 함의





호남지역 안팎의 주목을 받은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더불어민주당 지명직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 교수는 지난 5일 최고위원에 지명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국립대 교수로서 특정 정당의 최고위원을 맡는 것이 적절하지 않고, 학생들 교육에 전념할 수 없다는 주위 만류가 있어 사양의 의사를 밝혔다”고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이재명 대표도 박 교수의 이런 의견을 존중해 사의를 수용했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호남 정치력 복원에 대한 촉구와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호남 몫의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된 박 교수가 이 같이 곧바로 사퇴하기로 함에 따라 지역민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박 교수가 지명직 최고위원직을 계속 수행하지 않은데 대한 실망감이라기보다 지명직 최고위원직 선발 과정에 대한 의구심과 당 지도부의 승인 시스템에 대한 유감에서 비롯한다.

이번 지명직 최고위원을 호남 출신 인물로 한다고 해서 지역 민심이 크게 변할 것으로 여기지 않지만, 이유야 어떻든 임명된 직후 사퇴가 이뤄지면서 민심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민심을 정확히 전달 받기 위해 광주·전남지역 정치권에서보다 시민사회 영역에서 인재를 찾아왔으며 당 심장부인 호남에서 원내가 아닌 원외의 참신한 이미지를 지닌 인사를 영입해 혁신 의지를 보여주려고 고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론은 아름답지 못하게 됐다. 민주당 지도부가 호남 몫의 최고위원을 지명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미래 정치 좌표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인물 선택에 더욱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철학을 전공한 박 교수는 민주당 당원이 아닐 뿐더러 현실정치에 뜻을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내부의 대대적인 혁신을 위해 새로운 인물을 찾으려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부분이나 작금의 정치에 깊은 관심과 비전을 가진 인물, 또 민심을 충실히 전달하고 나아가 지역 현안과 차기 총선 등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한 인물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