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의 중심에는‘빵’이 있었다.

18세기 프랑스에서 빵은 단순히 먹을 것이 아닌 정치이자 계급을 나누는 수단으로 사용됐다. 농민들은 거칠 호밀이나 보리로 만들어진 딱딱한 빵만을 먹을 수 있었고, 흰색의 부드러운 빵은 귀족이나 상류층만이 즐길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시대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장발장이 빵을 훔치고 무려 3년형이나 받게 된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농부나 평민이 부드러운 흰 빵을 먹는 것은 귀족과 계급을 향한 도전이자 사회적 윤리와 기강을 해치는 중대 범죄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프랑스 왕정인 구 정권 앙시엥 레짐의 해체 직후 국민 공회에서 가장 먼저 나서 만든 것은 바로 ‘빵의 평등권(The Bread of Equality)’이었다. 이로 인해 프랑스 국민들은 권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 부자인 사람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신분의 차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똑같은 품질의 빵을 사 먹을 수 있게 됐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 ‘바게트’다.

그리고 2022년 10월 15일 대한민국. 이날 오전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SPC그룹 계열사인 SPL제빵공장에서 23세 여성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소시 교반기를 가동하던 중 원활하고 빠른 생산을 위해 안전장치를 제거한 기계 안으로 상반신이 들어간 것. 부검을 통해 밝혀진 사망 원인이 ‘질식’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민들의 분노를 야기한 것은 사고 이후 현장을 흰 천으로 가린 채 남은 기계 2개의 가동을 곧장 재개하고, 고인의 장례식장에 답례품으로 빵을 보내는 SPC의 행태였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를 이념으로 일어난 프랑스 혁명 이후 모든 이들이 똑같은 품질을 사 먹을 수 있도록 한 ‘빵의 평등권’ 제정 이후 탄생한 바게트. 그러나 이런 안타까운 일이 2022년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그의 대표 브랜드가 ‘파리바게트’라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프랑스 혁명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바게트’가 2022년 대한민국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 안타까운 사건이 노동자를 부품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노동을 이윤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기업의 전반적 사고와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