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서 교수의 사회복지 이야기] ‘수원 세모녀 사건’ 재발방지 “신청주의 복지서비스 대책마련 시급”

현재 실시되고 있는 신청주의 복지서비스와 관련된 사회복지법령을 살펴보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1조(급여의 신청)에서는 “수급권자와 그 친족, 그 밖의 관계인은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수급권자에 대한 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은 이 법에 따른 급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락되지 아니하도록 하기 위하여 관할지역에 거주하는 수급권자에 대한 급여를 직권으로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약칭: 사회보장급여법)’ 제4조(기본원칙)에 의하면 “사회보장급여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사회보장급여를 신청할 수 있으며, 보장기관(사회보장급여를 제공하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은 이에 필요한 안내와 상담 등의 지원을 충분히 제공하여야 한다. 보장기관은 지원이 필요한 국민이 급여대상에서 누락되지 아니하도록 지원대상자를 적극 발굴하여 이들이 필요로 하는 사회보장급여를 적절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와 같이 복지 시스템 자체가 본인 신청이 기본 원칙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처한 경우에도 이를 신청하지 않는 사람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최근 발생한 ’수원 세모녀‘ 사건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수원 세모녀‘ 사건은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이 동반 자살해 복지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그대로 여실히 드러냈다. 세모녀는 복지사각지대의 피해자로, 가장의 사업실패로 인하여 가세는 급격히 기울었고 사회안전망의 기초생활수급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월세 40만 원도 지불하기 버거운 삶을 살다가 마침내 다세대 주택에서 일가족이 함께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들이 남긴 유서에는 “지병과 빚으로 생활이 힘들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건강보험료를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18개월간 33만9830원(연체금 1만4490원 별도) 연체했지만 전입신고 등이 되어 있지 않아 국가로부터 아무런 사회복지 지원을 받지 못한 실정이었다.

‘수원 세모녀 사건’이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바로 지난 2014년 일어났던 ‘송파 세모녀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송파 세모녀 사건’은 서울 송파구의 단독주택 지하에서 살던 어머니와 두 딸이 지속해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결국 동반 자살한 사건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들은 집세와 공과금, 죄송하다는 짧은 유서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이후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의 재발방지를 위한 복지정책으로 관련 법률을 개정했으나 올들어 판박이 비극적인 ‘수원 세모녀 사건’이 다시 일어나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가장 중요한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점검이 미흡했고, 복지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청해야만이 검토하는 기존의 복지행정으로는 이러한 비극을 막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신청이 없어도 ‘위기가구’를 적극 발굴하여 지원하는 복지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이번 사건의 경우 복지행정의 아무런 혜텍을 받지 못한 결과로서 기초생활수급과 같은 복지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전문적 복지상담을 받은 이력도 없고, 위기에 대처한 복지제도를 전혀 몰랐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사회안전망으로 세 모녀는 월 120여만원의 긴급생계지원비나 의료비 및 주거지원을 받을 수 있고,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따라 ‘위기가구’로 지정될 조건에 놓여있는 상황이었다.

오늘날 각 지역사회의 행정복지센터에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만, 복지전담팀이 3~4명에 불과해 사실상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는 한계가 있고, 이들은 코로나19 대응 업무까지 맡고 있는 상황이라 복지전담 관련 인력난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급선무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복지위기가구 집중발굴 기간을 연중 운영하여 지속적인 복지위기가구 발굴 및 지원 노력에 총력을 다해서 가족동반 사망사건 등 안타까운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위기가구 발굴·지원체계를 원점에서 다시 재점검하여 촘촘한 복지안전망 구축에 더욱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집중발굴 기간동안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과 행복키움지원단, 명예사회복지공무원 등 인적안전망을 확충하고, 복지사각지대에서 사회복지서비스가 필요한 거주불명등록(이력)자, 미전입 세대 등을 적극적으로 발굴·조사하여야 한다. 따라서 ’수원 세모녀‘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생활고에 어려움을 겪는 위기가구가 개인적 채무관계로 실거주지를 옮겨다니면서 살고 있는 곳을 알리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한번 교훈 삼아야 한다. 아울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이웃 주민을 대상으로 ‘주민복지위원제도’의 도입이나 ‘힘든 상황 콜센터’ 이용 등을 적극 활용하여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필요한 복지시스템을 새롭게 마련해 다함께 더불어 상생하는 공동체 회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법무부 범죄예방위원 위촉 ·통일부 하나원 초빙교수 ·고려대학교 외래교수 ·사회복지사 1급 대학모의고사 출제위원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배분분과위원 위촉 ·법무부 광주교도소 교정위원 위촉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 현장평가위원(팀장) 위촉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등급판정위원회 위원 위촉 ·현 조선이공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