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카페] 낭만적인 이야기 얽힌 카페 ‘코클맨션’

이야기 나눌 공간 제공 위해 적은 테이블 고집
미스사이공과 숯불에 뭉근하게 끓여낸 대추차 인기

익숙하고도 낯선 지방 벌교. 볼거리나 먹거리가 마땅치 않고 전국 최대 꼬막 생산지로만 널리 알려져만 있다. 하지만 최근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에 벌교가 빈번하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색카페 하나가 생겨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벌교 최초의 외국인이 토착민과 사랑에 빠져 집을 짓고 살았다는 낭만적인 스토리가 얽힌 곳이다. 주민들은 물론,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코클맨션을 소개한다.

글·사진 민슬기 기자

◆ 사랑과 행운이 담긴 곳

80년대 중반, 전남 벌교를 방문한 최초의 미국인이 있었다. 아름다운 벌교 풍광만큼이나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꼬막처럼 새까만 눈과 머리칼을 가진 한 여인이었다. 사랑에 빠진 그들은 백년가약을 맺고 가정을 꾸렸다. 집도 직접 설계해지었다. 높은 층고와 독특한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이들의 사랑을 축복하듯 주택복권까지 당첨되는 행운도 거머쥐게 되었다. 푸른 눈의 사위는 사랑하는 아내를 낳아준 장모님을 위해 바로 옆집에 똑같은 구조로 집을 지어 쌍둥이 주택을 지었다. 약 40년 후, 그들의 사랑과 행운이 가득 담긴 이곳은 ‘코클맨션’이라는 카페가 되어 각자의 추억이 덧씌워지고 있다.

◆ 숨겨진 동화같은 이색카페

읍에서도 차를 타고 10여 분을 들어가야 한다. 카페라고는 있을 것 같지 않은 마을 초입에 위치해있다. 하지만 이곳만은 다른 세계인 듯하다.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오래된 팝송과 재즈 음악부터 예사롭지 않다. 한 폭의 그림처럼 담장을 타고 장미와 나팔꽃이 가득 피어있고 잘 자란 소나무가 그 위에 드리워졌다. 정원은 서양 봉선화인 임파첸스, 세이지 등 작은 화분들이 올망졸망 모여 설렘을 더 자극한다. 한가로운 오후를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 같은 카페, 바로 코클맨션이다.
이곳은 박진솔(30)대표가 고향인 벌교에 카페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은 마음에 이리저리 발품을 팔던 차 발견한 보물 같은 곳이다. 보일러실에서 마더룸, 오피스룸 등 낙서처럼 기재된 간이 설계도를 발견하게 돼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된 것도 마치 집 자체가 운명적인 만남을 시도한 것 같다. 그는 이곳이 2030세대 및 여행객들이 흥미를 가지고 방문할 만한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실제로 이곳을 방문한 이들 대부분이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등 개인 SNS를 통해 “여행 중 방문했는데 고전 책에 나오는 장면이 상상된다”, “100일 기념으로 남자친구와 갔는데 얽힌 사연에 어울리는 분위기의 카페라 좋았다”는 등의 후기가 올라온다.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과 완벽한 장소가 갖춰지니 카페명도 쉽게 지어졌다. 영어로 꼬막을 뜻하는 ‘코클(cockle)’과 집을 뜻하는 ‘맨션(mansion)’이다. 벌교 가정집에서 아늑한 티타임을 즐기기 바란다는 뜻이다.

◆ 각방에 테이블 하나‥공간과 가치 충분히 느끼길

카페는 40년 이상 된 높은 나무 천장과 벽을 그대로 살렸다. 반질반질하게 잘 손질된 나무 벽을 살리기 위해 앤티크 한 소품들을 구비했다. 빛바랜 앨범, 턴테이블, 고풍스러운 찻잔, 촛불과 샹들리에 등이다. 소란스럽게 꾸미지 않았음에도 집 자체에서 빈티지한 감성이 툭툭 묻어 나온다. 어느 하나 허투루 놓인 물건이 없다는 말이 알맞다.
하지만 카페는 좌석이 많지 않다. 한 방에 한 테이블이 전부다. 정원이 아닌 내부에서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고 싶지만 만석이라 아쉽게 발걸음을 돌린 이들도 적잖다. 큰 소득을 올릴 수 없음에도 의도적인 배치다. 박 대표가 아트갤러리에서 근무하던 경력을 살려 공간감을 살렸다. 조금씩 다른 분위기는 각 방마다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커피 한 잔이 단순히 마시는 행위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도 중요하다”는게 이유다.삶을 한편의 동화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박 대표는 방문하는 손님들이 이곳에 머물 때만큼이라도 근사한 분위기의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본인이 이곳에서 느낀 신비롭고 환상적인 기분을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말간 얼굴로 손님을 맞이한 뒤 보이지 않게 자리를 피해주는 것도 사소한 배려다. 그의 사근사근하고 우아한 태도는 카페의 이미지를 더욱 격상 시키는데 한몫한다.

◆ 시그니처 메뉴

카페가 멋스럽거나 분위기가 좋다 할지라도 맛이 떨어지면 손님들의 왕래는 끊긴다. 코클맨션이 핫플이 된 이유는 정성 들여 만든 음료와 디저트 때문이다. 손님들의 니즈 충족을 위해 시즌 음료도 만들고 있다. 여름 시즌 메뉴는 청량감이 돋보이는 토마토바질에이드를 꼽을 수 있다. 붉은 토마토와 초록빛 바질이 싱그러운 여름의 색깔로 보는 눈까지 즐겁게 만든다. 직접 수확한 바질이기에 향과 색이 짙다. 겨울이 가까워지면 단팥죽이 등장한다. 국산 팥으로 직접 끓여 고소한 맛이 제격이다. 호호 불어먹으면 추위는 달아나고 따끈한 온기만 남는다.
사계절 내내 인기 있는 시그니처 메뉴는 달콤한 연유가 들어간 미스사이공과 숯불에 뭉근하게 끓여 낸 대추차다. 미스사이공은 남녀 가리지 않고 누구나 좋아하는 부드러운 커피로 스테디셀러다.

◆ 여행객들의 목적지 중 한 곳 되길

읍 단위 벌교에 카페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약 3년간 꾸려온 박 대표는 코클맨션의 미래를 묻는 말에 “지금 색깔을 잃지 않고 운영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골이었던 손님이 한동안 오지 않아 궁금했었는데, 병을 치료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을 때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 코클맨션이었다는 후문이 계기가 됐다. 박 대표의 가장 큰 바람은 “여행객들이 이곳에 재방문하기 위해 다시 짐을 꾸리는 곳”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넓은 장소를 탐색하고 있다는 코클맨션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주소 : 전남 보성군 벌교읍 벌교상고길 20-1
시간 : 11:00 ~ 21:00 (월요일 휴무)전화 : 010-2990-6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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