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광주는 광주시립미술관과 광주국립박물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임윤찬-광주시립교향악단 협연, 권진규 탄생 100주년 전시 등 볼거리로 가득했다. 개인적으로는 대도시를 찾지 않고도 지역에서도 수준 높은 작품과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로 다가왔다.

특히 이건희 컬렉션의 경우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평소보다 두 세배나 많은 관람객이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았다는 소식을 접했을 땐 반갑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웠다. 80년 5월을 소재로 한 뮤지컬 광주 공연이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점도 큰 의미를 남겼다. 이렇듯 코로나 19로 몇 년간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광주 문화계는 활력을 되찾아갔다. 그렇다고 밝은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초에는 조선대 무용과 A교수가 강의전담교원(전임교수) 채용 전형 시작 20분 전에 전형 과정을 변경하는 등 채용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해당교수는 과거 재직했던 대학에서도 제자에게 작품비를 구실로 금품을 받았던 문제까지 제기돼면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극단 대표와 예술 연출가 등의 예술계 성추행사건도 발생 10여년 만에 수면위로 떠올랐다. 극단 대표와 연출가 등 3명은 지난 2012년과 2016년 당시‘좋은 배역을 주겠다’며 2명의 배우에게 몸쓸 짓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계기로 연극협회는 회원 150여 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행했고 성희롱, 성추행 등 총 6건의 추가 피해 사례가 접수되기도 했다. 일련의 상황들은 첫 사례는 아니다.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적폐는 왜 근절되지 못할까.

이는 문화계의 폐쇄적이고 엄격한 상하관계 도제식 교육 등이 뿌리 박혔던 탓일 것이다. 폐쇄적인 조직 문화는 누군가에겐 악용의 수단이 됐다. 예술인에게 자유는 생명과 같다. 창작과 직결되기에 자유로운 환경을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한 순간 근절되긴 어렵겠지만 제자리 걸음에서 벗어나 미묘한 변화라도 생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미묘한 변화는 시간이 흘러 큰 나비효과가 돼 적폐가 근절되는 그날이 왔으면 한다. 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가 마련돼 예술인과 꿈나무들이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길 소망해본다.

/이나라 문화체육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