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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신, 편리함이 가져온 그림자

장옥순 작가

2022년 12월 13일(화) 18:47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온통 북새통을 떨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의 목적이 인간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게으름이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생각도 든다. 과학기술 덕분에 편리해진 시간과 공간이 인간에게 풍요와 행복을 가져온 것만은 아니다. 잉여시간 만큼 늘어난 잉여인간들은 이제 자동화된 기계에 밀려 일자리마저 위협받고 있으니 이것 또한 아이러니가 아닌가.

해가 다르게 새로운 기종을 선보이는 휴대폰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고 있을까?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휴대폰에 머리를 숙이고 손가락 운동에 열심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책을 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검색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얄팍한 지식만으로도 세상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우쭐해하며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산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양극화를 부추길 거라는 걱정들을 많이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삶은 한층 편해지다 못해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게으른 인간을 양산할 거라는 뜻이다. 손가락만 까딱하는 세상, 생각조차 인공지능로봇이 대신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지능은 오히려 떨어질 거라는 암울한 전망들이 나온다. 심지어 2050년이 되면 인간의 지능이 80 이하가 되는 상황을 묘사한 영화까지 등장했다.

편리함은 게으름과 각종 문제를 낳고 있다. 자동차는 걷기를 싫어하게 만들었다. 일회용 물건과 인스턴트식품은 환경 파괴를 넘어 불임이나 난임을 유발하고 있다. 자동화 시설에 빼앗긴 일터로 인해 실업자가 양산됐다. 가진 자들은 우주를 여행하는 시대가 됐지만 없는 사람들은 생계마저 불투명하고 질병에 노출돼 최악의 양극화 세상이 도래할 거라는 비관적인 관측도 제기된다.

이제 인류는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세상을 무작정 환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과욕과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속뜻을 가진 계영배처럼 다루지 않으면 이미 가진 행복조차 빼앗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플라톤이 말한 행복의 조건은 약간의 부족함이니 계영배와 닮았다. 그것은 다르게 표현하면 겸손함이다. 비워야 행복하다는 명령어이다.

행복은 결코 혼자 오지 않는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 불행은 행복의 그림자인 것. 삶의 뒷면이 죽음이듯. 채움과 성공으로 기뻐한 순간 만큼 비움과 실패로 슬퍼할 날도 그 속에 있으니.

다 갖추었지만 부족한 듯 살 수 있는, 잔을 가득하게 채울 수 있지만 70%만 채우는 계영배처럼 다소의 불편함을 감내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창조적 단절로 자신을 가두고 단순하고 조용히 삶을 관조하는 태도를 가져야 바쁜 뇌를 쉬게 할 수 있다.

발이 편해야 몸이 편하다. 세상의 ‘을’들을 소중히 해야 사회가 안정된다. 어두운 곳에서 눈물 흘리며 저임금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몸부림치게 하는 사회는 행복할 수도, 안전할 수도 없다. 돈과 명예,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목까지 채우려는 욕심으로 갑질하는 사람들과 조직, 기업들의 횡포에 세상의 발이 된 ‘을’의 울부짖음이 한파에 서럽다. 내 몸의 발을 소중히 하듯, 세상의 발을 귀하게 대접하는 사회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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