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훅죽순 생겨난 전남 쌀 브랜드가 정비되지 못하면서 되레 전남 쌀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난립한 전남 쌀 브랜드들이 상품의 변별력을 떨어뜨리는 등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남 도내 22개 시군에서 유통 중인 쌀 브랜드는 모두 165개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강진(23개)이 가장 많고, 무안(20개), 보성(13개), 고흥(12개), 영광(11개), 화순(10개), 해남(9개) 등 순이다. 또 곡성·나주·장흥(8개), 담양(6개), 진도·순천·신안(5개), 영암·광양(4개), 완도·함평·장성·여수(3개), 구례(2개) 등도 복수의 브랜드가 혼재하고 있다. 또 곡성 ‘오리와 우렁이’, ‘처음처럼’, ‘수호천사’, 보성 ‘차곡차곡 새청무’, 화순 ‘적벽미인’, 강진 ‘천하미인’, ‘청옥’ 등 이름만으로 지역과 브랜드를 알 수 없는 경우도 36개에 달한다. 여기에 순천의 ‘순천만 신동진’, ‘순천만 하이아미’, ‘순천만 햅쌀’, 강진의 ‘청자골 바다햇쌀’, ‘청자골 메뚜기쌀’, ‘청자골 옥토쌀’, ‘청자골 생동미’ 등 이름이 비슷하거나 중복된 브랜드도 62개에 이른다.

전남 쌀 브랜드 난립은 상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혼입쌀이 상당수에 이르는 등 브랜드 뒤에 숨어 품질관리도 부실해지기 마련이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소비자 불신 등 전남 쌀의 이미지와 경쟁력 하락은 자명하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고 한다. 극단적인 비유일 수 있지만, 그만큼 전면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전남도와 각 지자체들이 적극 나서 더 늦기 전에 ‘불량 브랜드’을 솎아내야 하고, 생산자들도 이에 적극 호응해야 한다. 마침 전남도는 내년 ‘전남 쌀 BI 및 브랜드 육성 용역’을 통해 난립한 브랜드를 재정비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실패를 교훈 삼은 내실 있는 계획으로 전남 쌀이 전국을 대표하는 고품질 브랜드로 자리잡길 기대한다. 분별없는 경쟁이 전체를 갉아먹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치부 임채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