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는 애인=시인 박라연의 아홉번째 시집. 데뷔 32년째를 맞은 2022년 끝자락, 겨울로 성큼 들어서는 길목에서 ‘추운 발등 덮어줄 시’를 들고 찾아온 박라연 시인은 특유의 따뜻함과 섬세함을 담아 이번 시집에서 한층 깊어진 시 세계를 펼쳐 보인다. 4년 전 출간한 전작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로 제17회 영랑시문학상을 수상한시인은 이번 시집에 이르러 “마시고 만져지면서 닳아지는 물질이/이제 저는 아니”라고 선언한다. 문학과지성사. 140쪽.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건네는 깊은 사유와 따뜻한 위로. 평생 노장 철학을 연구해온 저자의 ‘나’와 ‘가족’ 이야기, 노자와 장자 철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에 관한 사유를 담았다. 평생에 걸쳐 ‘죽음’을 사유했던 저자는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 우리에게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자유롭고 영원한 삶을 살아가자고 따뜻하지만 냉철한 어조로 권하고 있다. 북루덴스. 252쪽.

◇스몰석세스=무조건 양적 성장을 추구하는 대신 합리적인 경영을 하고 지속 가능한 존재가치를 만들어온 중소·벤처기업들의 생존기이자 성장기.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기업들의 평균 연 매출은 571억 원이며, 평균 업력은 17년이다. 10대 대기업의 직원 평균 근속 연수가 10년 남짓인 데 반해 이 기업들 중에는 수십 년 넘게 일해온 직원이 여전히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곳도 있다. 수많은 회사가 세워지고 사라지는 혹독한 환경에서의 생존전략을 살펴본다. 행복한북클럽. 246쪽.

◇하리=2015년 김유정 신인문학상 수상자 서경희 작가의 장편소설이자 2022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선정작. 끼니를 때울 곳도, 잘 곳도 없이 거리를 떠돌던 미혼 임산부 하리는 아이를 불법적으로 입양시킬 수 있는 미혼모 쉼터 ‘분홍하마의 집’을 찾는다. 저마다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불행한 과거를 짊어지고 쉼터에 모인 자들은 서로를 혐오하기도, 서로에게 의지하기도 하면서 긴 겨울의 시간을 치러낸다. 문학정원. 3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