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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으로 빛을 끌어내는 역설 미학 돋보여

2023 전남매일 신춘문예 소설심사평
유만상 소설가

2023년 01월 02일(월) 17:18
유만상 소설가
소설은 이 세상 희로애락의 인간 신음을 언어로 표현한 문예활동이라는 원론적 소신과 입장 그리고 한국에만 존재한다는 관습적 문단 데뷔의 수준을 고려하며 심사에 임했다.

응모작 중에서 일단 일곱 편을 먼저 가려내고 다시 집중하여 읽은 뒤 세 편을 뽑아 살폈는데, 상당한 작품들이 신인다운 패기와 도발적 실험정신의 미흡은 물론 무성의한 퇴고처리와 원고 작성 등에서 기본적인 정성 부족 내지는 불친절이 엿보였다.

끝까지 경쟁을 이룬 작품 중에서 ‘오래 전에 와 있는 너’의 경우는, 현실과 이념의 갈등을 다루면서도 정작 1인칭 관찰자인 ‘나’의 입장이 모호해 주제 확장으로서의 ‘침묵의 소리’를 오롯한 공감각적 이미지로 육화해내지 못함이 아쉬웠고, ‘은총이 가득한 집’은 비교적 세련되고 안정된 문장을 구사하고 있으나, 부(富)를 이룬 부모의 자식에 대한 과잉교육 욕구로 파탄을 빚는 과정의, 다소 식상한 소재에다 마무리 수습 또한 너무 가팔라 병리의 인과적 당위성을 확보하지 못한 흠이 안타까웠다.

서툰 저울질에 대한 경계심에서 나름의 기준치를 거듭 밀어 올린 끝에 마지막 당선작으로 선정한 작품은, 특별히 신박한 소재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학습 수련이 느껴지는 데다, 단편 미학의 압축된 밀도와 더불어 구두를 닦는 한 부스 노동자를 통해 수련 노동의 가치 혹은 장인정신의 계승 환담을 해학적 반전까지 동원시켜 코믹하게 버무려낸 ‘보스를 아십니까’였다. 우선 서사의 미적 활용과 주제 구현 능력을 평가한 것이다.

작품의 주제로 ‘닦는다’는 의미를 ‘빛을 향한 소망’으로 연결지어보면서 당선자에겐 축하를, 다른 모든 응모자에겐 격려로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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