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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 주는 설렘과 각오

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

2023년 01월 12일(목) 16:37
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
이상하게도 ‘처음’ 이라는 수식어가 놓이면 느낌이 새롭다. ‘첫’ 만남도 그렇고, ‘첫’ 직장도 그러하며 새해 ‘첫’ 날도 그렇다. 매일 시작되는 하루하루지만 한 해의 첫 시작은 뭔가 느낌이 새롭고, 무슨 거창한 결심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금연이라든가 운동이라든가, 어학 공부나 악기 배우기 등등…. 새해 첫날 마다 마음먹었던 그 많은 결심을 다 실천하고 이루었더라도 지금의 내 모습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겠지만, 연초에 뭔가 새로운 결심을 해보는 것은 나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2022년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통합전당으로 본격적으로 출범한 첫 해였고 동시에 나도 초대 전당장으로 근무하기 시작한 첫 해였다. 기존 직원들보다 더 많은 새로운 직원들이 전당에 합류하여 마치 새로 출범한 기관 같은 느낌이 들었을 정도였다. 사실 전당장에 취임한 이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얘기는 ‘전당의 활성화’에 대한 주문이었다. 지하에 자리잡은 시설도 복잡한데다 안내도 부족해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고, 무엇보다 공연이나 전시가 너무 어렵고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말씀을 하면서 홍보 부족과 소통 부족을 지적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첫 일성으로 직원들에게 고객서비스 정신을 가질 것과 지역과의 소통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였고, 이어 전당은 언제 오더라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항상 있는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곤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근무하고, 가족들이 전당을 방문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안내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을 당부했다. 모든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열심히 근무하다보니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전당도 많은 방문객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전당이 얼마나 바쁘고 활발하게 운영되었는지는 2022년 12월 말 기준 주요 통계를 봐도 알 수 있다. 방문객 수는, 실질적으로 5월초부터 개방되기 시작한 하늘마당을 비롯해 8개월 정도 운영되었음에도 177만 명을 돌파했으며, 특히 고무적인 것은 모두 281건에 해당하는 프로그램 숫자이다. 개관 이후 연평균 160건 정도이던 프로그램 숫자가 올해는 281건으로 175% 증가 했다. 그만큼 많은 프로그램이 운영되었으며 직원 모두가 열심히 뛰었다는 증거다.

그런 가운데 무엇보다도 의미 있고 반가운 수치가 있는데, 바로 고객만족도 수치다. 전당 자체 고객만족도 점수가 전년대비 5.2점 상승한 86.6점, 행안부 주관 책임운영기관 고객만족도 점수도 3.3점 상승한 92.4점을 받는 등 전당 개관이래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코로나로 인한 오랜 기간의 거리두기로 문화, 예술에 대한 향유 목마름이 있었을 것을 감안해도, 매우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한마디로 전당이 눈부신 성과를 거둔 2022년이었다고 평가한다.

이런 지난해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나는 다시 2022년 전당장 공모 당시 작성했던 직무수행계획서와 자기 소개서를 펼쳐 보았다. 눈부신 성과에 취해 안주하거나 방심하지 않기 위해 전당장 공모 당시의 초심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문화전당장 직위에 응모 서류를 작성할 때의 마음으로, 첫 출근을 할 때의 마음으로, 첫 공연과 전시를 관람하는 마음으로 2023년의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전당도 이젠 개관 이후 습관적으로 들어왔던 ‘전당의 활성화’라는 부담을 벗어나야 한다. 숫자나 주변의 평가에 대한 부담을 덜고 질적 성장을 이루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어찌 본다면 전당의 활성화는 현재진행형이고 또 통계에서도 나타났듯이 일정 부분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제는 외형적 성장과 활성화를 뛰어 넘어, 실험적이면서 창의적인 도전을 통해 내적 성장과 질적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그래야 중장기 계획 때 밝혔듯이 ‘아시아 동시대 예술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신년 시무식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과감한 실행’을 올해의 화두로 제시하고, 각자가 맡은 업무와 프로그램의 수준을 한 차원 높여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기 위해선 초심으로 돌아가 업무 자세는 물론 본인이 맡은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타성으로 해왔던 부분은 없는 지, 더 보완할 것은 없는 지, 기존의 성과에 만족하며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닌 지 한번 씩 되돌아봐야할 것이다. 그런 반성과 결심을 하기에 새해의 첫 주 기간은 매우 적절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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