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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역지사지
2023년 01월 15일(일) 15:06
<특별기고>역지사지
강성두 법무법인 이우스 대표변호사


필자는 직업 특성상 본업인 재판 업무 외에 각종 위원회에 참석하는 일이 많습니다. 본업과 관련된 검찰청이나 경찰청은 물론이고 시청이나 구청, 세무서, 교육청 등 매우 다양한 위원회에 참여하였었고 현재도 다양한 분야의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업상 업무를 할 때는 형사재판을 할 때는 피고인을 위하여 더 관대한 처벌을 바라는 취지의 탄원을 주로 하고 민사재판에서는 의뢰인의 승소를 위해서 당사자의 주장을 피력하여 재판부를 설득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주로 주장을 하고 판단을 받는데 익숙하지만 이러한 위원회 활동을 하면 제가 신청인들의 주장을 듣고 판단을 내리는 반대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본업이 아닌 부수적인 업무 중의 하나이고 이러한 활동으로 얻게 되는 경제적인 이득이 크지 않기 때문에 소홀할 수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평소 주장이 관철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섭섭함(?)을 제가 응대하는 신청인들이 느낄 수 있다는 염려에 허투루 볼 수 없게 되는 부담감을 갖게 됩니다.

판단만큼 중요한 절차 공정성

제 경험으로는 재판의 결과에서 느끼는 서운함보다는 진행되는 절차 과정에서 편파적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면 감정적으로는 훨씬 더 힘이 듭니다. 그런 경우 결과에도 승복하기 어려울뿐더러 무력감까지 동반되기 때문에 절차의 공정성은 판단의 정확성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제 스스로도 이러한 원칙에 벗어나지 않기 위하여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소홀하면 결국 판단을 받게 되는 사람이 느끼는 상처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큰 것이기 때문에 변호사를 20년째 하고 있으면서도 판단을 내리는 일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최근에 개인적인 일로 어떤 위원회에 참석한 일이 있습니다. 담당하는 위원의 발언을 들으면서 매우 편파적이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진행 과정 중에 흥분을 하게 되었습니다. 객관적으로는 그 분이 편파적으로 진행할 이유도 없고 그럴만한 사안도 아니었기 때문에 공정성에 의심을 가질 만한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순간 그러한 생각이 드는 발언을 듣게 되자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한 것입니다.

일을 마친 후 저에게 이러한 경험이 매우 낯선 것이어서 그런 오해를 하게 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과연 나는 다양한 심리를 하면서 저로 인하여 불공정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당사자가 없었을까 라는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변호사의 업무가 매일 매일 판단을 받는 일이기는 하지만 내 일이 아닌 의뢰인의 일을 가지고 판단을 받는 것과 제 자신의 일로 판단을 받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었고 또한 그러한 자리에 익숙하지 않았던 제가 느끼는 불편한 감정이 매우 낯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일반 시민들은 판단을 하는 일보다는 판단을 받는 것이 더 흔한 일이고 그럴 때 제가 느끼는 불편함을 많이 감수하고 있었겠다 라는 생각에 제가 했던 일들에 대한 자기반성을 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앉아있는 자세에서부터 얘기하는 말 한마디도 당사자들은 결코 가볍게 보지 않을 것이고 그러한 행동으로 인하여 고민 끝에 내린 결과조차 희석되고 당사자를 설득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란 걸 그동안은 깊이 느끼지 못했습니다.

반대 입장 고려한 행동 긴요

역지사지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지요. 지금 현실정치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야당과 여당이 바뀌면서 야당은 여당과 정부가 타협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하고 있고, 여당과 정부는 야당이 여당일 때 더 심했다는 반박을 하면서 한 치의 양보 없이 대립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내 탓이 아니라 무조건 남의 탓만 하고 있는 셈입니다. 자신들이 반대의 위치에 있었을 때 했던 행동들을 반추하고 또 반대의 위치에 있게 될 경우를 미리 고려하여 행동한다면 반목과 정쟁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시민의 바람을 가져봅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서 내가 변하지 않으면 어떠한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소중히 간직하고 앞으로 곧 있게 될 위원회에서는 당사자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사회에서 갖게 되는 모든 자리는 제가 아닌 나머지 사람들이 부여한 것이니까요. 그것이 아무리 작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시라도 저와 인연이 되어 공정하지 못하거나 불성실한 저를 만나게 된다면 당신의 기고문을 읽었다는 눈빛으로 저를 꾸짖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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