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불안의 마음을 숨기려 한다. 불안함은 화려함 속에 감춰지기도 한다. 하나의 사안을 두고도 상반된 감정의 대립을 세우는 양가성을 탐구해보는 전시가 내달 2일까지 전남대 용봉관(대학역사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신황제 초대전 2023 LAYER(레이어) 전시다.

신 작가는 내면의 무의식에 잠재한 추상적인 감정을 표현한 작품 3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관에서 둘러본 작품들은 종이를 쌓아 올린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점토 같다. 캔버스를 뒤덮고 있는 작품의 주요 소재는 핸디코트다. 주로 벽면의 마감재로 사용되는 핸디코트로 쌓아 올린 질감은 두텁고 거칠었다. 캔버스 위 겹겹이 쌓인 핸디코트 덩어리들을 들여다보면 곳곳이 파이고 할퀸 흔적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바라볼 때 화려하게만 보였지만 작품 속 내면 곳곳에는 상흔이 보인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색이 보이기도 한다.

신 작가는 “불안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지만, 속은 곪아 있을 수 있다”면서 “겉모습으로 봤을 때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는 시각을 울퉁불퉁 겹겹이 쌓인 텍스처와 화려한 색감으로 현혹시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신 작가는 ‘현대인의 불안’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후 현대인들이 불안심리 속에서 행하는 무의식과 무감각한 모습에 주목해 불안한 놀이와 같은 연작 시리즈를 구현해왔다. 삶의 순간순간 선택 또한 아슬아슬한 놀이와 닮았다고 봤다.

신 작가는 “몇 년 전 교통사고가 난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며 “사고 이후 사고 난 시간에는 운전대를 잡지 못한다. 이를 계기로 현대인의 불안에 더 관심 갖게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선보였던 불안한 놀이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다. 현대인의 불안을 연약한 ‘치와와’를 통해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구현해 왔다면 이번 전시의 작품은 최종적으로 완성시킬 치와와 작품의 배경이다. 일반 전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완성품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만들어지는 과정을 서슴없이 보여준다. 작품들은 유사성을 보이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신 작가는 “하나의 작품을 거쳐갈 때 샘플링 작업을 하며 구상을 한다.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기보다도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 “이번 전시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쌓여가며 변화하는 레이어의 과정을 보여주고자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 사용된 재료도 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불안’의 의도가 담겼다. 그동안 신 작가는 불안정한 심리를 묘사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한국화를 전공했기에 초반엔 한지를 사용해 종이 죽을 쒀 표현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향후에는 인테리어 재료로 사용하는 핸디코트를 사용했다. 초반엔 단순히 아크릴 물감만을 섞어 사용했다. 이후 핸디코트에 모래를 섞어보기도 하고 질소를 넣어보며 작가가 구현하고자 하는 불안을 표현해 나가고 있다.

작가는 캔버스 위의 울퉁불퉁 도드라진 작품을 그대로 선보인다.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만져보고 싶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기존 ‘불안한 놀이’ 시리즈에서 보여졌던 치와와와 현재 구상중인 배경을 합한 작품을 구현해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NFT)로 완성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다.

신 작가는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의 행색과 말투 등에 따라 다르게 바라보는 것이 일반적이다”며 “단순히 내 작품을 보고 색이 예쁘다 배경이 소름이 돋는다 등과 같은 감정을 느낀 것만으로도 좋다. 다양한 생각을 하도록 열어놓고 싶고 최종 목표까지 작품을 잘 이어가고 싶다”고 소망했다.

신 작가는 전남대 미술학과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으며, 현재 홍익대 대학원에서 동양화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나라 기자

신황제 ‘layer2’

신황제 ‘layer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