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정책을 내놓아라
김석환 광주스포츠과학연구원장


정책은 과정이다. 지난 2021년 6월 지방체육회 법정 법인화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조직의 정체성 확보, 정부 지원 정당성 확보에 대한 근거 마련, 지역 특성화 사업 확대를 위한 기반이 만들어졌다. 정치와 체육의 진정한 분리를 위한 필요조건은 안정적 재정 확보다. 근거만 마련해주고 정책적 지원이 수반되지 않으면 실현은 불가능하다. 미래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거시적 성찰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틈새를 메워가는 과정과 태도가 중요하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꺾이지 않는 관심’ 중요성

정책은 변화의 세심한 결을 살펴야 한다. ‘꺾이지 않는 관심’이 중요한 이유다. 구심력이 없는 상태에서 원심력만 작용하면 튕겨나간다. 원칙을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상위법 개정을 위한 행동이 수반돼야 한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지방자치단체와 학교 등에 대한 보조) 3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체육회와 지방장애인체육회에 예산의 범위에서 운영비를 지원하여야 한다. 이 경우 지원에 필요한 사항은 조례로 정한다(2022. 2. 3. 개정)’고 명시했다. 정책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조례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대통령령 등의 상위법에 기반한 법 개정과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지방체육회 지원에 대한 현실적인 정률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 지자체 체육진흥조례에 대한 구체적 명시가 필요하다. 광주시 체육진흥조례를 살펴보면 제13조(전문체육의 진흥 및 지원) 2항(시장은 전문체육의 진흥을 위하여 제1항에 따른 사업을 수행하는 광주광역시체육회, 광주광역시장애인체육회 등 체육단체에 예산의 범위에서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과 제14조(생활체육의 진흥 및 지원) 2항(시장은 생활체육의 진흥을 위하여 제1항에 따른 사업을 수행하는 광주광역시체육회, 광주광역시장애인체육회 등 체육단체 또는 사업 수행이 가능한 법인, 단체, 기관 등에 예산의 범위에서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다. 예산 지원의 범위에 대한 구체적 조례 등이 보완돼야 한다.

셋째, 체육회 자체 노력도 중요하다. 지방체육회 예산 비중을 분석한 남서울대학 손석정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지방체육회 예산은 국고 15.8%, 지방비 77%, 자체예산 7.2%로 나타났다. 체육회 전체 예산 중 92.8%가 국고와 지방비다. 재정자립도 증가를 위한 자구책 마련이 만들어져야 한다. 체육회 홍보 및 윤리 경영, 기부 및 후원 문화 조성, 체육회 구조조정을 위한 혁신업무 발굴, 각종 국비 지원사업과 수익사업 창출을 통한 재정 다변화, 자립 경영을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등 미래를 위한 혁신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

넷째,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 스포츠도 통섭이 대세인 시대다. 각 지자체의 역사와 문화, 예술 등의 융합을 통한 특색있는 전략을 세워서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팬데믹 이후 스포츠의 미래는 생동감, 개인화,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 고장을 방문한 사람들의 팬 경험(준비경험, 도착경험, 동선경험, 관람경험, 프리미어 경험, 테크놀리지 경험 등)의 극대화를 통한 다양한 브랜드 마케팅이 현장에서 스며들어 재정자립에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조고각하 심정으로 노력을

조고각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오직 자기 발밑을 살피는 길뿐이다”라는 의미다. 변화하지 않는 조직이나 사회에 미래는 없다. 안주는 곧 퇴보다. 관성에 따라 주어진 일만 하면 망한다. 복잡하고 어렵다고 회피하다간 심각한 역풍을 부를 수밖에 없다. 전환시대에 대응할 소통과 정책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시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헌신과 결단이다. 모두의 관심과 지혜를 모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역사에 완벽은 없다. ‘최선’을 다하진 못해도 ‘차선’의 노력이라도 실행하는 계묘년 한 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