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농촌 문제는 너무나 심각하다. 탈농현상 고착화로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공동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해남군 인구는 1966년 23만여명에 달했으나, 57년이 흐른 2023년 현재 6만5,700여명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거주 인구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급격한 인구감소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인구이동 추이를 보면 산업화 이후 70%가 넘는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소득문제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4인 가정이 자녀들의 교육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최소 3,600만원의 연소득이 필요하다고 한다.

-인구감소·고령화로 소멸위기

현실은 논농사 6,000평을 경작해도 연소득은 1,00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대부분의 농가는 부족한 소득 보전과 생존을 위해 소나 돼지를 키우면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우 가격마저 폭락했다. 소를 키우면 키울수록 적자 폭이 커져 빚만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작은 희망마저 사라졌다고 아우성이고, 자녀 교육문제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는 지경이다. 영농인구 감소, 저소득, 고령화 등으로 황폐화되고 소멸위기에 놓인 농촌과 농민을 회생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영농형태양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외국의 보급실태를 보면 첫 실증사업은 2004년 일본 농업인 Akira Nagashima가 다양한 작물들을 태양광 모듈 하부에서 생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후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 2010년부터 실증사업이 시작되면서 2018년 이후엔 미국, 아시아 등으로 확대됐다.

독일의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 연구소(Fraunhofer ISE)는 농경지 4%에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해도 독일 내 전기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신재생에너지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2013년 법안이 통과됐다. 이후 3,000건 이상의 영농형태양광 설비가 설치되고, 농지 전용허가를 10년으로 연장했다.

우리나라도 영농형태양광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른 기대효과는 우선 농지소멸 방지다. 2014년 이후 타용도 농지전용(소멸) 면적이 증가추세다. 농지에 태양광발전을 설치해 영농을 병행하면 농지소멸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기후 및 환경변화의 문제점 완화 효과를 들 수 있다. 영농형태양광 기술의 그림자 효과(shading effect)로 폭염, 폭우, 냉해, 강풍, 우박, 수분증발 등 자연현상이 영농에 주는 직접 피해를 줄이거나 차단하는 긍정적 기능이다.

특히 농촌 공동화와 소득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방안일 수 있다. 영농형태양광을 통해 적정소득이 보장되면 젊은 세대들의 귀농을 유인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국내 30~39세 미혼 연령층 280만명 중 10%인 28만명이 귀촌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출산하면 농촌 회생과 청년실업 문제 및 인구절벽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역적자도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3대 화석연료를 수입하는데 1,906억 달러를 지불했으며, 무역적자는 472억 달러에 달한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으로 화석연료 수입을 20%만 줄여도 연 400억 달러 무역수지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한계도 존재한다. 농민(단체), 국회, 정부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 차이로 농지법 개정안이 표류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영농태양광은 일반태양광에 비해 초기투자 비용이 많아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 이와 함께 작물 생산량 감소 우려와 농지를 태양광 시설물과 공유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농민들의 정서적 거부감이 여전하다는 점도 넘어야 할 벽이다.

필자는 영농형태양광의 기대효과에 방점을 두고 정책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농지법 개정을 통해 영농형태양광이 확대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국회와 정부가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둘째, 각 지자체 간 조례도 달라 선택적 규제가 존재한다. 이격거리 기준 통일 등 합리적인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 셋째, 신재생에너지 연계용 전력계통설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안정적 계통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넷째, 영농형태양광은 일반태양광과 비교할 때 면적은 2배, 공사비는 1.3배 많이 소요되지만, REC 가중치가 똑같이 적용돼 경제성이 부족하다. 적정 가중치를 부여해 수익성 보장과 동시에 농민과 상생을 위한 보호대책도 강구돼야 한다. 다섯째로는 농업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정책 및 지원의 일관성 확보를 위한 정부 의지와 노력이다. 정부는 영농태양광 추진목표와 정책 방향을 정립하고 주요 관계자 등 이해당사자의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 사업자 수익성 보장, 농민참여 및 합리적 소득분배 체계 구축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 마련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일이다.

-탄소중립 실천, 선택 아닌 필수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 및 RE100 실천을 위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존 화석연료 고갈 및 가격 폭등, 환경문제 등을 고려하면 두말할 나위도 없다. 아울러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고 농촌 회생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선진국으로 나아감은 물론 한정된 국토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도 영농형태양광 확대보급을 적극 검토할 때라고 생각한다.

기후변화 담론이 외교·통상·경제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국가별 탄소중립 동참과 기업들의 RE100 참여 선언 등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적 노력도 확산되고 있다. 가속화되는 농지감소를 방지해 식량안보를 달성하는 것도 숙제다. 농촌은 소외되고 쇠락하고 있으나 답이 없다. 영농을 병행하는 태양광발전 확대가 해답이 될 수 있다.

/한상원 다스코(주)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