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는 매코믹플레이스 컨벤션센터가 유명하다. 한 변의 길이가 220m가 넘고 지붕 전체를 8개의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구조다. 아름다운 이 건물에 매일 밤 새들이 부딪혀 죽는다. 40년간 4만 마리가 사망했다. 미국 코넬대 공동연구팀이 조사해 보니 대낮처럼 불을 밝힌 조명 때문이었다.

불이 꺼졌거나 휴일 다음날은 새들의 사체가 크게 줄었다. 연구팀은 조명이 켜진 창의 면적을 절반으로 줄이면 충돌 횟수가 봄에는 11의 1로 가을에는 6분의 1로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조명을 절반만 꺼도 조류 사망을 59%까지 줄일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전 세계 척추동물의 약 30퍼센트, 무척추동물의 약 60퍼센트 이상이 야행성인데, 주로 달빛으로 방향을 탐지하는 벌레나 동물은 인공조명으로 인해 길을 잃고 헤맨다.

인공조명은 식물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공조명에 과도하게 노출된 식물은 계절에 맞지 않게 싹을 틔우거나 꽃을 피운다. 열매를 맺어야 할 시기에 열매를 맺지 못해 농작물의 수확량 또한 감소시킨다.

사람도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과도한 인공조명은 사람의 건강을 해친다. 자연의 시계에 맞춰 휴식과 수면을 취해야 할 시간에 우리 몸은 충전하지 못하고 공회전한다. 인공조명으로 생체리듬이 흔들려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고 이는 암 발병률을 높이고 불면증과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도시는 별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밤거리 안전과 도시 경관을 위해 우리의 밤을 환하게 비추는 조명이 밤하늘을 가리면서 별은 시야에서 하나하나 사라졌다.

세계 인구의 3분의 2는 도시조명 때문에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인공조명이 만든 이러한 결과들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에 따른 과도한 빛이나 누출되는 빛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빛공해라고 한다.

정부는 과도한 인공조명들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고, 환경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방지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안전한 야간 활동을 위해 도로, 공원 등 특정 공간을 비추는 공간조명과 옥외광고물을 비추는 광고조명, 시설물·조형물 등을 장식할 목적으로 외관에 설치하는 장식조명이 관리 대상이다.

우리 시도 빛공해 관리를 위해 ‘빛공해 방지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였고, 시 전역(501.18㎢)을 보전지역 1종부터 상업·공업지역 4종까지로 구분한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해 2022년부터 전면 시행해 오고 있다.

조명환경관리구역 내 설치된 조명기구는 빛방사허용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위반할 경우에는 조명기구 소유자 등에게 최대 3백만원 이하 과태료와 함께 개선명령이 내려진다.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계속하여 위반할 경우에는 사용중지 또는 사용제한 명령이 내려진다. 전면 시행 첫해인 작년에 민원 311건이 접수됐다. 그중 1건은 과태료 및 개선명령이 내려졌다.

조명기구의 빛방사허용기준은 지켜져야 한다. 빛공해를 줄이기 위해서 공간조명은 측면 배광이 넓은 조명기구로 교체하거나 후사광을 차단하는 차광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빛의 양이 낮은 광원으로 교체하는 방법도 있다. 광고·장식조명은 LED 모듈 밀도를 낮추거나 투광성 색지 부착하면 되는데, 특히 동영상 등 점멸조명은 점멸 주기, 색 변화, 상영 횟수 등을 줄여서 저감할 수 있다.

우주 탄생은 빛에서 시작되었다. 캄캄하고 혼란스러운 어둠에 한줄기 빛이 비치면서 천지가 창조되었다. 빛이 있음으로 해서 세상이 시작되었고 빛으로 인해 비로소 이름이 불리고 빛깔과 향기가 생겨났다.

수많은 빛이 끊임없이 반사되고 산란하며 세상을 채운다. 우리의 눈으로 들어온 빛으로 글을 읽고, 사물을 보고, 세상을 인지한다.

이처럼 소중한 빛을 잘 사용하고 이용하는 데도 지혜가 필요하다. 생활에 필요한 빛은 충분히 확보하되, 불필요한 빛은 최소한으로 줄여 주변 환경에 조화로운 좋은 빛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인공조명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 공해가 되어버린 인공조명 빛을 현명하게 관리함으로써 별이 빛나는 밤을 볼 수 있는 때가 오기를 소망한다. 시민들의 작은 실천과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