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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 여행가의 세계여행]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Northern Route)
2023년 02월 28일(화) 11:08
작지만 아름다운 루아르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Northern Route)

글 김진환 건축가

스페인은 유럽 남서 끝 이베리아반도에 위치한다. 정치는 입헌군주제이며 수도는 마드리드다. 국토 면적은 우리보다 2배가 넘지만 인구는 5천만이 못 된다. 8세기 초부터 이슬람 세력에 지배를 받았지만 국토회복운동을 통해 1492년 이슬람을 몰아내고 강력한 카톨릭 국가로 통일한 나라이다. 콜롬버스가 대항해 시대를 활짝 열고 나서 속국으로부터 들어온 물산이 풍부해 영국과 전쟁 전에는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였다. 위대한 건축가 가우디가 한 도시를 먹여 살리는 형국이다.

우리와 계절이 비슷한 스페인 순례길로 긴 여정의 여행을 떠났다. 파리 일정을 마치고 몽파르나스 역에서 헨다예(Gare de Hendaye)행 열차를 타고 국경 근처에 도착해 도보로 다리만 건너면 스페인이다. 다리 중간에 작은 돌로 국경 표시가 있으나 유심히 관찰하지 않고는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열차표를 구할 수 없어 새벽 시간을 선택했다. 출발하기 전날 밤 파리에서 스페인과 프랑스 간 중요한 클럽대항 축구 경기 때문에 스페인 훌리건들이 파리로 넘어와 그날 떠나기 때문이었다. 대사관으로부터 흥분한 축구 훌리건이 위험하니 밤에 외출을 삼가라는 문자가 계속 들어왔다.

순례길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25개 넘는 코스 중 화북노선(Northern Route)을 선택했다. 대서양 북쪽 해안을 끼고 걷다 보니 때로는 높은 산을 넘어야 하고 바다를 만날 때는 그간의 여독을 대서양이 따스한 손길로 나를 감싸는 여정이었다. 이 길은 스페인과 프랑스 접경지역인 이룬서 시작해 826km를 걸어 야고보 성인이 잠들어 있다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순례자는 걷는 것 이외에도 말, 자전거 등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긴 여정에 참여한다. 순례자 숙소(Albergue)에는 많은 봉사자가 순례자를 위한 안락한 잠자리와 조리할 수 있는 간이 주방을 운영해 지친 심신을 풀도록 돕고 있었다. 이곳은 다른 나라 친구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자기 고향을 소개하며 세계인이 하나가 되는 공간이다.

이 길을 통과하는 도시 중 익히 잘 알고
게르니카 타일벽화
있는 빌바오에는 네르비온 강을 따라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곳은 전기를 생산했던 발전소가 혁신적인 건축가의 손을 통해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최초의 건축물이다. 외부에는 이 박물관 상징인 거미 모형 조각품이 방문객을 맞고 있었고 내부는 3층으로 다양한 전시실이 있는 건축물 자체가 거대한 박물관이었다. 독재자 프랑코가 1937년 스페인 내전 당시 나치 외세를 끌어들여 바스크 지역 게르니카를 폭격해 도시인구 1/3에 달하는 1,654명을 사망케 했고 부상자는 889명으로 쑥대밭을 만들었다. 1980년 당시 많은 희생자를 낳았던 광주와 같은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지역을 통과한다. 지금도 도시 중앙 높은 담벼락에는 당시 분노를 참지 못해 피카소가 그린 “게르니카” 벽화가 묵묵히 그날의 흔적을 증언하고 있다. 베레모를 푹 눌러쓴 늙은 바스크인들의 무거운 침묵과 희미한 미소가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길을 걸으며 많은 사람과 만났다 헤어짐을 반복하며 한 곳을 향해 걸어간다. 하지만 숙소에서 만난 이들이 정말 특별했다. 비용을 아끼려고 16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왔다는 영국인 엘리자베스는 여권까지 보여주며 여왕과 이름이 같다고 자랑하는 순진함이 기억에 남는다. 제노바 집에서 출발해 두 달째 걷고 있다는 올리바, 특히 많은 독일 친구들도 집부터 출발했다며 자랑하는 모습에 “이들이 이 길을 걷는 의미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모두 자기만의 의미가 있겠지만 길은 모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한다. 길은 내가 걷는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기적 같은 일을 많이 겪었다. 숙소가 멀리 남아 있고 지쳐 걸을 수 없을 때 천사처럼 나타나 대가없이 나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 젊은 청년, 길을 잃었을 때 말이 통하지 않으니 온몸을 사용해 바른길로 인도해준 할아버지, 이미 지쳐 탈진상태에서 작은 알베르게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트럭 기사가 나를 직접 인도해 찾아 주었던 일. 이런 다양한 이들의 친절함으로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에 닿을 수 있었다.
파사이아 항구
순례자는 당신의 앞날을 축복한다는 뜻으로 “부엔 까미노(Buen Camino)”라고 인사한다. 아무리 몸이 지쳐 있어도 누구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똑같은 말로 답해주고 서로 위로하며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산티아고 광장에 도착한 순례자는 누구나 환희에 찬 기분으로 서로 얼싸안고 친구가 된다. 함께한 여정에 종교적이 건 개인적인 목적을 떠나 이루었다는 감사가 우선한다. 밤에는 순례자를 위한 향로 미사에 참여해 그동안 걸었던 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지금 느끼는 이 환희가 내 삶과 신앙생활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미래 어느 날 삶이 힘들고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 사랑이 멀어졌다고 느낄 때 나는 하늘을 올려다볼 것이다. 그리고 이번 순례 여정에서 받았던 환희를 생각하면 얼굴의 희미한 미소와 함께 나는 항상 내 자리를 지킬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대서양과 스페인 자연은 아름다웠고 이 길을 통해 내가 받은 사랑은 끝이 없었다.



· 조선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 조선대학교 산업대학원 졸업 · 전남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 현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광주전남지부장 · (주)꼭살고싶은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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