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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경의 심리학교실] 두 번째 화살은 누가 쏘았을까?
2023년 02월 28일(화) 11:51
[한은경의 심리학교실] 두 번째 화살은 누가 쏘았을까?
-마음챙김의 심리학-

글 한은경 심리학박사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이하여 과거의 묵은 때는 모두 벗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한해를 계획해 봄 직한 시기이자, 각자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 수많은 다짐이 생겨나는 때이다. 한편으로는 몇여 년간의 팬데믹으로 인한 후폭풍의 영향을 사회문화경제 전반적으로 고스란히 받는 때이기도 하다.

그간 우리는 전례가 없는 고통을 경험하면서 뭔가 우리에게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직감했고, 왠지 행복해지는 것에 실패한 듯한 느낌도 들었다. 우리가 왜 이러한 고통을 당해야 하며, 언제까지 고통이 계속될 것인지를 두려워하고, 팬데믹 이전의 삶으로 당연히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해하기도 했다. 그만큼 전례가 없었기에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고통이란 원래 그러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쳐서는 고스란히 관통케 한다. 그렇지만 팬데믹이라는 고통을 지나오면서 우리는 자잘한 일상들의 기쁨을 맛보았고, 동시에 평범한 일상이 주는 행복을 동시에 경험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팬데믹의 고통이 없었다면 일상의 행복을 찾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비단 팬데믹이 아닐지라도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고통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경험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는 배우지 못했다. 가정과 학교에서는 고통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았다. 고통을 어떻게 잘 경험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 고통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안다면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다. 나아가 진정한 행복을 깨달을 수도 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진흙탕 속으로 삶이 고꾸라져 처박힐 수가 있다. 그때 우리는 고통만이 오직 거기에 존재하고, 행복은 다른 곳에, 또 다른 시기에 있다고 말한다. 이는 마치 왼쪽 없이 오른쪽만 존재한다고 믿는 착각과도 같다. 만약 고통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면 과연 우리의 행복은 어떻게 되는 걸까? 기쁨이란 것을 느끼기는 할 수 있는 것일까? 이미 선인들은 행복과 고통은 분리된 것이 아니며, 연속선상에 있고, 고통이 없으면 행복도 없음을 강조해 설파해왔다.

그렇다. 행복의 기술이란 고통을 잘 경험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진흙 속에서 향기로운 연꽃이 탄생하는 원리처럼 삶에서 만나는 고통을 제대로 처리해내야 비로소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통을 다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고통이 일어나면 무엇보다 고통을 피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멈춰서서 고통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들숨 날숨에 집중하는 호흡을 통해 마음을 몸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불필요한 마음의 잡음을 끄고 명료한 상태에서 더 건강한 결정을 내릴 수가 있다. 우는 아기를 먼저 안아서 달랜 다음 우는 원인을 해결해 돌보는 것처럼, 고통 또한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왜 이 시기에 고통이 나타났는지, 그리고 자신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기회로 전환점을 삼아야 한다. 필요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고통의 뿌리를 살피고, 어떻게 양분을 흡수하며 자라난 것인지 살펴야한다. 비로소 진흙탕 속의 고통이 행복의 비료가 되는 순간이다.

특히, 무엇보다 고통에 좌절하여 압도되도록 스스로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 중요하다. 붓다의 화살경을 보면, 화살의 비유가 등장한다. 전쟁터에 나간 병사가 화살을 맞고 통증에 고통스러워하는데, 두 번째 화살이 같은 곳에 또 꽂히면 그때의 통증은 두 배 이상이 아닌 열 배 이상 커진다는 것이다. 이때의 첫 번째 화살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고통으로,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사건들이다. 일상의 작은 실수에서부터 질병, 사고, 실직, 빈곤, 대인관계 갈등, 죽음 등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두 번째 화살이란 무엇일까? 첫 번째 화살로 생긴 통증에 우리가 덧입히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자신에게 일어난 고통에 대해 자신을 책망한다거나 고통이 커질 것을 두려워하며 상황을 부풀려 좌절감에 휩싸이는 것이다. 이는 불가피한 삶의 고통을 확대해서 절망과 좌절감에 자신을 가두는 독기를 뿜어낸다.

삶이 주는 고통과 역경이라는 첫 번째 화살을 맞았다면, 그 상처에 집중해 잘 치료하면 된다. 혹 자신과 주변 세계에 대한 원망과 분노에 휩싸인 거라면 이미 두 번째 화살을 맞은 것이다. 독기가 더 퍼지기 전에 서둘러 빼내야 한다. 또한 만나게 될 고통에 대해서도 두 번째 화살을 스스로 자신에게 겨누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대부분은 내면에, 그리고 시선만 돌리면 주변에 크고 작은 고통은 충분히 있다. 바꿔말하면 우리는 우리의 내면에, 그리고 우리의 주변에 우리의 행복을 가능케 하기에 충분한 고통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더 이상 새로운 고통을 불필요하게 만들어낼 필요가 없다. 두 번째 화살을 쏘지 않는 것, 2023년 새해의 다짐이라고 해도 좋겠고, 마음챙김이 더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 심리학박사 임상심리 전문가 . 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전남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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