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내평마을 길쌈놀이’ 농촌관광모델 선도 기대

농경문화 소득화 모델 구축 시범 사업 성공적
마을 공동 문화로 시작‥주민 참여·교류 적극적
목화에서 탄생한 ‘실댕이’ 캐릭터 굿즈 사업 눈앞
마을 공동 소유·소득원 카페 주민들 발길 이어져

2023년 03월 07일(화) 15:22
타래와 실댕이 캐릭터
‘내평마을 길쌈놀이’ 농촌관광모델 선도 기대

농경문화 소득화 모델 구축 시범 사업 성공적
마을 공동 문화로 시작‥주민 참여·교류 적극적
목화에서 탄생한 ‘실댕이’ 캐릭터 굿즈 사업 눈앞
마을 공동 소유·소득원 카페 주민들 발길 이어져

특색있는 마을 만들기, 지역(마을)공동체 일자리, 마을기업…. 익숙한 공모사업명이다. 중앙정부는 수년간 명칭만 다를 뿐 비슷한 내용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은 물론 깊숙이 자리한 시골 마을까지 이웃 간 정서적 유대감이 사라진 지 오래인데 시범 사업 후 마을공동체 사업이 지속가능한 공동체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같은 우려와 의문을 통쾌하게 깨뜨린 화순군 ‘내평마을’을 소개한다. 대대로 이어지던 농경문화를 내세워 공동체를 회복한 것은 물론, 구체적인 소득 모델을 구상해 소비자들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내평마을 길쌈노래 장면


■내평마을 ‘길쌈’ 문화 가치 제고

전남 화순군 화순읍 내평마을에서 전승되는 ‘길쌈’은 목화가 주재료로, 풍성하게 자란 솜을 채취해 물레에 돌려 실을 뽑아 베틀에서 옷감을 짜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다. 풍년이어도 돌아서면 배곯던 시절, 여성들은 가계를 위해 너른 평야에 목화를 심고 길렀다. 화폐로도 쓰인 길쌈은 식생활과 의생활의 근간이었다. 한데 모여 같이 옷감을 짜는 모임인 ‘길쌈두레’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현재로 보자면 마을공동체 일자리이자 마을기업과 같다.
길쌈은 나일론 등 합성 섬유가 나오기 시작하며 1960년대 초반 자취를 감추게 된다. 하지만 1983년 진행된 ‘한국구비문학대계’ 증보사업에 길쌈과 관련된 민요 11곡이 수록 돼 근근이 명맥은 이어졌다. 마을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사라져가는 전통을 보존하자는 주민들의 뜻이 모여 지난 1990년 남도문화제에서 최초로 물레노래와 베틀노래를 곁들인 길쌈노동을 재현했다.
길쌈두레
2008년 화순 풍류문화큰잔치에서는 좀더 연희성을 강조해 완성도를 높였고 2013년 향토문화유산 제64호로 지정됐다. 경사는 연이어 왔다. 2015년 전남민속예술축제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2016년엔 전라남도 대표로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참가, 최우수상(국무총리상)을 받았다. 2017년 제15차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의에 초청 받아 공연도 했다. ‘길쌈놀이’는 예술성과 역사성을 인정받고 마을의 문화자원과 지역의 공공문화 자원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2018년도에 이르러 화순군은 내평마을 주민들과 함께 길쌈놀이의 전승과 보존을 위해 적극 행정을 펼쳤다. 6차 산업화와 연계해 관광자원화로 농가소득 발굴 및 길쌈놀이 생태계를 보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마을공동체 사업은 주민참여가 필승 전략이기에 ‘내평리길쌈노래보존회’가 주축이 됐다. 전통문화 계승방안은 가닥이 잡혔으나 체험콘텐츠와 소득사업은 앞날이 캄캄했다. 길쌈을 주제로 체험과 먹거리, 판매소득상품도 염색목화, 목화디퓨저 등 6종을 구상했지만, 경쟁력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이에 지역 브랜드 가치 제고를 목표로 2020년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농경문화 소득화 모델 구축 시범사업’에 공모, 전국 5곳 중 1곳으로 선정 돼 2021년부터 연간 2억1000만 원씩 2년간 지원 받았다.

■주민 참여 적극적‥대가 없이 땅 대여까지

내평마을은 투입되는 공공 예산과 그에 따른 성과, 공통 관심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해 지속가능한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사소한 결정도 주민투표를 통해 이루어졌다. 마을회관은 프리젠테이션장이 됐다. 미적센스가 개인별로 다르다보니 캐릭터 선정에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대상자가 어린이라는 설명을 듣자마자 만장일치로 ‘타래’와 ‘실댕이’가 선정됐다.
주민들의 호쾌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공동자원을 우선으로 생각해 환경개선과 자원정비 차원에서 우물과 벽화 정비를 첫 대상으로 선정해 시작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다. 1년 차에 길쌈 자원 발굴과 복원, 체험 상품화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길쌈두레
가장 중요한 벽화는 태곳미술관 관장인 김선미 작가가 주도했다. 마을 주민들과 김 작가 소속 동인회가 힘을 모아 목화와 길쌈을 주제로 벽화를 채워갔다. 김 작가의 활달한 성격만큼이나 풍부하고도 과감한 색은 소백한 목화를 돋보이게 하고 사계절 내내 시들지 않는 생동감을 부여했다. 마을의 자랑이자 하나의 단독 관광지가 된 벽화는 생동감 넘치는 고양이, 힐링 글귀가 돋보이는 캘리그라피 등 마을의 따뜻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주민들은 생업이 바쁜 와중에도 길쌈을 위해 목화밭을 다시 복구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소유한 땅을 흔쾌히 대여하겠다는 주민도 있었다. 2년 차에는 전시 판매 환경 조성을 위해 목화 캐릭터 구축, 구판장(카페) 설립 등 소득원 모델에 집중했다. 고요하던 시골마을이 갑작스레 떠들썩해지고, 방문하는 이들로 곳곳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데도 불평하는 주민은 없었다. 오히려 “사람이 많이 방문하니 활기차고 좋다”는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전시 판매장을 카페로 겸용하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마을의 공동 소유이자 소득원이니 ‘매상’을 올려줘야한다는게 이유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들린 가족이나 손자들, 멀리서 온 손님들도 반드시 거처가야하는 필수 코스가 됐다. 마을 주민들은 부쩍 활성화된 마을 덕에 이야깃거리가 늘고 만족감이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내평마을 길쌈한 서양화가

내평마을은 현재 120가구가 거주하는 대형마을이다. 의견수립과 조율이 쉽지 않았을텐데도 분쟁없이 끝마친데는 숨은 일등공신이 있었다. 바로 태곳 미술관 관장이자 김선미 서양화가다. 남편을 따라 함께 귀향하기 전에는 마을과 전혀 연이 없었지만, 이제는 남편보다 더 예쁨받는 내평마을의 마스코트가 됐다.
김선미 서양화가
“성공 발판은 향토문화유산인 길쌈놀이 계승에 대한 주민들의 협조와 염원 덕분”이라며 공을 돌리지만, 내평리길쌈노래보존회 총무로서 고령인 서말순 회장을 도와 2년 간 건강에 무리가 갈 정도로 바쁜 행보 덕이다. 결정권한을 가진 개발위원회, 부녀회, 노인회, 새마을회 등에 일일이 자문을 구하고, 발품을 팔아 적절한 캐릭터 후보들을 올리는데 주력했다. 프리젠테이션을 몇 번이고 준비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예술이 농촌을 살린다는 신념 덕분이다.
김 작가는 “마을의 유구한 역사 문화 자원은 서사가 있고 경쟁력을 가진다”며 “반드시 문화사업으로 성공해 자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평마을 농경문화자원 보전·관리 시범 모델 사업 성공에는 판매용품 시안 등을 자료화하고 프로그램을 준비해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화 체험교육 등을 실시하는 등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랐던 김 작가의 공이 컸다.

■마을 주민 투표로 선정한 ‘실댕이’ 캐릭터 효과 커

딱딱하고 허술한 이미지를 사용한 교육은 성인조차 집중하기 어려웠다. 초등생은 두말 할 것도 없었다. 접근성과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아기자기한 ‘실댕이’ 캐릭터가 구원투수로 투입됐고, 목화에 대한 설명 및 유래 등을 시청각 동영상으로 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도곡초등학교 학생 20명은 캐릭터에 푹 빠져 이전과는 다르게 중요한 내용을 빠짐없이 기억했다.
시청각 동영상으로 학습 중인 학생들
체험도 수월했다. 물레 체험, 목화를 활용한 공예 실습, 우물 복원터 체험, 길쌈복 입고 목화 벽화 배경 사진 찍기 등 이색 체험도 즐겁게 수행했다. 한 교육생은 “목화로 실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웠고, 옷감을 직접 만드는 방법을 터득해 유익했다”며 “목화 캐릭터가 그려진 다양한 상품들이 있어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의 호응도 좋았다. 능주 향교 교육생은 “어릴 적 길쌈을 하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떠올랐다”며 “목화를 활용한 장식품이 인상 깊었다”는 소감으로 보존 개발 가치와 교육적 가치를 평가했다.

■화순 농촌 관광 모델 선도

내평마을은 길쌈테마마을로서 화순 농촌 관광의 모델이 됐다. 길쌈놀이 전통문화 계승, 현대화된 체험 콘텐츠 등으로 관광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타래와 실을 캐릭터화한 ‘타래’와 ‘실댕이’를 전면에 부착한 텀블러, 열쇠고리, 담요, 옷 등의 판로도 개척해 본격적으로 판매를 개시할 예정이다. 마을협동조합으로 법인체를 만들어 굿즈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화순을 떠올릴 때 내평마을을 연관 짓거나 화순투어 한 테마로 길쌈놀이와 길쌈테마 교육을 받게하는 것이 목표다. 아기자기한 ‘실댕이’ 캐릭터로 유입이 되어도 좋다. 내평마을은 화순 지역에서도 나들목(간이역)같은 구간이기에 로컬 캐릭터로 추진, 구매를 위해 마을에 들러 산책 형식으로 들러보는 것도 반긴다. 김 작가는 앞으로 마을회관 2층은 게스트하우스로 마련해 관광객들이 머물며 내평마을 외 화순의 매력을 느끼게 할 예정이다. 화순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를 내평마을을 기대해본다.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