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추운 겨울이 지나 새싹이 돋고 꽃이 피기 시작하는 3월이다.

산림청의 ‘2023년 봄꽃 개화 예측지도’에 따르면, 올해는 전국 대부분이 3월 중순 무렵부터 봄꽃 개화가 시작되고 4월 중순에는 전국적으로 절정에 이른다고 한다. 민간기상업체인 웨더아이 데이터를 보면 우리 지역의 봄꽃 개화시기도 3~8일 정도 빨라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기상청이 발표한 미래 우리나라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봄꽃 3종(개나리, 진달래, 벚꽃)의 개화일 전망 분석 결과를 보면, 현재 수준과 유사하게 온실가스 배출이 유지되는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21세기 후반기로 가면 개화일이 23~27일 앞당겨지고 60년 뒤에는 진달래가 2월에 필 것으로 전망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평년기온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봄의 시작도 빨라진 것이다.

이렇게 지구온난화로 봄을 알리는 꽃이 빨리 피게 되면 외부온도에 민감한 변온곤충인 꿀벌들이 벌통에 머물며 체력을 비축하지 못하고 채집활동을 하게 되어 면역력 저하로 인해 각종 질병과 해충에 노출되어 집단폐사로 이어지거나, 추울 때 따뜻하고, 따뜻할 때 추운 이상기온 등 기후변화로 벌떼가 둥지로 돌아오지 못한 채 밖에서 죽는 사례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 농작물의 70% 정도가 바로 꿀벌 때문에 열매를 맺는다고 하는데, 화분 매개자인 꿀벌이 줄어들면 식물이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되고 이는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봄꽃의 이른 개화, 꿀벌의 실종, 지속되는 가뭄 등 이러한 모든 것들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인류에게 지구가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른 봄꽃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매년 ‘지구의 날(4월 22일)’을 전후한 일주일을 기후변화주간으로 정하여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저탄소생활 실천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소등행사 등을 전국 각지에서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 지자체 청사와 아파트, 남산 서울타워 등 각 지역 명소에서 동시에 10분간 조명을 끌 경우 52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가 있으며, 이는 30년생 소나무 7,900여 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한다.

또한 기상청의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21세기 후반에도 평균 개화시기를 3월 중순으로 추정하고 있어 탄소배출량 감축이 이른 개화를 상당히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탄소배출을 최대한 줄여야 지금처럼 3~4월에 제때 꽃이 피는 모습을 만끽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1세기 후반 지구의 미래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생각과 행동에 달려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여러 기념일이 있지만 4계절의 경계가 희미해진 지 오래인 지금, 어떤 날이라서 아니라 ‘오늘, 지금, 나부터’ 불필요한 조명 끄기, 1회용품 대신 다회용품 사용하기, 음식물 쓰레기 남기지 않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물 절약하기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실천에 동참하여,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2045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다음 세대들에게 지속가능한 지구를 물려주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