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 AI 페퍼스가 5승31패(승점 14)로 도드람 2022-2023 V리그를 마무리했다.

창단 첫해 3승28패(승점 11)를 했던 페퍼저축은행은 2년차에 2승을 더 보태며 목표했던 5승을 채우는 성과를 냈다. 시즌 초반 V리그 역대 최다인 17연패에 빠지면서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사령탑 사퇴, 신인 지명권을 투자한 트레이드 등을 통해 전열을 정비하며 6개월의 대장정을 마쳤다.

사실 시즌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크고 작은 부상을 입거나 수술 후 재활 중인 선수들이 예상보다 많아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1~2라운드 전패를 기록하는 등 예상보다 더 험난했다.

특히 팽팽한 접전을 펼치며 4세트까지 몰고 가면서도 늘 중요한 승부처에서 뒷심이 부족하거나 실책성 플레이를 펼치면서 다잡은 승리를 놓치는 경기가 많았다.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자 지난해 초대 사령탑인 김형실 감독이 자진사퇴 후 이경수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으나 이마저도 소용없었다. 이에 페퍼저축은행은 개막 후 1~2라운드 전패를 기록하면서 V리그 최다인 17연패 수렁에 빠지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연패를 끊어야 하는 절대과제를 안았던 페퍼저축은행은 신인 지명권을 소진하면서 리베로 오지영을 영입했고 이 트레이드는 적중했다. 특히 오지영의 결적적인 디그로 세터 이고은의 토스까지 향상됐다. 이고은과 외국인선수 니아리드의 호흡도 이때부터 맞기 시작했다.

수비와 리시브 라인을 보강한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12월 31일 한국도로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지난 1월 23일 GS칼텍스를 상대로 홈 첫 승을 거두며 V리그 여자부 순위싸움에 변수로 떠올랐다.

이후 3월 10일에는 흥국생명과 선두경쟁이 한창인 현대건설의 발목을 잡았고, 지난달 18일에는 선수단 전원이 고른 활약을 펼치면서 3위 굳히기에 나선 갈길 바쁜 한국도로공사를 무너뜨렸다. 후반기 여자부 순위 경쟁의 판도를 뒤흔들며 ‘매운 후춧가루’ 역할을 한 셈이다.

무엇보다 매 경기 쉽게 세트를 내주지 않았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주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 범실도 646개(6위)로 현저히 줄었다.

물론 완벽한 전력이라고는 할 수 없다. 부상선수로 인해 교체할 선수가 적었다. 이에 기존 선수들이 풀 세트를 뛰다 보니 체력적인 한계도 드러났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임에도 이한비, 최가은, 박경현, 서채원 등 젊은선수들의 꾸준한 성장세는 내년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특히 주장 이한비는 생애 첫 성인 국가대표팀에 승선해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펼쳤다.

신생팀 2년차를 마무리한 페퍼저축은행은 3년차에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아헨 킴 감독의 지도력에 기대하기 앞서 비시즌동안 두터운 스쿼드를 갖춰야 한다. 신인들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기에 FA시장에서 주전급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FA로 풀리는 이한비와 오지영을 잡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 니아 리드의 퇴출로 새로운 외국인 선수도 영입해야 한다. 아헨 킴 신임 감독이 바쁜 비시즌을 보내게 됐다.

/조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