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매광장>김대중의 외교, 윤석열의 외교 |
| 2023년 03월 29일(수) 16:38 |
|
<전매광장>김대중의 외교, 윤석열의 외교
최영태 한반도미래연구원장·전남대 명예교수
윤석열 대통령은 일제 강점기 일본 기업의 한인 강제징용문제에 대한 자신의 해법이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21세기 한일 파트너십)’의 연장선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집권 여당과 보수 언론은 김대중 대통령도 국회의원 시절인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때 야당과 대학생들의 반대 투쟁과는 달리 한일국교 정상화를 지지했다고 주장하면서 윤 대통령의 한일 외교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나 보수 진영의 주장처럼, 1964~65년 박정희 정부가 한일국교 정상화를 추진할 때 김대중 의원은 큰 틀에서 국교 정상화를 지지했다. 김 의원은 북한과 공산권의 위협에 대처하고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시 야당과 대학생들이 한일국교 정상화에 강력하게 반대했던 상황에서 야당 소속인 김대중 의원의 국교정상화론은 그의 정치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큰 모험이었다. 김 의원의 가족들이 밖에서 ‘사꾸라’ 의원의 아내와 자식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김 의원의 부친이 하의도에서 서울로 올라와 시중의 비판적 여론을 직접 전달하며 아들을 걱정했다는 이야기는 그때의 분위기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잘 말해 준다.
한국에 유리한 내용 추진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나 보수 진영이 눈여겨봐야 할 것은 김대중 의원이 왜 그런 주장을 펼쳤는가이다. 김대중 의원이 1964~65년 한일국교 정상화 문제에 임한 입장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국제정세의 큰 흐름으로 봤을 때 한일국교 정상화는 필요하다. 둘째, 야당은 찬·반의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한일기본조약의 내용을 우리나라에 유리하게 만들 것인지에 관심을 갖고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야당과 대학생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일기본협정은 체결되었다. 그런데 내용에 문제가 많았다. 일본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도 받아내지 못했고, 일본으로부터 받은 배상금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김대중은 한일기본조약의 내용을 보고 한탄했다. 정부의 무능과 야당의 대책 없는 강경론 모두를 겨냥한 한탄이었다.
그로부터 33년이 지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있었다. 김 대통령이 주도한 이 한일 외교에서 일본은 처음으로 ‘식민 통치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외교문서에, 그것도 한국을 직접 지칭해서 명기했다. 일본 정부가 이런 조처를 취한 배경에는 수평적 정권교체로 상징되는 한국의 민주화와 김대중 대통령의 외교력이 있었다. 특히 일본은 김대중 대통령 개인의 민주화 경력에 대한 신뢰와 존경, 그리고 1965년 김대중 대통령이 한일국교 정상화를 지지한 실용주의적 외교 노선에 높은 평가를 하고 있었다. 또 김 대통령이 일본 문화 개방조치를 취한 것도 일본에 좋은 인상을 주었다.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나왔다.
그런데 윤석열 외교는 김대중 외교로부터 별로 배운 것이 없는 것 같다. 김대중 대통령은 외교에서 실질적 내용을 중시했는데 윤석열 외교에는 일방적 양보만 있다. 우리가 양보했으니 일본도 무언가 해주어야 한다는 당위론과 일본 쳐다보기만 있다. 대통령과 참모의 대일관과 외교력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한일관계 정상화의 목표는 일본과의 친선과 함께 동북아 평화체제의 구축이었다. 김 대통령은 한·중·미·일 4강 외교의 정상화를 통해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남북문제를 풀려고 했다. 그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에게 북한 방문을 권유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북한 봉쇄’전략 국익 영향
윤석열의 외교는 정반대이다. 즉 윤석열의 대일 외교는 일본과의 외교 정상화를 통해 한미일 삼각 동맹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북한을 봉쇄하려는 것이다. 한일관계 정상화를 강권한 미국의 목표는 더 원대하다. 한미일 동맹 강화로 중국 봉쇄망을 구축하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미국의 이런 목표가 우리나라 국익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제대로 계산을 하고 행하는 것인가?
한마디로 김대중의 대일 외교와 윤석열의 대일 외교 사이에는 목표와 성격, 내용 모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여당, 그리고 보수 언론이 김대중 대통령의 대일 외교를 윤석열 대통령의 굴욕적인 대일 외교를 변호하기 위한 소재로 삼는 것은 잘못된 인용이며 번지수가 크게 벗어난 비교이다.
최영태 한반도미래연구원장·전남대 명예교수
윤석열 대통령은 일제 강점기 일본 기업의 한인 강제징용문제에 대한 자신의 해법이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21세기 한일 파트너십)’의 연장선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집권 여당과 보수 언론은 김대중 대통령도 국회의원 시절인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때 야당과 대학생들의 반대 투쟁과는 달리 한일국교 정상화를 지지했다고 주장하면서 윤 대통령의 한일 외교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나 보수 진영의 주장처럼, 1964~65년 박정희 정부가 한일국교 정상화를 추진할 때 김대중 의원은 큰 틀에서 국교 정상화를 지지했다. 김 의원은 북한과 공산권의 위협에 대처하고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당시 야당과 대학생들이 한일국교 정상화에 강력하게 반대했던 상황에서 야당 소속인 김대중 의원의 국교정상화론은 그의 정치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큰 모험이었다. 김 의원의 가족들이 밖에서 ‘사꾸라’ 의원의 아내와 자식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김 의원의 부친이 하의도에서 서울로 올라와 시중의 비판적 여론을 직접 전달하며 아들을 걱정했다는 이야기는 그때의 분위기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잘 말해 준다.
한국에 유리한 내용 추진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나 보수 진영이 눈여겨봐야 할 것은 김대중 의원이 왜 그런 주장을 펼쳤는가이다. 김대중 의원이 1964~65년 한일국교 정상화 문제에 임한 입장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국제정세의 큰 흐름으로 봤을 때 한일국교 정상화는 필요하다. 둘째, 야당은 찬·반의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한일기본조약의 내용을 우리나라에 유리하게 만들 것인지에 관심을 갖고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야당과 대학생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일기본협정은 체결되었다. 그런데 내용에 문제가 많았다. 일본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도 받아내지 못했고, 일본으로부터 받은 배상금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김대중은 한일기본조약의 내용을 보고 한탄했다. 정부의 무능과 야당의 대책 없는 강경론 모두를 겨냥한 한탄이었다.
그로부터 33년이 지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있었다. 김 대통령이 주도한 이 한일 외교에서 일본은 처음으로 ‘식민 통치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외교문서에, 그것도 한국을 직접 지칭해서 명기했다. 일본 정부가 이런 조처를 취한 배경에는 수평적 정권교체로 상징되는 한국의 민주화와 김대중 대통령의 외교력이 있었다. 특히 일본은 김대중 대통령 개인의 민주화 경력에 대한 신뢰와 존경, 그리고 1965년 김대중 대통령이 한일국교 정상화를 지지한 실용주의적 외교 노선에 높은 평가를 하고 있었다. 또 김 대통령이 일본 문화 개방조치를 취한 것도 일본에 좋은 인상을 주었다.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나왔다.
그런데 윤석열 외교는 김대중 외교로부터 별로 배운 것이 없는 것 같다. 김대중 대통령은 외교에서 실질적 내용을 중시했는데 윤석열 외교에는 일방적 양보만 있다. 우리가 양보했으니 일본도 무언가 해주어야 한다는 당위론과 일본 쳐다보기만 있다. 대통령과 참모의 대일관과 외교력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한일관계 정상화의 목표는 일본과의 친선과 함께 동북아 평화체제의 구축이었다. 김 대통령은 한·중·미·일 4강 외교의 정상화를 통해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남북문제를 풀려고 했다. 그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에게 북한 방문을 권유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북한 봉쇄’전략 국익 영향
윤석열의 외교는 정반대이다. 즉 윤석열의 대일 외교는 일본과의 외교 정상화를 통해 한미일 삼각 동맹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북한을 봉쇄하려는 것이다. 한일관계 정상화를 강권한 미국의 목표는 더 원대하다. 한미일 동맹 강화로 중국 봉쇄망을 구축하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미국의 이런 목표가 우리나라 국익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제대로 계산을 하고 행하는 것인가?
한마디로 김대중의 대일 외교와 윤석열의 대일 외교 사이에는 목표와 성격, 내용 모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여당, 그리고 보수 언론이 김대중 대통령의 대일 외교를 윤석열 대통령의 굴욕적인 대일 외교를 변호하기 위한 소재로 삼는 것은 잘못된 인용이며 번지수가 크게 벗어난 비교이다.
등록일 : 2015년 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