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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뮤직줌 <74>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다양한 음악적 도전, 의미있는 첫 걸음
소설 ‘거인’에서 영감받아 작곡
직접 관계보다 표제적 의미 담아
다양한 편성 음향학적 시도 표현
교향곡 영역 넓힌 대표적인 음악

2023년 04월 13일(목) 19:34
교향곡 1번의 3악장 주제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년 7월 7일~1911년 5월 18일)는 당시 오스트리아에 속한(현재는 체코의 서부 지역) 보헤미아(Bohemia)의 작은 마을 칼리슈트(Kalischt)에서 태어났다.

농촌 지역에서 자란 그는 자연스럽게 농민음악과 군악대 음악을 기반으로 6살 때 이흘라바 극장 지휘자에게 피아노를 배웠고 15살에 빈 음악원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음악가적 소양을 쌓았다. 당시 그의 동기로는 볼프(Hugo Wolf, 1860~1903)가 있다. 화성학, 작곡은 물론 음악사, 역사, 철학 등 다양한 학문을 배우고, 유럽 음악계의 두 축인 바그너와 브루크너 음악을 접하며 그들의 영향을 받았다. 피아노 5중주, 바이올린 소나타, 오페라, 칸타타 등을 작곡했지만 출판되지는 않았다. 이후 미완성된 마지막 교향곡까지 포함해 총 10개의 교향곡 외에도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죽은 아이를 기리는 노래’ 등을 작곡하고, ‘대지의 노래’까지 기존에 표현하지 못한 다양한 편성과 음향학적 시도를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음악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한 밀러 곡 중 교향곡 1번에 대해 살펴본다.



◇교향곡 1번 작곡 배경

말러의 교향곡 1번의 작곡 시기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서적은 1884년부터 작곡을 착수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그는 1888년부터 부다페스트 왕립오페라 극장의 지휘자로 2년 동안 활동하면서 교향곡 1번을 완성하고, 초연까지 이뤄냈다. 당시 장 파울(Johann Paul Friedrich Richter, 1763~1825)에 심취한 말러는 ‘거인(Titan)’이라는 소설에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 이 소설은 거인족과 시대 정신에 반항하는 내용으로 군주나 대신과 같이 퇴화한 인물들과 인간 심리에 대한 환상, 아름다운 풍경의 묘사를 담고 있다. 그의 교향곡 1번이 이 소설의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다기보다는 교향곡 1번이 갖는 음악적 특징이 거인이라는 표제적 의미를 담고 있다.



말러 교향곡 1번 중 2악장 자필악보
◇악장 구성

-1악장 : Langsam. schleppend - Immer sehr gemachlich

소나타 형식 4박자 구성의 1악장은 ‘유연하고 장중하게’로 표기돼 있다. 그리고 ‘자연의 소리처럼’이라고 악장의 시작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A음의 멀리서 들리는 듯한 울림 가운데 첫 4도 동기는 마치 뻐꾸기의 울음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앞서 4도 동기는 1악장 전체의 중요한 주제뿐만 아니라 곡 전체를 연결하는 메인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발전부는 현악기의 고음 위에 목관악기의 변형된 선율이 나타난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지휘하고 있는 말러


-2악장 : Kraftig, bewegt, doch nicht zu schnell

‘힘차게 움직여서’라고 지시된 2악장은 3부 형식으로 오스티나토 베이스가 인상적이다. 1악장의 4도 하행 선율은 바이올린과 비올라 파트의 8도 옥타브 도약의 역동적인 선율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말러는 오스트리아 산악지방의 요들을 동반한 춤곡 분위기를 도입했다고 한다. 브루너 발터는 말러가 청소년 시절 자주 들은 익숙한 선율을 춤곡으로 옮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관악기의 4도 하행 선율은 다시 등장한다. 트리오는 부드러운 왈츠풍으로 베이스의 4도 동기 반주가 다시 등장한다. 이후 플루트, 클라리넷, 현악기들의 새로운 선율이 대위법적으로 제시된 후 트리오 이후 3부는 1부를 충실하게 반복하며 형식을 견고하게 만들어 내고 있다.

말러가 여름휴가를 보낸 아터제 호수의 시골집


-3악장 : Feierlich und gemessen, ohne zu schleppen

4박자의 3부 형식 3악장은 ‘완만하지 않게, 장중한 위엄을 가지고’라고 표기되어 있다. 프랑스 화가 칼로의 작품에서 힌트를 얻은 3악장은 팀파니의 반복적인 4도 동기에 이어 더블베이스, 첼로, 그리고 튜바의 순서대로 카논 풍의 보헤미아의 민요 ‘형제 마르틴’에 의한 주제 선율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말러의 오케스트라 음향과 색채감을 잘 보여주고 있는 대목으로 현악기와 타악기의 이상적인 조화를 들을 수 있다. 이후 팀파니의 동기 가운데 오보에 선율이 나타나며 오보에와 트럼펫이 유연하고 풍부한 선율을 연주한다. 1악장의 단순한 모티브는 3악장에서 다양한 표정으로 악기를 바꿔가며 선율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훗날 그만의 교향곡 양식을 만들어 내는 음악적 감각이 드러난 악장이다.

구스타프 말러


-4악장 : Sturmisch bewegt

소나타 형식의 2박자 계통의 4악장은 ‘태풍처럼 움직여서’를 악보에 표기했다. 소나타 형식을 비교적 자유롭고 변화가 많은 특징으로 만들어 3개의 큰 부분으로 구성하고 있다. 제시부는 바단조로 오케스트라 전체가 웅장하고 강렬한 울림을 만들며 시작한다. 이후 현악기의 몰아치는 연주에 이어 트럼펫과 트럼본이 1악장의 발전부 선율을 연주한다. 4악장의 특징은 팀파니 두 대를 연주해 음향학적으로 확장하고, 바그너 이후 대규모 편성에 대한 그의 음악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휘자로서 활약할 시기, 작곡자로서 새로운 삶을 꿈꾼 말러에게 창작은 분명 새로운 도전이자 어려움이 수반됐을 것이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베토벤, 슈만, 브람스, 차이콥스키의 교향곡만큼 ‘오케스트라 문헌’에서 절대 빼고 얘기할 수 없는 중요한 작곡가가 됐다는 점이다. 말러가 도전한 수많은 음악적 도전 가운데 의미 있는 첫걸음인 동시에 교향곡의 영역을 넓힌 가치 있는 교향곡이라 할 수 있다.



/김성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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