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누가 됐든 밀고 나갈 생각이다.”

지난 5일 FC서울전에서 0-2로 패한 뒤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한 말이다. 이날 광주는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황의조와 일류첸코의 투톱 공격진을 가동한 서울을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쳤으나 퇴장 악재가 겹치면서 패했다. 승부사 이정효 감독은 “아쉬움보다는 많이 분하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광주는 여전히 ‘밀고 나가는 중’이다.

K리그1에서의 광주는 잔류를 목표로 하는 모습이 아니다. 강팀을 상대로 내려서서 지키는 축구를 하지 않고 무조건‘공격 앞으로’를 외친다. 올 시즌 7라운드까지 4승3패 승점 12점으로 중간순위 5위다. 득점은 대전(16골), 울산(14골), 서울(13골)에 이어 4위, 실점은 울산·포항(6실점), 서울·전북(8실점)에 이어 세 번째로 적다.

지난달 18일 인천을 상대로 5골을 퍼부었던 광주는 지난 16일 2년 만에 성사된 ‘달빛 더비’에서 대구FC를 상대로 4골을 터트리며 ‘공격축구’를 과시했다.

광주는 이날 김한길, 산드로, 허율, 하승운의 연속골을 앞세워 4-3 승리를 거뒀다.

치열한 공방전이었다. 이날 광주는 55%의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13차례의 슈팅(유효슈팅 8)을 날리며 대구 골문을 맹폭했다. 그 결과 4개의 슈팅이 정확히 대구의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18분 티모의 크로스를 받은 김한길이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만들었고 전반 43분에는 두현석의 어시스트를 받은 산드로가 상대 수비지역에서 슈팅, 수비 발과 대구 골키퍼 오승훈의 손을 맞고 들어갔다. 후반 14분에는 허율의 헤더가 터지면서 3-0 으로 앞섰다.

이후 과정은 좋지 않았다. 후반에 3골을 연달아 내줘 3-3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광주가 기어코 승리를 챙겼다. 하승운이 팽팽했던 3-3 승부의 균형을 깼다. 후반 41분 산드로의 크로스를 받은 하승운의 오른발 슈팅이 대구의 골망을 흔들었다. 4-3 짜릿한 승리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광주는 함께 승격한 대전(승점 14·4승2무1패·3위)과 승격팀들의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양팀 모두 ‘지키는 축구’에 반대하고 공격쇼를 펼치고 있어 K리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할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과제는 있다. 후반 실점이다. 광주는 올시즌 패배한 3경기 모두 후반에 무너졌다. 0-2로 패했던 서울전, 전북전, 포항전 모두 후반에 점수를 허용했다. 대구전도 마찬가지다. 3-0으로 앞서있던 광주는 후반에 순식간에 내리 3골을 헌납하며 다 이겼던 경기를 내줄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정효 감독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이에 선수들에게 플레이에만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대구전에서 교체 투입했던 아사니를 재교체한데서 감독의 의중이 그대로 드러났다. 아사니는 전반 31분 주영재를 대신해 투입됐으나 후반 27분 다시 교체됐다.

이정효 감독은 “양팀 선수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좋았다”면서도 “후반에 실점을 하게 되면 우리 팀이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 부분에서 화가 났다. 징크스가 생기면 강팀으로 가는데 발목을 잡힌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장 안에서 벌이지는 일에 대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그 일을 아사니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선수의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선수는 그라운드 안에서 오로지 플레이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외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팀에 해가 된다. 그 부분에 있어서 이야기한 것이다. 본인이 더 잘 알 듯하다. 재교체도 그 이유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산드로를 비롯해 하승운도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다. 앞으로도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주와 대구의 이날 경기는 하나원큐 K리그1 2023 7라운드 베스트 매치로 선정됐다. 1골1도움의 산드로와 2도움을 기록한 두현석은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조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