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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04월 26일(수) 17: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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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광장>5·18 제전 앞에서 싸움은 그만!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전 전남대 5·18연구소장
5·18 광주항쟁 43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5·18 행사주간의 행사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정부가 주도하고 5·18 유족과 관련자들이 주역으로 참여하는 추도식이고, 다른 하나는 5·18 행사위원회가 주관하는 민간 중심의 행사이다. 1980년 5·18 항쟁에서 총을 든 시민군과 다수 대중을 분리할 수 없듯이, 5·18 기념행사도 5·18 관련자들과 일반 시민을 분리할 수 없다. 양자가 하나가 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5·18 추모 및 기념주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올해 43주기 5·18 기념행사는 하나가 아니라 분리되어 치러질 것 같다. 그것도 서로 비난하고 싸우는 가운데 치러질 것 같다. 최악의 경우 5·18 묘역 앞에서 5·18 관련 단체와 특전사동지회가 한편이 되고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오월대책위)’가 다른 한편이 되어 몸싸움을 할지도 모른다.
5·18을 광주·전남의 틀 속에 가두어두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 5·18을 진보진영만의 유산으로 제한시키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 광주·전남 시·도민이나 진보진영 쪽 대부분은 양쪽이 어떤 험한 행위를 해도 5·18 자체에 대한 생각을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진영 힘만으론 역부족
그러나 5·18의 전국화 혹은 5·18 정신이 헌법전문에 수록되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5·18의 전국화나 헌법전문에 수록하는 일은 광주·전남 시·도민이나 진보진영 사람들만의 힘으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갤럽이 지난 3월 한 달 동안 전국 성인 5,7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주관적 정치성향 조사에 따르면 ‘진보층’은 26%, 보수층은 31%, 중도적 또는 성향유보 비율은 43%였다. 또 광주·전남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7%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호남인구와 진보층의 비율은 모두 합해도 우리 사회에서 30% 내외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정치권과 윤석열 대통령은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러나 헌법 개정 논의가 시작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헌법전문 내용, 권력 구조, 기본권 등을 놓고 수많은 의견이 표출되고, 윤 대통령을 포함하여 보수권 정치인들은 헌법전문에 5·18을 수록하는 문제에 대해 보수나 중도층, 혹은 비호남 주민들의 여론에 신경을 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에 부탁드린다. 지난번 특전사동지회와 공동으로 추진한 묘역참배는 목적 및 의도는 좋았지만 추진 과정 및 공동선언문의 내용에서 문제가 많았다. 양 단체는 이 부분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을 겸허히 수렴하고 시정을 약속해야 한다. 또 이번 43주기 때 5·18 묘역 참배 계획이 있는 특전사동지회에 민간복장을 하게 하고, 추도사나 성명서에 1980년 광주에서 그들의 선배들이 행한 잘못에 대해 좀 더 진솔한 사과 내용을 담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양 단체는 43주기 기념식을 포함하여 모든 행사에 무한 책임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게 공법단체가 지녀야 할 무게감이다.
오월대책위에 묻고 또 부탁드린다. 특전사동지회의 5·18 묘역 참배 방식과 공동선언문 내용을 둘러싼 갈등이 지금과 같은 내전을 치를 정도로 중대한 것인가? 비판하고 싸워야 할 사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경고탄이나 소총 정도로 끝낼 문제에 대포나 미사일을 동원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국민들이 TV나 신문을 통해 양 진영이 싸우고 있는 뉴스를 더 이상 보게 해서는 안 된다. 5·18 추도식과 43주기 행사들이 원만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오월대책위와 43주기 행사위원회는 43주기 행사위에서 5·18 양 단체를 제명한 조치를 취소하고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작은 견해차 털어버려야
우리 사회의 진영싸움이 너무 심하다. 5·18 묘역 참배 문제를 놓고 재판관 노릇을 하려는 사람이 많다. 5·18 제전 앞에서 광주시민만이라도 작은 견해차와 갈등을 털어버렸으면 좋겠다. 세계사를 전공하는 필자는 평소에 5·18 광주항쟁이 외국의 세계사 교과서에 소개되고, 또 20세기 후반 제3세계에서 발생한 가장 위대한 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지금 대내외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갈등과 싸움, 폄훼 정도는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같은 맥락에서 5·18 묘역에 잠들어 계신 이영희 교수의 저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에 나오는 다음 구절을 좋아한다.
“광주는 남한의 한 지방의 지도에 표시된 작은 도시명으로서의 고유명사가 아니라 동시대적 세계의 한 이념이 되었다. … ‘광주’와 ‘光州’는 세계의 ‘Kwangju’가 되었고, 그 단어는 폭력과 부정에 항의하여 목숨을 바치는 민주주의적 시민의 용기와 감동적인 희생정신을 뜻하는 추상명사가 되었다. … 그것은 1789년 어느 날, 프랑스의 한 고유명사인 ‘빠스띠유’가 전 인류에게 새로운 시대정신을 알리는 ‘자유·평등·형제애’라는 추상명사가 된 것과 같다.”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전 전남대 5·18연구소장
5·18 광주항쟁 43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5·18 행사주간의 행사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정부가 주도하고 5·18 유족과 관련자들이 주역으로 참여하는 추도식이고, 다른 하나는 5·18 행사위원회가 주관하는 민간 중심의 행사이다. 1980년 5·18 항쟁에서 총을 든 시민군과 다수 대중을 분리할 수 없듯이, 5·18 기념행사도 5·18 관련자들과 일반 시민을 분리할 수 없다. 양자가 하나가 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5·18 추모 및 기념주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올해 43주기 5·18 기념행사는 하나가 아니라 분리되어 치러질 것 같다. 그것도 서로 비난하고 싸우는 가운데 치러질 것 같다. 최악의 경우 5·18 묘역 앞에서 5·18 관련 단체와 특전사동지회가 한편이 되고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오월대책위)’가 다른 한편이 되어 몸싸움을 할지도 모른다.
5·18을 광주·전남의 틀 속에 가두어두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 5·18을 진보진영만의 유산으로 제한시키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 광주·전남 시·도민이나 진보진영 쪽 대부분은 양쪽이 어떤 험한 행위를 해도 5·18 자체에 대한 생각을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진영 힘만으론 역부족
그러나 5·18의 전국화 혹은 5·18 정신이 헌법전문에 수록되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5·18의 전국화나 헌법전문에 수록하는 일은 광주·전남 시·도민이나 진보진영 사람들만의 힘으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갤럽이 지난 3월 한 달 동안 전국 성인 5,7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주관적 정치성향 조사에 따르면 ‘진보층’은 26%, 보수층은 31%, 중도적 또는 성향유보 비율은 43%였다. 또 광주·전남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7%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호남인구와 진보층의 비율은 모두 합해도 우리 사회에서 30% 내외에 불과하다는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정치권과 윤석열 대통령은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러나 헌법 개정 논의가 시작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헌법전문 내용, 권력 구조, 기본권 등을 놓고 수많은 의견이 표출되고, 윤 대통령을 포함하여 보수권 정치인들은 헌법전문에 5·18을 수록하는 문제에 대해 보수나 중도층, 혹은 비호남 주민들의 여론에 신경을 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에 부탁드린다. 지난번 특전사동지회와 공동으로 추진한 묘역참배는 목적 및 의도는 좋았지만 추진 과정 및 공동선언문의 내용에서 문제가 많았다. 양 단체는 이 부분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을 겸허히 수렴하고 시정을 약속해야 한다. 또 이번 43주기 때 5·18 묘역 참배 계획이 있는 특전사동지회에 민간복장을 하게 하고, 추도사나 성명서에 1980년 광주에서 그들의 선배들이 행한 잘못에 대해 좀 더 진솔한 사과 내용을 담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양 단체는 43주기 기념식을 포함하여 모든 행사에 무한 책임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게 공법단체가 지녀야 할 무게감이다.
오월대책위에 묻고 또 부탁드린다. 특전사동지회의 5·18 묘역 참배 방식과 공동선언문 내용을 둘러싼 갈등이 지금과 같은 내전을 치를 정도로 중대한 것인가? 비판하고 싸워야 할 사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경고탄이나 소총 정도로 끝낼 문제에 대포나 미사일을 동원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국민들이 TV나 신문을 통해 양 진영이 싸우고 있는 뉴스를 더 이상 보게 해서는 안 된다. 5·18 추도식과 43주기 행사들이 원만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오월대책위와 43주기 행사위원회는 43주기 행사위에서 5·18 양 단체를 제명한 조치를 취소하고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작은 견해차 털어버려야
우리 사회의 진영싸움이 너무 심하다. 5·18 묘역 참배 문제를 놓고 재판관 노릇을 하려는 사람이 많다. 5·18 제전 앞에서 광주시민만이라도 작은 견해차와 갈등을 털어버렸으면 좋겠다. 세계사를 전공하는 필자는 평소에 5·18 광주항쟁이 외국의 세계사 교과서에 소개되고, 또 20세기 후반 제3세계에서 발생한 가장 위대한 민주화운동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지금 대내외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갈등과 싸움, 폄훼 정도는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같은 맥락에서 5·18 묘역에 잠들어 계신 이영희 교수의 저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에 나오는 다음 구절을 좋아한다.
“광주는 남한의 한 지방의 지도에 표시된 작은 도시명으로서의 고유명사가 아니라 동시대적 세계의 한 이념이 되었다. … ‘광주’와 ‘光州’는 세계의 ‘Kwangju’가 되었고, 그 단어는 폭력과 부정에 항의하여 목숨을 바치는 민주주의적 시민의 용기와 감동적인 희생정신을 뜻하는 추상명사가 되었다. … 그것은 1789년 어느 날, 프랑스의 한 고유명사인 ‘빠스띠유’가 전 인류에게 새로운 시대정신을 알리는 ‘자유·평등·형제애’라는 추상명사가 된 것과 같다.”
등록일 : 2015년 1월 2일